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그림책은 대개 유아들을 위해 만들지만 요즘엔 전 연령이 함께 보고 즐기며 생각을 나누는 매체로 활용이 많이 되고 있다. 그중 다비드 칼리의 그림책 『적』을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
『적』은 두 병사의 어이없는 싸움에 관한 이야기이자 화해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두 개의 참호 안에 숨어 있는 병사는 서로를 적으로 삼아 전쟁 중이다. 서로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아침마다 서로에게 총을 한 방 쏘고는 참호로 숨어든다. 전쟁은 벌어졌고 동료는 죽었으며 배고픔은 더욱 힘들게 했다. 이제 고독한 참호에는 찾는 이도 없어졌다.
두 병사의 지리한 전투를 이어가게 만드는 건 다름아닌 전투 지침서이다. 그 지침서에 따르면 적은 여자와 어린아이들을 잔인하게 죽였기 때문에 전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지침서를 병사에게 전달한 ‘명령하는 사람들’에겐 지침서의 내용이 사실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애초에 사실과 다르게 써 있었지만 병사들은 맹목적으로 따르고 있을 뿐이다. 다행히도 그림책 『적』은 어린이를 위한 작품 답게 두 병사의 어리석은 싸움을 아주 지혜롭게 끝낸다.
평화는 어디에서 오는걸까? 하늘의 별을 본다면 가능할까? 참호 안에서 홀로 차가운 비를 맞아본다면 평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까? 적의 참호를 급습한 병사가 적의 전투 지침서에서 발견한 적의 얼굴이 자신이라는 것은 결국 인간이 인간 스스로를 적으로 돌리고 있음을 상징한다. 한해 동안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적으로 돌리지 말고 별을 보며 나와 화해하는 길을 모색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