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갈치구이
백현주
아침에는 회사 앞 라면가게
점심엔 낙원동 값싼 점심을
저녁에 또 회사 앞 어느 호프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던 서울생활
자취생의 끼니사정은
늘 노숙자 신세다.
모처럼 휴일에 나선 고향 길은
버스도 날고, 나도 난다.
아직 대관령도 가지 못한 버스는
벌써부터 시장기를 불러온다.
군불 땐 아랫목도
보일러에 밀려 없어지고
나를 반기던 바둑이도
아파트가 생기면서 없어졌지만
여전히
할머니네 풀 먹인
사락사락 그 시원하고 포근한 이불은
명치 속 얼음덩이도 녹여준다.
해가 꼭대기로 차서야 일어난
손녀 앞에 내민 밥상 위엔
굵직한 갈치가 노릇하다.
“이거 먹었다고 애비한테 하지 말어”
약력: 단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