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4월 3일, 많은 이들이 용인의 판다 푸바오가 떠나는 것을 아쉬워한다면 4월 8일은 이탈리아에서 이금이 작가가 스토리부문 대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오길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2주 전 허구의 삶 을 소개한데 이어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를 소개하며 졸고를 쓰고 있는 기자도 그 염원에 동참하고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는 일제강점기로부터 파란만장한 세계를 경험한 두 여성 수남과 채령이 이야기의 큰 축을 담당한다. 부잣집 딸 채령의 몸종으로 팔려간 수남은 채령 대신 위안부에 지원하며 생의 굴곡을 향해 달려간다. 그렇다고 해서 채령이 수남 덕분에 행복한 것도 아니었다. 마지못해 한 준페이와의 결혼은 측은하고 슬픈 생으로 이어졌다. 두 여성은 소설 속에서 선과 악으로 나뉘어 갈등하기보다 그들의 개인적 소망과 역사의 흐름이 얽히고설키게 된다. 이들은 작고 힘없는 나라에서 여성이라는 힘없는 이로 태어났지만 사랑을 갈망하고 가족을 지키며 역사의 회오리에 의해 한반도를 너머 만주를 포함한 중국으로, 일본으로, 미국까지 그 활동반경이 광대하다. 그 속에서 과연 생의 진실을 찾은 것은 누구일까? 그리고 그 진실이란 무엇일까? 작
용인신문 | 인생 리셋(Reset)을 꿈꾸는 이들은 과거가 후회로 얼룩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에 다른 선택을 했다면 닥쳐온 현재가 조금 나아질 수 있을 거라는 간절한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숲이 내게 걸어온 말들』의 필자는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필자는 숲이 다시 태어나지 않아도 이생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음을 알려준다고 말한다. 필자가 책을 통해 소개하는 생물은 23가지이다. 필자의 관찰은 우리 숲에 사는 작은 생명체에서 전설을 품은 큰 나무 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생물에게까지 관심을 넓히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이 세계에서 번성하며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생물이 다치거나 죽는 것은 오히려 인간중심적 사고의 결과이기도 하다. 책에서 소개하는 아주 작은 생물이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전략은 변화이다. 인간은 자신의 고통을 타인의 탓으로 돌리고 환경 탓으로 미루는 반면 생물들은 스스로 변화하여 공존을 모색한다. 예를 들면 몬스테라가 자신의 잎에 스스로 구멍을 만드는 전략이 있다.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나뭇잎에 골고루 햇빛이 필요한데 정글에서는 가장 위에 있는 잎만 빛을 보게 된다. 몬스테라의 구멍은 아래에 달린 잎까지
용인신문 |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란 별칭이 붙을 만큼 수상의 의미가 깊은 안데르센 문학상(스토리 부문 최종 후보에 우리나라 작가 이금이가 호명되었다.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에서 전 세계의 아동청소년문학가를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하는 이 상은 수상 이전에 최종 후보에 든 것만으로도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이금이의 스토리로 소개되고 있는 작품은 『유진과 유진』(2004),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2016), 『망나니 공주처럼』(2019), 『허구의 삶』(2019), 『알로하, 나의 엄마들』(2020) 등이 있는데 이중 『허구의 삶』은 현대인의 허위와 진실된 삶에 대한 갈망이 두 인물의 인생에 투영된 작품이다. 부잣집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지내는 허구와 가게를 하는 외삼촌네 가게에서 더부살이를 하는 상만이 이 작품의 중심인물이다. 서울에서 이사 온 허구라는 인물은 학생들 사이에 선망과 흥미의 대상이었다. 그런 허구와 전혀 반대인 상만이 친해진 것은 우연이었다. 상만은 허구가 가진 재능과 관계를 얻어내지만 그때부터 상만의 삶은 점점 굴곡져 가기 시작한다. 상만이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순간은 현재의 욕망을 기준으로 무언가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세
