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정호승 새벽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나 홀연히 일어나 불을 켜고 창을 열고 날카롭게 바늘을 찔러 이마에 새 한 마리를 문신했다 문신을 끝내자마자 새는 푸드덕 날개를 펼치고 날아갔다 바늘을 입에 물고 나를 데리고 초승달이 뜬 새벽하늘로 정호승은 1959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다.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문신」은 사모곡이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한 노래인 것이다. 새벽꿈이었을 것이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나 불을 켜고 창을 열고 바늘을 찔러 이마에 새 한 마리를 문신했다. 문신을 끝내자마자 새는 바늘을 입에 물고 화자를 데리고 초승달이 뜬 새벽하늘로 날아갔다. 창비 간『슬픔이 택배로 왔다』 중에서. 김윤배/시인
[용인신문]
[용인신문] 조선시대에 벼슬 대신 30년간 전국의 산을 두루 다닌 선비가 있었다. 김홍도는 그에게 단원도를 그려주었고 김만덕의 도움으로 한라산을 오르기도 했다. 선비 채제공은 “창해 자네야말로 썪어 없어지지 않는 존재”라고 칭찬을 하기까지 한 인물 창해일사 정란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이다. 『조선 최초의 전문 산악인 창해 정란』은 정란이 다녔던 산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사유를 모아 만든 여행기이면서 삶을 논하는 인문서이기도 하다. 정란은 벼슬을 하기 바라는 아버지의 소원대로 도산서원에 가려고 길을 나서지만 정작 그가 먼저 간 곳은 낙동강이 흐르는 청량산이었다. 퇴계가 그 산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승 신유한은 정란의 산행을 응원해 가야산 등정을 권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정란이 가장이면서 벼슬도 마다하고 산에 다닌다고 하지만 정작 자신은 “답은 머리나 입이 아니라 언제나 심장이었지”(108쪽)라고 말한다. 정란을 보면 꿈을 꾸는 사람에게는 그를 돕는 손이 생긴다는 말을 믿을 수 밖에 없다. 산행에 드는 비용을 가족에게 의지할 수는 없는 그에게 보부상이 찾아와 서신을 적어주는 대신 비용을 주겠다고 나서거나 병든 노새를 걱정했는데 새로 나귀가 생긴 것
[용인신문] 올해는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백남준(1932-2006)탄생 9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해 전국적으로 ‘백남준 축제’가 열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는 ‘백남준 효과’가 전시 중이고, 용인에 있는 백남준 아트센터에서는 ‘바로크 백남준’과 ‘필드기억’전이 동시에 열리고 있다. 또한 ‘백남준의 보고서 1968-1979’도 같이 전시되고 있는데 정책가이자 미디어 컨설턴트로서의 그의 면모도 볼 좋은 기회이다. 흩어져있던 작품들을 모처럼 한자리에서 볼 수 있기에 더욱더 관람에 좋은 기회인 것 같다. <글·사진: 황윤미 본지 객원 사진기자>
기혜림 단국대학교 치과교정과 교수 [용인신문] “아이의 같은 반 친구는 치과에서 영구치가 다 나온 다음 교정을 시작하자고 했다는데 우리 아이는 꼭 지금 해야 하나요?” 교정과 진료실에서 들을 수 있는 흔한 질문이다. 답은 간단하지 않다. 사람마다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는 ‘케바케’(case by case의 줄임말)이기 때문이다. ‘부정교합(malocclusion, 不正咬合)’은 단어 그대로 정상교합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치아의 배열이 가지런하지 않거나 위아래 맞물림의 상태가 정상의 위치를 벗어나 심미적, 기능적으로 문제 되는 교합관계를 모두 포함하는 단어다. 때문에 부정교합이라 해도 환자 개인마다 다양하게 다른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골격의 전후방 및 측방 부조화가 없고 비교적 가벼운 치아 배열상 문제 혹은 적은 공간 부족량을 보이는 경우는 영구치 교환이 완료되는 만 12세 정도에 교정과에서 검진 후 치료를 시작해도 효율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그러나 골격적 부조화나 구강 내 공간 혹은 배열 관련 복잡한 문제가 있다면 시기에 따라 치료계획이나 효과가 크게 차이날 수 있다. 예로 위턱보다 아래턱이 앞으로 나와 앞니가 거꾸로 물리는 상황이라면 위턱
