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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된 절명, 동부동 홀로코스트※ 주영헌 날카로운 전기톱의 음계가 칡넝쿨처럼 휘어 감습니다 음계에 휩쓸린 몸들은 반 박자만에 쓰러집니다 입이 없으므로 외마디 비명이나 장송곡을 부를 수 없습니다 어정쩡한 음계로 가온음자리표를 채울 뿐입니다 허가된 절명, 죄책감을 떨쳐버립시다 죄책감은 사치입니다 교묘한 선동에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처럼 교묘하게 수긍합시다 필요는 필요를 요구합니다 저들은 우리의 필요에 없으며, 정복의 땅에서 순례자의 합창에 발맞춰 소거해야할 불필요의 대상입니다 인간은 언행일치해야 한다고 도덕책에 윤리적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자연은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일 뿐입니다 신벌처럼 마지막 몸까지 단호하게 저들을 절단합시다 허가된 절명, 동부동 홀로코스트 ※ 용인시 동부동 모 번지. 차를 타고 지나갔는데 산 전체가 잘려나간 것을 보았다. 저 자리에 있었던 많은 생명은 어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주영헌 2009년 계간 <시인시각> 시부문 신인상 시집 ‘아이의 손톱을 깎아 줄 때가 되었다’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
용인신문 | 대한민국 대표 배우·칸의 사나이, 송강호 宋康昊 송강호를 빼고 한국 영화를 논할 수 있을까? 대답은 ‘없다!’이다. 송강호는 한국의 남자배우 중 유일하게 세계 3대 국제영화제에서 남자 연기자상을 받은 현재까지는 유일한 배우다. 여자배우는 故 강수연이 베네치아국제영화제 볼피컵 여자연기자상을 받은 이후 전도연이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칸국제영화제 여자연기자상을 받았고 김민희가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여자연기자상을 수상했다. 남자배우는 송강호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로 2022년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자연기자상을 받은 것이 최초다. 송강호는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3회, 대종상 남우주연상 3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 2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남우주연상 2회 등 수많은 영화제에서 연기자상을 받았다. 송강호는 한국 영화계의 르네상스를 이끈 배우로 평가된다. 연극무대에서 활동하던 송강호가 영화에 데뷔한 것은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 단역으로 출연하면서다. 송강호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영화는 한석규, 심혜진이 주연배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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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향, 은어 이은규 한낮의 여름 수박향이 나는 물고기에 대해 알고 있니 은어라는 이름의 물고기래 때로 어떤 문장은 화석처럼 박힌다 언젠가 우리 물 맑은 곳으로 떠나자, 약속 뾰족했던 마음이 한결 둥글어질 거야 나는 생각했다 한 사람의 눈동자보다 깊은 수심은 없어, 어디에도 흐리고 비, 흐리고 가끔 비 물고기에게서 어떻게 수박향이 날까 은어는 초록 이끼를 먹고 무럭무럭 자라난대 허공에 떠다니는 우울을 알뜰하게 모아 바라봤다 나는 우리 사이, 이끼와 수박향의 거리만큼 가깝게 먼 흥얼거리는 콧노래도 없이, 투명한 여름 약속처럼 언젠가는 오지 않았고 몇 번의 여름을 서툴게 배웅하는 동안 나는 잃어버린 적 없는 시간을 그리워했다, 때때로 저기 밤의 웅덩이에서 피어오르는 목소리 은어가 돌아올 때까지 뭘 하며 지낼 거야 여름이 오지 않기를 믿으며 바라며 뭘 하며 지낼 거야 한 사람이 사라지면 원이 닫히지 않기를 바라며 믿으며 종이 위 빗방울이 마르는 동안만 뭉클할 것, 내내 이제 수박 예쁘게 자르는 방법 따위를 지우며 수심을 다스리자 안녕 초록 이끼로 번지는 우울들아 먼 데 화석으로 반짝, 밤을 건너는 물고기자리 약력: 200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 『