용인신문 | 공간은 비어있지만 사람들이 만든 구조물은 혹은 구조물을 만들지 않아 생긴 공간은 사람이 머무는 공간이 되기도 하지만 권력과 욕망이 채워지기도 하고, 시민의 요구가 흐르기도 한다. 임우진의 『보이지 않는 도시』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구조물을 열 가지 의문과 함께 들여다보며 보이지 않는 의도들을 발굴해 낸다. 필자는 공간을 소개하고 그곳의 인문적 배경과 가치에 대해 설명한다. 예를 들면 동서양의 도로변과 도로에 대한 시각 차이를 제시하고 과거의 소산이 어떻게 다른 도로 문화를 만들었는지를 두루 살핀다. 잊지 않는 것은 우리의 공간에 적절한 대안을 모색하려는 시도이다. 과거의 문제를 설명하는 박물학적 입장 대신 시각을 달리해 바꿀 수도 있는 것 혹은 바꾸지 말아야 할 것 등을 제안하거나 실패한 계획이라도 긍정적인 면을 발견해 현재에 적용하려는 시도 등을 적었다. 구성의 측면에서 내용의 전문성보다 보편성에 관심을 갖고 읽으면 좋은 도서이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하기 시작한 요즘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광화문 광장에 대한 기록들이다. 필자는 광화문 광장이 ‘광장’이 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광장을 둘러싼 다섯 면은 사람들이 머물러 공론에 집중하기 좋
용인신문 | 과거를 이야기하는 방식 중에서 앤드루 포터의 방식은 독특하다. 한 사람에 안에 머물렀던 또 다른 사람의 만남을 기억하고, 느낌을 공유하고, 그의 떠남 속에 부유한다. 주인공의 부유함 속에는 그의 곁을 떠난 어떤 존재에 대한 기억을 더듬는 것, 느낌을 끌어올리는 것, 남은 이들 곁에 있는 사라진 존재의 빈 자리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는 것이 주를 이룬다. 주인공의 부유와 슬픔의 목적은 무엇일까? 중년의 주인공은 “어쩐지 큰 목적에서 이탈해 표류하는 기분”으로 산다. 자신은 가정이 있지만 친구들은 없기 때문이다. 핑계를 대고 친구들 모임에서 일찍 돌아왔다. 그리고 아내와 아이가 있다고 생각했던 자리에 아내가 있는 것인지 꿈에서 아내를 본 것인지 알 수 없는 주인공. 그는 옛 애인을, 옛 동료들을, 친구들을 생각한다. 한번은 떠들썩하게 손님을 초대해 저녁식사를 하던 옆집 노인 테리사를 기억한다. 테리사와의 저녁식사는 열기로 가득했다. 그 열기는 저녁 식사 때문인지 테리사의 태도 때문인지 테리사가 자랑스레 식탁에 내놓은 매운 고추의 맛 때문인지 알 수는 없다. 어느 때는 갑자기 실종된 친구를 기억하는 주인공은 친구의 남은 짐을 정리하며 그가 남긴 집을 다
용인신문 | 인간이 갑작스레 야생으로 내던져졌을 때 가장 아쉬운 것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들이라 이를 모티프로 각종 예능에서 ‘~에서 살아남기’ 코너를 만들기도 한다. 오지에서의 여행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기초적인 생존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색다른 시각으로 구경하는 시청자가 될 수 있다. 어디까지나 구경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안전하다. 『애틋한 사물들』의 저자는 구경하는 이가 아니라 매일의 체험자이면서 체험하는 자신을 관찰하는 사람이다. 저자는 자신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태어나자마자 황달로 뇌병변 장애인이 됐다. 왼손이 부자유스럽지만, 어린 시절부터 수십 번 실패를 통해 사물을 다르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익혀 나갔다.” 저자가 일상에서 만나는 사물은 보편적인 사람들과는 달리 익숙해지기까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를 “성장통”이라 말하며 위대한 사유를 발견한다. 예를 들면, 수세미를 보며 손이 불편해서 더 인지하게 되는 사물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가진 장애 때문에 왼손의 불편하고 오른손이 편한데 설거지를 하면서 어느새 왼손이 수세미를 쥐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저자에게 왼손은 새로운 것을 공부하는 손이었다. 젓가락에 대한 생각도 남