[용인신문]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모두 8명의 대통령이 배출되었고 9번의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었다. 8명의 전직 대통령 중 4명이 감옥에 가야 했다. 아홉 번의 국회가 구성되는 동안 백여 명 이상의 국회의원이 선거법 위반과 비리 혐의로 구속되는 모습을 국민은 지켜봐야 했다. 지난 10월 29일 핼러윈데이에 일어난 용산참사도 2014년 세월호 참사와 판박이처럼 닮은꼴이다. 정치인들이 툭하면 구속되고 역대 대통령의 다수가 국민을 억압하거나 부정선거로 쫓겨나고 부하에게 살해되었으며 감옥에 가야 했던 원인은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망각해버렸기 때문이다. 2014년 4월 16일 침몰한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우리는 그날의 참상을 망각했다. 국회에서 탄핵 소추되어 파면된 대통령을 경험하고도 마치 조선 시대에 있었던 역사처럼 기억에서 지워버렸다. 정치권의 망각증세는 중증을 넘어선 지 오래다. 국민 역시 다를 바 없다. 한국의 정치인들이 집단으로 치매에 걸린 것도 아닌데 불과 5~6년 전에 벌어진 일조차 까맣게 잊고 의기양양하다. 정치권이 이처럼 지난 잘못에 관대하고 쉽게 망각하니 비슷한 사건 사고가 그치지 않고 잇따르는 것이다. 300명의 국회의원 중 30%만
[용인신문] 지방자치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잔여 임기가 남아있는 산하 기관장들과의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비단 용인시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 광역‧기초단체들의 공통된 문제이기도 하다. 국민은 정권 교체를 이룬 대통령의 5년 임기가 시작될 때마다 이보다 더 심각한 현상들을 보아왔다. 임기가 법적으로 보장되어있고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자리마저도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압박성 사퇴 요구가 되풀이된다. 급기야 감사원 감사를 비롯해 온갖 망신 주기로 인격 모독까지 하는 것을 현재까지도 목도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지방정부에서도 재현된다. 용인시에서도 오랫동안 폐해가 끊이지 않았다. 민선 5기 민주당 김학규 시장 시절 용인도시공사 K 사장은 임기를 못 채워 법적 소송을 벌인 바 있으나 패소했고, 백군기 시장 시절 K 제2부시장은 전임 시장이 임명했다는 이유로 민주당 소속 인사들이 매일 집무실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며 사퇴를 압박했다. 결국,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민선 8기 이상일 시장 취임 후에도 임기가 남아있는 산하 기관장들이 잇따라 불명예 퇴진해 논란이다. 단체장이 바뀌면서 이들의 업무상 잘못이나 갑질 논란이 불거져 문책성 해임과 처벌 순서를 밟았기
[용인신문] 안녕하세요. 저는 기흥역에서 광화문으로 출·퇴근을 하는 임산부입니다. 최근 출근이 너무 힘듭니다. 출근시간대 서울역 방향의 버스(5000번, 5005번)는 30명이 넘는 시민이 줄을 서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5~6대의 버스를 보내고 40분 이상 기다려야 간신히 탈 수 있을까 말까입니다. 지각한 경우도 허다하고 최근에는 만삭인데 장시간 서 있다가 산부인과에 실려가 출근을 못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아침 7~8시 사이 많은 직장인들의 수요가 있는 만큼, 버스 증설이 필요합니다. 아니면 일부 차량의 출발지를 고속도로 IC 근처 정거장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조정해주셨으면 합니다. 주말은 더 큰 문제입니다. 주말 출근이 있는 날에는 1시간 이상 기다려도 버스를 못 타는 경우도 있습니다. 배차간격이 길기 때문입니다. 버스 운영사인 경남여객 측은 입석금지 제도 때문이라는 말만 거듭합니다. 입석금지는 현행법상 당연한 것이고 ,시민들의 불편함을 고려해 출근시간대 만이라도 버스를 증차해야 한다고 봅니다. 제발 고려해주시길 바랍니다.