용인신문 | 주민자치센터 헬스장 운영시간을 연장해 주시길 청원합니다. 처인구 포곡과 모현, 백암, 양지, 남사읍 주민자치센터 헬스장의 경우 오전 6시부터 21시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모든 주민자치센터 헬스장이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에는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특히 퇴근 후인 오후 6시부터는 사람들이 몰려 원하는 운동을 마음껏 할 수 없습니다. 역북동과 유림동, 포곡읍 등 도심지역은 사설 헬스장도 많고, 인근 지역과 접근성이 좋아 대체시설을 이용할 수 있지만, 남사, 원삼, 백암 등의 경우 대체 시설조차 이용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농촌지역 주민들도 마음 편히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당지역 주민자치센터 헬스장 운영시간을 늘리고, 주말에도 운영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용인신문 | 2018년 『밀크맨』으로 맨부커상을 받은 애나 번스의 소설 『노 본스(NO BONES)』는 북아일랜드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북아일랜드는 영국과 얽혀 복잡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대개의 강대국과 약소국의 관계가 그렇듯이 독립을 하려는 세력과 이를 막는 세력간의 다툼 그리고 그 와중에 벌어지는 내분이 작품의 후경에 자리한다. 소설은 평범한 어느 마을에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골목에서 노는 아이들은 전쟁이나 독립이라는 개념을 잘 알지 못한다. 그게 무엇이든 내일 골목에서 친구들과 놀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그런데 소설이 중반부를 향해 갈수록 영국군은 어밀리아의 마을에 나타나 마을 사람들을 감시하고 폭행을 일삼는다. 왜 그럴까? 게다가 어밀리아가 사는 마을 사람들은 자기들끼리의 싸움이 일어나더라도 영국군이 오면 그저 부부싸움을 크게 했을 뿐이라고 거짓말까지 해야 한다. 왜? 번역투의 문장이 어지럽지만 기시감이 드는 이유는 소설 속에 펼쳐지는 일들이 우리의 역사와 비슷한 맥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알콜 중독 선생은 아이들의 관심사보다는 학급 경연을 위한 시를 강요하고 있다. 어린 소녀는 고무탄을 자랑처럼 감추며 자신이
용인신문 | 혼자 살게 되며 가장 즐거운 것은 내가 소리를 내지 않으면 조용한 집안이라는 것. 자극에 약한 나는 작은 소리에도 쉽게 집중이 깨지고는 했다. 깨끗한 책상과 고요함이 날 건강하게 한다. 주의는 기울이되 반응은 없이. 말없는 소리, 내용없는 감정. 소음없는 신호 외부의 소음을 끊고 내가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끊임없이 흔들린다. 어느날, 불안하다고 말하자 선생님은 단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절되면 고립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모든 순간에 연결되어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할 시간을 확보하라고 하셨다. 온라인에서 벗어나 오프라인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라고. 나는 새벽을 잘 이용한다. 사람들이 잠들고 나면 고요한 시간이 오기 때문이다. 핸드폰을 꺼두고 30분쯤 지나면 나만의 시간이 온다.
용인신문 | 전쟁과 평화는 양립할 수 없다. 힘과 정의도 붙어 있을 수 없는 단어다. 그런데도 같이 써놓으면 모호해서 그럴듯하다. 가치의 영역이 아니라 주관적이고 경쟁적인 담론에 포함된다. 객관화시킬 수 없는 단어이다. 화합과 안정, 평화와 화해를 원하는 사람들은 항상 전쟁을 이야기한다. 이 모든 것들의 출발은 희생에서 비롯된다. 약자의 인내가 필요로 하는 분야가 전쟁과 평화이다. 강자의 양보로 평화가 실현되는 때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이를 만족시키는 평화는 존재할 수 없다. “전쟁은 안개와 같다.”라는 클라우제비츠의 말을 인용해서 “선거는 안개와 같다.” 투표함을 개함하기 전까지 불확실하고 부정확한 정보가 난무한다. 그 추이나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된다. 예측이 가능할 리 없는 선거에 마타도어는 출몰한다. “무솔리니가 기차를 정시에 달리게 했다.” 히틀러가 부러워한 무솔리니의 프로파간다였다. 널리 퍼진 이 말은 ‘정의’를 상징하며 ‘능력’을 증명하는 객관적인 가치로 자리를 잡았다. 사회의 안정을 바라는 자들이 원하는 효율성이었다. 무솔리니가 만든 예측 가능한 효율성에 사회적 약자들이 열광했다. 무질서를 혐오하는 자들에게 무솔리니는 ‘힘과 정의’
