탐방/시립호수어린이집(원장 진경금)
직접 ‘씨 뿌린 식물’과 함께 성장
자연과 어우러지는 호수어린이들
“어릴 적 제 부모님과 함께 길가에 피어있는 꽃들을 보며 예쁜 마음을 키웠습니다. 아무렇게나 자라는 잡초를 자세히 관찰하는 여유를 가졌으며 그 이름도 알아가며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끼고 자랐습니다. 알록달록 예쁜 장난감 하나 없었지만 산과 들로 뛰어 다니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신비함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유년시절이었습니다.”
지난 2006년, 기흥구 동백동 호수마을 주공3단지 아파트에 시립동백어린이집(원장 진경금)이 문을 열었다.
이미 유치원교사를 직업으로 가졌었고 이후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등 10년여 어린이교육 경험이 풍부했던 진경금 원장은 시립호수어린이집에서 아이들 정서를 중시하는 교육을 펼쳤다.
진경금 원장은 “일반적인 지식교육은 다른 어린이집과 다를 바 없지만 특별히 자연을 닮은 아이로 자라주길 원했다”며 “쉽게 볼 수 없는 식물을 씨뿌리기부터 정성으로 가꿔야 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진리를 어린아이들이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진 원장은 자신의 유년시절을 돌아보며, 요즘 아이들은 바쁜 학부모들의 스케줄에 맞춰야하고 그런 스케줄 때문에 부모와 함께 풀 한포기 들여다 볼 여유가 없다는 것이 무척 안타까웠다.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린이집에 오는 것을 시작으로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며 늦은 저녁이 돼서야 비로소 귀가한다. 영유아라는 황금 같은 시기를 부모들의 시간에 맞추고 있다.
그는 바쁜 학부모들을 대신해 어린이집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고 생명의 신비함을 알아가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됐다.
한국숲교육협회 이사로 재직중인 진 원장은 생각 끝에 아이들에게 숲을 찾아가 맘껏 뛰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키로 했다. 지난 2010년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씩 인근 석성산에 올라 자유롭게 뛰놀 수 있게 했다.
처음 숲에 갔을 때 아이들 반응은 옷에 흙이라도 묻힐까봐 노심초사했다. 그랬던 아이들이 숲에 가는 횟수가 증가할수록 더러움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더운 여름에는 물웅덩이에 뛰어들어 옷과 신발이 다 젖는 것을 무릅쓰고 하하 호호 즐거워했고 추운 겨울에는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청설모를 보며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특히 혹여나 청설모가 먹이가 없어 배고프지 않을까 걱정하며 주변의 열매들을 찾아 나뭇잎으로 만든 그릇에 담아 보는 모습도 보였다.
오를 수 있다고 여겨지는 나무를 발견하면 곧바로 뛰어가 매달렸고, 흙이 묻은 네모난 작은 돌멩이를 들고 휴대폰이라며 친구와 통화를 시도했으며 여럿이 큰 나뭇가지를 옮겨다가 시소를 만드는 등 협동심을 키우는 놀이도 자연스레 행동으로 옮겼다.
이렇듯 자연의 변화를 오감으로 체험하며 주변 모든 것이 장난감이었고 행동 제약 없이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숲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놀이터이자 쉼터였다.
아이들은 서로 어우러져 돕고 양보하며 나누는 힘의 큰 가치를 배웠고 자연과 생명에 대한 고마움과 소중함을 자연스레 배울 수 있었다.
이제 아이들은 실외놀이를 할 때 그저 놀이터에서 노는 것보다 산책하는 것을 더 즐거워하게 됐고, 차츰 길가의 풀에도 관심을 가졌으며 주변의 풍경을 느끼는 등 도심에서도 자연을 찾는 여유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진 원장은 다시 아이들과 함께 미니 텃밭 가꾸기 활동을 시도했다. 어린이집 놀이터 한 쪽에 커다란 화분을 이용해 미니 텃밭을 만든 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약간은 희귀한 식물들의 씨앗을 심기 시작했다.
벼를 심어 봄부터 가을까지 변화되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도록 했고 목화씨를 구해 매해 심었다. 이제 목화를 보면 아이들은 “솜 열리는 나무”라고 말한다.
교사들의 키보다 더 높이 자란 옥수수,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방울토마토, 옆에 있는 나무를 감고 올라가는 더덕, 흰 꽃이 떨어진 자리에 달렸던 초록고추가 가을이 되면 빨갛게 변했고 겨울엔 흙으로만 보였던 밭에서 봄볕을 받고 돋아나는 도라지 싹, 벼는 물이 항상 고여 있어야 자라고, 오이는 물을 무척 좋아하며, 보리는 추운 겨울을 견뎌야만 열매를 맺는다는 등 무한한 호기심과 관찰력을 갖게 했다. 식물들은 식생이 달라 종류마다 다르게 보살펴야 한다. 자신에게 맞는 보살핌을 받았을 때 열매를 맺는다. 아이들은 경험을 통해 자연스레 터득해 나간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이런 크고 작은 변화들은 등·하원시간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관찰학습장의 역할을 했으며 동네 주민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 됐다.
아이들은 꼬마 농부가 됐고 더덕, 오이, 가지, 토란, 강낭콩, 도라지 등 정성껏 키워 열매를 맺으면 수확 후 아이들은 다시 요리사가 됐다.
도심 속 농촌체험을 할 수 있는 텃밭도 또 다른 자랑이다. 감자 심기와 수확하기, 그 밭에 무를 파종하고 수확하기, 이후 ‘음식 콘테스트’의 가정연계프로그램까지... 가족과 함께 즐거움을 두 배로 누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식물과 함께 어린이집 곳곳에서 거북이, 물고기, 장수풍뎅이 등 작은 동물들을 기르면서 성장을 지켜보고 애칭을 정해 부르며 탐색은 물론 친구 같은 관계를 맺었다.
교사들도 동·식물의 성장을 보며 얻는 교훈이 있다. 아이들도 개개인의 발달특성과 수준에 적합한 교육을 통해야만 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진 원장은 “아이들이 자연에 관심을 갖고 생명의 신비를 느끼며 자연을 닮은 아이들로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다양한 자연친화적 오감체험활동은 물론 아이들 각각의 발달특성과 개별성을 존중하는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