망종 안희연 며칠 만에 돌아온 그는 어딘가 변해 있었다 눈동자에는 밤의 기운이 가득했다 대제 어딜 다녀온 거예요? 한참 동안 말없이 서서 한참 동안 볕을 쬐더니 앞으로는 돌을 만지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했다 다음 날부터 그는 돌을 주워 오기 시작했다 그는 거의 모든 시간을 돌과 보냈다 마당에는 발 디딜 큼 없이 돌이 쌓여갔고 그는 자주 돌처럼 보인다 나는 그가 돌이 되어버릴까봐 겁난다 눈부시게 푸른 계절이었다 식물들은 맹렬히 자라났다 누런 잎을 절반이 넘게 매달고도 포기를 몰랐다 .....하략...... 안희연은 2012년 창비신인시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이 있다. 「망종」은 24절기 중의 하나로 소만과 하지 사이에 들며 이맘때가 되면 보리는 익어 먹게 된다. 며칠만데 돌아온 그는 변해 있었다. 눈동자에 밤의 기운이 가득할 정도로 밤일을 했던 것이다. 어딜 다녀왔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이 앞으로 돌을 만지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것이다. 다음날부터 돌을 주워오기 시작한 그는 하루 종일 돌과 시간을 보냈다. 마당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돌이 가득했다. 눈부신 계절이어서 식물들
[용인신문] 벼락에 16번 연달아 맞을 확률은 814만분의 1이다, 올해로 발행 20주년을 맞이하는 로또 당첨 확률이다. 매주 19세 이상 성인 인구 기준 500만 명가량이 구매한 금액이 1000억 원을 훌쩍 넘을 때도 있다고 한다. 1등 당첨자를 최다 배출한 서울의 판매점은 지방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원정 구매도 온다고 하니 매주 평균 4억 원의 매출이 놀랍지도 않다. 1000원만 내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지갑에 넣고 다니는 것만으로 한 주를 버티게 해주는 활력소가 되는 천원의 행복이다. <글·사진: 황윤미 / 본지 객원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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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백성들의 안녕과 백성들의 넉넉한 삶을 최우선 목적으로 하는, 이를 실천하면서 무력이나 법의 논리가 아닌 예와 덕을 통해 백성들을 돌아보는 정치, 이른바 맹자가 말한 ‘왕도정치’다. 그래서 내가 저지른 행동이 내 마음에 비추고 너의 마음에 비추어 봐도 결코 부끄러움이 없을 때 비로소 남을 다스릴 수 있다는 데서 맹자가 말하는 민본주의 기본은 시작된다. 나도 부끄럽고, 너도 부끄럽다면 그런 사람은 누군가를 다스리는 위치에서는 곤란하다. 맹자가 말하는 민본이라는 것은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은 그다음이며, 군주는 가장 가볍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다스리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백성들보다 못한 도덕률과 청렴성에 한참도 못 미치는 오염(?)의 의혹이나 받는다면 백성들은 그가 갖는 권력에 두려운 나머지 입 다물고 고개 숙일 뿐이지 마음으로는 아닐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첫 번째 덕목으로 수신을 말한다. 요즘이 어느 땐데 아직도 수신제가 운운하느냐 하겠지만 인류가 공자를 말하고 맹자를 말하는 데는 단 하나의 이유만 존재한다. 인류는 아직도 공자나 맹자를 대체할 인물을 갖지 못했다는 점이다. 작금의 우리나라는 그 옛날 케케 묵었을 것 같은 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