용인신문 | 반려동물이 성장하는 아동에게 깊은 유대감과 사랑을 가르치듯 반려동화 역시 평생의 밑거름이 되길 꿈꾸는 선생님들이 있다. 이들은 매번 작은 교실에서 큰 꿈을 꾸는 아이들을 위해 책모임을 한다. 선생님은 좋은 책이 사람들의 이해하는 길이 되고 책을 읽는 어른이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초등 문해력을 키우는 인생동화책』은 선생님들의 책모임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다섯 개의 카테고리 중 첫 번째는 동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필자는 동화 속 인물에서 아동을 배우고 건강한 어른이 되게 하는 총체적 예술작품을 발견한다. 무엇보다 작가중심, 독서활동 중심의 독서보다 책의 주인이 아동인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어지는 세 개의 카테고리는 학년을 셋으로 나눠 각 성장 단계별 추천 도서와 나눔을 소개한다. 마지막은 독서를 확장하기 위한 방법이나 매체 확대 등에 대한 도움글이 수록되어 있다. 다양한 작품들이 출간되는 가운데 책을 구입해야 하는지, 만화는 독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글의 분량의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 영화와 독서의 관계나 독서를 거부하는 아동에 대한 조언을 확인할 수 있다. 선생님들이 아끼는 동화목록도 확인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독서백과
용인신문 | 설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은 만든이의 정성이 함께 한다. 대체로 지역에서 귀하게 여기는 식재료들이 요리에 이용되는데 문제는 사라지는 식재료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것. 이번주 소개할 『사라져 가는 음식들』은 식재의 기원과 각 문화권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들, 그리고 식재료의 배경에 있는 사회, 문화, 정치적인 면까지 면밀히 살피고 있다. 필자는 열 개의 카테고리에서 34개의 식재료를 소개하며 변화하는 기후와 관계성을 규명하기도 한다.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식재료의 문제는 획일화되고 있다는 것. “온 세계가 사서 먹는 것”일수록 그 정도가 심하다. 사라지고 있는 식품들에는 특별한 역사가 있고, 문화가 저장되어 있으니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다양성이 배제된 식품들은 언제 어느 때 일어날 종말에 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2008년부터 주요 식량 자원인 밀과 쌀, 옥수수의 가격 폭등이 기록적인 기아를 파생시켰고, ‘아랍의 봄’에 위기 상황에 일조했으며 아프리카의 다수 국가의 분쟁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음식의 위기는 인간의 위기와 밀접하다는 말이다. 한국의 닭 오골계 소개도 흥미롭다. 공민왕에게 직언을 했다고 알려진 이달충의 시에 등장한
용인신문 |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이 도서는 평범한 시민의 입장에서 경험한 미술관 이야기다. “가끔 나는 어느 쪽이 더 눈부시고 놀라운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위대한 그림을 닮은 삶일까, 아니면 삶을 닮은 위대한 그림일까.”(165~6쪽)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민이다. 그래서 도서는 친구 같은 책이다. 저자 브링리는 뉴요커로 성공한 인생을 사는 듯 했으나 형의 죽음이 그를 무기력으로 이끌었다. 그는 미술관으로 갔다. 그리고 10년, 세상으로 나갈 용기를 얻었다. “예술 작품은 말로 단번에 요약하기 너무 거대한 동시에 아주 내밀한 것들을 다루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침묵을 지킴으로써 그런 것들에 관해 이야기한다.”(87쪽) 브링리는 평범한 시민으로 오롯이 예술과 만난다. 하루 여덟 시간 이상 메트의 어떤 구역에서 작품을 보고 작품 설명을 살피고 작품 어디쯤 품고 있을 시간을 살핀다. 필자는 경비라서 관람객을 관찰하기도 하지만 전시 작품과 관람객의 상호작용 속에서 어떤 발견을 하기도 한다. 작품이 주는 슬픔을 읽으며 자신의 내면을 직시할 힘도 얻는다. “전시실을 찾는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를 지켜보면서 우리