용인신문 |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2024.4.10.)는 여러 면에서 통계학적으로 기록을 세웠다. 우선 투표율 67.0%로 1992년 제14대 총선 이후 32년 만에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4월 5~6일 이틀간 실시된 사전투표율도 31.3%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1대 총선 투표율은 66.2%였다. 22대 총선은 67%로 직전 총선보다 투표율 0.8%가 증가했다. 투표 결과 더불어민주당 161석, 더불어민주연합 14석으로 175석을 차지하여 민주당이 58.3%의 의석을 석권했다. 국민의힘 90석, 국민의미래 18석, 도합 108석으로 집권 여당은 의석 점유율 36%를 얻는 데 그쳤다. 조국혁신당은 창당 38일 만에 비례대표 의석 12석을 확보하여 4.0%의 의석을 점유했다. 개혁신당은 지역구 1석, 비례대표 2석을 얻어 도합 3석으로 의석점유율 1%를 차지했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전 기간을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최초의 정권으로 기록되었다. 4.10 총선은 여러모로 진기록을 남긴 선거였다. 투표가 종료된 18시 정각에 발표된 방송 3사의 출구조사에서 KBS는 민주당 178~197석, 국민의힘 85~105석을 예측
용인신문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집권 여당 참패로 막을 내렸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아름다운 꽃이자 즐거운 축제다. 하지만 이번 선거도 총성 없는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선거운동 기간에 발표된 정책 중 기억 속에 남은 것은 없다. 오직 특정 정치인들의 막말과 혐오감을 부추기는 극한 대립의 말장난뿐이었다. 불과 2~3년 후면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다. 여야 정치권은 곧바로 전열을 가다듬고, 다음 선거를 준비할 것이다. 선거는 끝났어도 종전 대신 휴전일 뿐이다. 선거 직후 거리엔 당선자와 낙선자들의 플래카드가 동시에 내걸렸다. 용인갑 선거구의 어느 낙선자가 민주당 당선인 감사 플래카드 바로 밑에서 “보내주신 사랑 잊지 않겠다”는 푯말을 세워놓고, 출근길 낙선 인사를 하는 걸 보았다. 승자와 패자의 상반된 모습에서 선거는 아직도 끝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수도권과 마찬가지로 용인 4개 선거구 역시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예상대로 용인병 선거구(수지구)만 박빙 경합을 벌였다. 기자가 오랫동안 선거를 취재하면서 생긴 직감일 수도 있겠으나 여론조사 결과와 바닥 민심을 종합 분석한 예측이다. 기자는 평소 ‘선거는 과학’이라는 말을 쓰는데
용인신문 | 4월 3일, 많은 이들이 용인의 판다 푸바오가 떠나는 것을 아쉬워한다면 4월 8일은 이탈리아에서 이금이 작가가 스토리부문 대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오길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2주 전 허구의 삶 을 소개한데 이어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를 소개하며 졸고를 쓰고 있는 기자도 그 염원에 동참하고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는 일제강점기로부터 파란만장한 세계를 경험한 두 여성 수남과 채령이 이야기의 큰 축을 담당한다. 부잣집 딸 채령의 몸종으로 팔려간 수남은 채령 대신 위안부에 지원하며 생의 굴곡을 향해 달려간다. 그렇다고 해서 채령이 수남 덕분에 행복한 것도 아니었다. 마지못해 한 준페이와의 결혼은 측은하고 슬픈 생으로 이어졌다. 두 여성은 소설 속에서 선과 악으로 나뉘어 갈등하기보다 그들의 개인적 소망과 역사의 흐름이 얽히고설키게 된다. 이들은 작고 힘없는 나라에서 여성이라는 힘없는 이로 태어났지만 사랑을 갈망하고 가족을 지키며 역사의 회오리에 의해 한반도를 너머 만주를 포함한 중국으로, 일본으로, 미국까지 그 활동반경이 광대하다. 그 속에서 과연 생의 진실을 찾은 것은 누구일까? 그리고 그 진실이란 무엇일까?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