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나는 큰 나무를 보면 설렌다. 훌쩍 뛰어 올라가고 싶기도 하고 곁에 누워 자고 싶기도 하다. 적당하게 큰 나무 말고 누가 봐도 수령이 100년은 넘었을 거 같은 나무. 이리저리 휘어있는 나무. 당산나무 같은 나무들을 보면 맘이 편해진다.
그런 나무 앞에 서 있는 어린 나를 그리고 싶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날에 햇빛이 드는 오후. 깊은 숲에 호기심 넘치는 개구진 아이 하나.
[용인신문] 나는 큰 나무를 보면 설렌다. 훌쩍 뛰어 올라가고 싶기도 하고 곁에 누워 자고 싶기도 하다. 적당하게 큰 나무 말고 누가 봐도 수령이 100년은 넘었을 거 같은 나무. 이리저리 휘어있는 나무. 당산나무 같은 나무들을 보면 맘이 편해진다.
그런 나무 앞에 서 있는 어린 나를 그리고 싶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날에 햇빛이 드는 오후. 깊은 숲에 호기심 넘치는 개구진 아이 하나.
용인신문 | 콜롬비아에 있는 대나무 건축 워크숍에 왔다. 페루의 호스텔에서 같은 방을 썼던 친구에게 정보를 받았다. 오래 여행하는 장기 여행자들이 자주 쓰는 방법 중 하나는 곳곳에서 자원봉사(발룬티어)를 하는 것이다. 주로 식사와 공간을 제공 받고, 하루에 4시간~5시간 정도를 일한다. 호스텔, 커피농장, 동물보호소, 개인 가정, 건축 프로젝트 등 종류도 다양하다. 한 번에 여러 명의 자원봉사자를 받는 곳에 가면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주로 유럽과 미국 친구들이 많다. 대나무 건축의 개요와 가장 많이 쓰는 세 가지 방식을 배웠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연스러운 굴곡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대나무는 특장점이 잘 구부러진다는 것이기 때문에 나무집과도 다르게 곡선을 사용할 수 있다. 우리는 말뚝을 박아놓고 대나무를 겹쳐 쌓아서 큰 하나의 기둥을 만들었다. 이는 그대로 1층의 기둥이 된다. 이 아름다운 곡선을 이렇게 쉽게 만들 수 있구나!
용인신문 | 여행을 시작하기 전, 꿈을 꿨다. 밝아오는 새벽빛을 맞으며 언덕 위에 한 여자가 서있다. 당장 오늘 어디서 잠을 자게 될지 모르지만 하나도 불안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주어진 하루에 감사할 뿐이었다. 작은 가방을 메고, 뒤편으로는 갈대가 흩날린다. 여행 중에도 가끔 그 모습이 떠올랐다. 계속하는 질문은 내가 왜 이 길을 떠났을까. 벌써 7개월이 지났다. 흔한 표현이지만, 시간 참 빠르다. 처음 길을 나서면서 느꼈던 감정은 무언가를 찾고 있다는, 그립다는 감정이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누굴 만나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하나도 알 수 없지만, 그저 가야 한다는 것만 알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나 자신이 의심스럽기도 했다. 왜? 지금 꼭? 이라는 질문에 나 자신도 대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움직이다 보면 무언가 찾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이동하기도, 원하는 것을 발견하기도 쉽지 않았다. 콜롬비아에서 발견한 진심은,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진실하라는 가르침이었다.
용인신문 | 드디어 마추픽추에 가는 날, 새벽 6시에 길을 나섰다. 걸어서 한 시간 정도 가면 마추픽추 첫 번째 매표소가 있다. 표를 확인하고 한 시간 반 정도 등산하면 두 번째 매표소에서 한 번 더 확인하고 각자의 루트로 갈라진다. 해도 뜨지 않은 새벽,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걷기 시작한다. 천천히 마추픽추 산에 올라 입장한다. 나는 너무 유명한 유적지들은 크게 기대를 하지 않는다. 이미 본 자료들이 너무 많으므로 기대가 크면 실망하는 때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추픽추는 정말-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하루 더 오고 싶을 정도로. 하나하나 갈아서 맞췄다는 돌들을 쌓아놓은 걸 눈앞에서 보면 “이걸 도대체 어떻게 옮겼지?” 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렇게 높은 곳에 도시를 건설해놓고 잉카사람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높은 천문학적 지식과 농경 지식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어떤 이유로 몸을 숨겼을까. 아직 아무도 그 실체를 모른다는 사실이 나를 두근거리게 했다. 스페인 정복자들도 마지막까지 찾지 못했던 비밀의 땅,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 상상의 나래를 잔뜩 펼치며 한참을 앉아있었다. 와봐서 다행이야. 언젠가 또 올게!
용인신문 | 파카 니트까지 준비해 왔는데도 한기가 들어왔다. 잠을 자려 누웠는데 산이 하얗게 빛나며 나를 바라봤다. 이걸 어떻게 안 그려. 내일 아침 5시 출발이지만, 앉아서 그림을 그렸다. 달빛에 만년설이 하얗게 빛을 내고 있었다. 고요하다. 주변에 들리는 소리 하나 없고 달과 별, 산 뿐이다. 사진으로도 담기지 않아서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담아봤다. 그림을 그리면 온전히 그 순간에 집중할 수 있다. 찬찬히 뜯어본다. 내 눈으로 보이는 곳 중에 어디를 중심으로 그릴까. 얼만큼을 표현할까. 살칸타이산은 6,271미터로 우리는 그 아래를 지나간다. 며칠간 트레킹은 처음이었는데 참 잘 왔다고 생각했다. 하루 종일 자연 속에서 걷고 아무 생각 없이 푹 잠들 수 있었다. 마추픽추에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사흘간 점점 가까워지며 커져가는 기대감이 좋았다.
용인신문 | 페루에는 유명한 길이 하나 있다. 잉카 트레일이라고 불리는 길인데, 마추픽추까지 가는 4박 5일 일정의 도보여행이다. 이는 제한 인원이 있어서 삼개월 전쯤 예약을 해야하고, 가격도 꽤나 비싸다. 말과 함께 걸을 수 없어 셰르파(짐꾼)들이 함께 걷고, 모든 일정을 텐트에서 소화한다. 오래된 길을 지키기 위함이다. 나는 제한 인원이 없는 살칸타이 트레킹을 다녀왔다. 똑같이 4박 5일을 걷지만, 다른 경로로 마추픽추에 접근한다. 첫날, 4270m에 있는 후만타이 호수를 거쳐 숙소까지 5시간을 걷는다. 이렇게 높은 지대에 와본건 처음이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찬다. 천천히 올라가 마주한 호수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푸른 빛깔의 호수가 나를 반긴다. 짐을 가이드에게 맡기고 저 높이 올라갔다. 위에서 보니 호수 색깔이 더 잘 보인다. 한참을 앉아 호수를 구경했다. 충분히 시간을 보내고 하산했다. 우리조는 프랑스에서 온 60대 부부와 폴란드에서 온 50대 부부, 그리고 나보다 10살 많은 프랑스 언니 등 총 6명이다. 그리고 가이드 한 명과 마부 한 명, 셰프 한 명이 함께한다. 다들 유럽에서 와서 그런지 잘 걷는다. 내가 제일 어린데 제일 뒤에서 헉헉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