용인신문 | 최은영의 단편 소설 일곱 꼭지를 모아 출간한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는 불행한 현실에 처한 이들을 사려 깊이 어루만진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작품의 주요 인물들은 대체로 가족관계에서 경험한 소외가 사회로 이어지고 대를 이어 건너가는 경험과 마주한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배우지 못하고 가족과 사회의 폭력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한 채 주변인으로 밀려난다. 작가는 작품 속에 그러한 불행을 목격하고 증언하고 헤쳐가는 인물이나 화자를 내세워 독자 역시 목격자로, 증언자로, 문제 해결자로 동화시킨다. 직장 내 갑질은 여성이라 더 힘겹게 다가오지만 잠시나마 공감해 주는 이 덕분에 조금 더 힘을 내본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의 인물이 있다면 참여와 계몽 사이에서 고뇌하는 「몫」에서 젊은이들이 독자를 삶의 현장으로 이끈다. 상처받지 않으려고 진심을 숨겨보지만 「일 년」에서는 공감이 숨고를 틔워준다. 대물림된 불행한 가족사는 「답신」에서 간곡한 편지로 위로를 전하고, 「파종」의 소리는 폭행을 당한 삼촌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전할 수 있게 된다. 편지 형식의 소설 「이모에게」는 이모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싶었으며,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용인신문 |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내는 『채록; 채소를 기록하다』는 20년간 농사를 지은 어느 농부의 기록이다. 시설재배를 하는 농부들의 쉴 틈 없는 노동이, 농부 뿐 아니라 농업경영의 모습과 어려움이, 그럼에도 그 길에서 연대의 모색을 하는 이들의 따뜻함이 전해지는 에세이다. 필자는 20년째 농부를 하고 있으며 비닐하우스 농사는 10년째이다. 하우스에서 주로 짓는 농사는 오이. 그래서 에세이의 대부분은 오이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작가 자신의 자전적 성격이다. 1부는 필자는 자신의 글이 농부로서 자신의 정체성 찾기라고 말하듯이 농부의 아내가 아닌 농부 되기에 집중하는 모습이 주된 이야기이다. 아이를 핑계 삼아 도심에 집을 구했지만 결국 농사를 짓게 된 과정,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 명제를 다시 확인하기까지의 농사, 그리고 새로운 비전, 가족 등을 소개한다. 2부는 농사일 속에서 배우는 사회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직원이나 이웃, 고객, 거래처 등과 벌어지는 사건과 생각들을 적었다. 3부는 해결해야 될 문제들 속에서도 애착을 갖는 필자의 분투를 적고 있다. 필자는 혼자가 아니다. 가족과 친구, 그를 알아보는 고객이 있다. 아마도 이 에세이를 읽는 독자라면 장
용인신문 | 지금의 체코에서 태어난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라는 작가는 평생 35편의 작품을 발표했는데 이중 우리나라에 25편이 번역되었을 만큼 낯익은 작가이기도 한다. 『크라바트』는 청소년을 위한 작품으로 주인공 크라바트의 선택과 그로 인해 겪는 사건들을 주로 하는데, 크라바트라는 인물은 전설에서 차용된 인물이기도 하다. 크라바트가 처음 저주에 걸린 방앗간에 도착한 것은 꿈 때문이었다. 꿈은 크라바트를 슈바르츠콜름이라는 지역에 있는 코젤브루흐의 ‘검은 물’ 근처 방앗간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이상한 주인과 직공들이 일을 하고 있다. 방앗간의 시간은 현실세계보다 세 배나 빨리 흘러갔다. 크라바트는 그동안 톤다와 미엘의 죽음을 경험하고 그 일이 왜 일어나야 하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주인과 동료 직공들은 그것을 잊어야 한다고 나무라지만 크라바트는 타당한 이유가 없으니 죽음도 불합리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런 크라바트에게 마법사는 위대한 마법사와 죽음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묻는다. 크라바트의 선택은 독자에게 괴테의 『파우스트』와 유사한 질문을 하고 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적 가치를 지키는 길인지, 옮은 길인지, 사랑을 실현하는 길인지를 묻는다. 또한 사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