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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국가보안법, 국가폭력법

김민철 칼럼니스트

 

1948년 제정 이후 정치적 반대자 탄압 악용
尹, 내란 성공했더라면 국보법 칼춤 아찔
반국가세력 척결 이유 수천 명 구금했을것
북한 위협 때문 존치 명분도 이미 사라져

 

용인신문 | 1948년 12월 1일 제정된 국가보안법은 수차례 개정을 거치면서 정치적 반대자를 탄압하고 제거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었다. 일제강점기 치안유지법을 모태로 하는 국가보안법은 정권 안보를 위한 무소불위의 특별법으로 존재해왔다. 제6공화국 이래 평화적 정권교체가 정착되었지만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시절의 그늘에 존재한다.

 

주변에 국가보안법에 걸려 옥고를 치른 친구, 선후배가 여러 명인데 내용을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가까운 후배는 강원도에 살면서 매주 월요일이면 국회 앞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시위를 한다. 여기에 집권 민주당은 ‘곧 폐지법안을 상정하겠다’라는 말로 책임을 회피해왔다.

 

12.3 내란이 만약 성공했더라면 윤석열은 반국가종북세력을 척결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수백·수천 명의 시민을 굴비 엮듯이 국가보안법으로 잡아넣었을 것이다. 특검이 압수한 노상원 수첩에는 ‘전 국민을 출국 금지하고 즉결처분을 포함한 수거 대책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라고 방송언론은 보도했다.

 

며칠 전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윤석열이 2024년 10월 1일 국군의날 행사를 마치고 ‘비상대권을 언급하며 한동훈을 잡아 오면 총으로 쏴 죽이겠다’라고 말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탄핵 재판과 그동안 내란 수사 과정에서 보여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의 진술과 증언은 일관성을 유지했고 국민에게 신뢰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국가보안법은 제정 이래 국가안보를 위해 순수하게 행사된 적이 거의 없다. 오로지 정치적 반대자를 탄압하고 소위 재야운동권에 족쇄를 채우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1980년대 학생운동권은 국가보안법의 주된 타겟이 되었는데, 학생운동 핵심부는 거의 이적단체 결성의 죄목으로 국가보안법을 적용했고, 이적단체 기준에 모자라면 이적표현물 소지죄에 엮여 수년씩 감옥살이를 해야 했다.

 

■ 마르크스 '자본'을 읽으면 국가보안법 위반

전두환 정권 말기, 군사정권은 온갖 시국사건을 양산하면서 국가보안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다. 오죽하면 자본주의를 분석한 불멸의 고전인 자본(Das Kapital)을 보거나 소지하면 무조건 국가보안법에 걸렸다. 자본은 카를 마르크스가 집필하고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편집한 정치경제학의 고전으로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자본(자본론은 일본어 번역의 중역으로 자본이 옳다)이 금서 1호로 지정되었으니 한국의 경제학자라는 사람들은 자본을 공부하지도 않고 경제학자, 경제전문가로 행세해온 셈이다. 자본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의 한계를 극복하고 ‘상품의 가격은 노동시간에 기준한다’라는 대명제를 세운 자본주의 정치경제학의 집대성이다.

매주 월요일 국회 정문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시위를 하는 후배도 국보법에 엮여 4년의 옥고를 치렀다. 후배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조언에 따라 국가보안법 폐지 청원운동을 병행했는데 아직 5만 명을 채우지 못해 국회 법사위 심사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

 

민주당 국회의원 중에는 운동권 출신이 여럿이지만 국가보안법 폐지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국가보안법이 얼마나 악법인지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총대를 메고 나서기를 주저한다. 앞서 말했듯이 12.3 윤석열 비상계엄이 성공했더라면 민주당 국회의원 대부분은 국가보안법에 엮여 지금 차가운 감방에 있을 것이다.

 

 

다이내믹한 한국의 정치 상황에서 민주당이 언제나 여당으로 행세할 수는 없다. 검찰 개혁, 사법 개혁도 중요하지만,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이야말로 민주당의 시대적인 과제이자 책무다. 만약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존치한 가운데 극우 정권이 들어서면 가장 큰 피해자는 민주당이 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상의 안보는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 즉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안보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머잖아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남북한 경제협력과 평화체제 구축의 물꼬를 터야 한다. 하지만 현행 국가보안법 체제에서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은 엄연한 불법이다. 국가보안법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열면 현행법상 반국가단체의 수괴와 회합하는 것이 된다.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는 구체적이고 집단적인 폭력 행동에 옮겼을 때를 상정한 형법으로 최소한 적용해야 한다. 따라서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의 처벌을 위한 목적으로 이승만 정권 시절 제정된 국가보안법은 이제 역사의 유물로 사라져야 한다.

 

■ 민족 평화공존 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북한은 두 개의 국가를 주장하며 통일노선을 폐기했다. 북한이 통일노선을 포기한 이상 국가보안법은 그동안 존치 이유로 들먹이던 ‘북한의 위협 때문에 국가보안법이 유지되어야 한다’라는 명분도 사라졌다.

 

북한은 현재의 국력은 미약하나 성장 잠재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 국가보안법은 민간단체의 남북교류를 제한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었고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복귀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남북경제협력에 진심이라면 먼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성의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75년간 미국의 혹독한 봉쇄를 받아왔다. 다행스럽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대화에 진정성을 갖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언대로 평화의 페이스메이커가 되기 위해서라도 남북경제협력의 기초를 다지고 미국과 일본이 북한과 수교하도록 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트럼프 1기에 조성되었던 남북경제협력의 호기를 놓쳤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에 대단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하지 않고 남북경제협력의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했더라면 남북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좋아졌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는 휴전 당사자인 미국, 북한, 중국에 맡기고 경제협력에 주력하는 정책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남북경제협력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다면 대한민국은 비약적인 발전은 물론 튼튼한 내수시장의 기반을 다지게 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일제의 식민통치를 위한 치안유지법이 모태가 되어 정치적 반대자를 탄압할 목적으로 제정되어 숱한 피해자를 양산했던 국가보안법은 이제 독재 시대의 박물관에 영구 기록물로 소장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민주주의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보안법부터 폐지하는 것이 순리다.

 

민주당은 말로만 국가보안법 폐지를 말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대한민국을 민주주의국가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집권당인 민주당부터 민주주의로 무장하고 실천해야 한다. 아울러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남북교류법의 개정도 서둘러야 한다.

 

민주당과 정부는 남북경제협력법을 제정하여 남북한이 실질적인 경제협력 시대를 맞을 근거를 마련하고 주변국과 협력하여 북한의 발전을 지원할 구체적인 플랜을 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국가보안법부터 폐지해야 한다. <김민철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