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치유라는 의미의 단어 힐링(healing). 우리 주변에 힐링이라는 말이 흔하게 들려온다. 하지만 이 말의 이면을 생각해 보면 그만큼 우리 사회, 우리의 몸과 마음이 병들어 가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단어이기도 하다. 다소 급진적인 제목을 가진 『휴식은 저항이다』라는 도서는 쉬어야 우리의 상상력이 발현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흑인 노동역사를 공부하며 백인우월주의와 자본주의가 사람들을 병들게 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더 나아가 부지런히 일하라는 권면 속에는 쉼이 곧 ‘수치’라는 것을 내재화하는 방식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는 자본주의적, 장애차별적, 가부장적 체제가 주입한 생산성을 내면화 한다. ‘생산성’ 있는 상태를 유지하려는 욕구와 집착이 우리를 피로와 죄책감과 수치심으로 이끈다”는 저자의 지적이 낯설지 않다. 저자의 적극적 대안은 잠을 자라는 것. 쉼의 구체적인 행위에 가장 기본이 되는 잠을 권면하며 ‘낮잠사역단’을 조직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새벽형 인간, 저녁형 인간을 부르짖으며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권하는 사회.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한 행동강령을 주제로 한 서점가의 판매순위권 도서들. 부지런히 일하는 개미에게 더욱 째찍을 휘두르고 있는 형국의 사회가 되고 있는 지금의 세태에 저자는 잠을 자라는 아주 간단한 부르짖음으로 맞서고 있다.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쉬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하소연이 별처럼 떠돌며 우리 시대의 피로를 드러낸다. 다소 거칠고 낯설지만 저자 트리샤 허시의 말을 경청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