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실 사람들 한정우 무너미고개를 넘는 사람들 무너미고개 너머 노루가 모여 살던 마을 오백 년 나이테를 두른 느티나무 아래 노루 궁뎅이를 닮은 늙은 여인들이 궁뎅이를 맞대고 살고 있다 오백 년 옹이 박힌 손등마다 새순을 띄우며 살고 있다 노루실 사람들은 무너미 하늘을 바라보며 밤바다 흰 노루 꿈을 꾼다 -춘천출생 2019년 남구만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우아한 일기장>
[용인신문]
[용인신문]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로 전국 주요 수산시장은 물론이고 어민 생활에까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이러한 비상시국에 정치권은 괴담 논란에 이어 엉뚱한 퍼포먼스로 국민들의 분노와 원성을 자초하고 있다. 발단은 국민의힘 김영선 의원이 노량진수산시장을 방문하여 해수를 떠먹어보는 퍼포먼스를 벌이면서다. 지난달 30일 김 의원은 후쿠시마 오염수를 정화하여 방류해도 해양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손으로 수족관 물을 떠먹었다.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국민의힘이 자민당 연립정부 구성원이냐? 세어보니 7번이나 손으로 떠먹더라’고 맹 비난했다. 김 의원은 지난 3일 (민주당이) ‘국무총리 보고 먹어보라 해서 뇌송송, 구멍탁이 되나 알아보려고 먹었다’고 반격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광우병 파동과 연계시켜 반박한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권 수준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염수보다 더 혐오스럽다. 그냥 방송에 나와 ‘일본정부가 완벽하게 정화하여 방류한다고 하니 안심하라’고 말했더라면 이 정도로 논란이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야당에게 ‘일본정부 대변인이냐’는 비난 성명 한마디 듣고 지나갔을 문제였다. 김 의원은 튀고 싶었는지 방송카메라 앞에서
[용인신문] 수능시험에서 여학생이 우위를 보인 것은 오래되었다. 공무원 시험도 여성 합격률이 앞선다. 21세기 들어서면서 벌어지고 있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능력있는 전문직 여성이나 연예인들은 연상의 여성이 연하남과 결혼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다. 탤런트 한예진 씨는 8세 연하인 축구선수 기성용 씨와 결혼한 것을 시작으로 김연아 선수가 5년 연하의 고우림 씨와 결혼했다. 공효진 씨도 10세 연하남과 최지우 씨도 9세 연하남과 결혼했다. 이러한 현상은 근래 들어 일반인들의 결혼 풍속도마저 바꾸어 놓고 있다. 바야흐로 여성 상위시대가 정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신학문을 배운 신여성은 마땅한 결혼 상대자를 구할 수 없었다. 일본 유학을 하는 남성들은 대부분 고향에 처자식이 있는 기혼자였다. 그래서 신여성들의 연애 상대는 대부분 기혼자였는데 현해탄에서 동반 자살한 가수 윤심덕 씨와 김우진 씨가 대표적이다. 최초의 여류 서양화가 나혜석 씨도 유부남과 연애사건으로 장안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가 되었다. 능력있는 전문직 여성들은 독신을 고집하거나 이혼녀라 해도 연하의 총각과 결혼하는 일이 흔하다. 바야흐로 여성 상위시대가 정
[용인신문] 글을 쓰려고 창을 열면 하얗다. 그림을 그리려고 드로잉북을 펼쳐도 하얗다. 하얀 종이가 주는 막막함과 두려움은 그리지도 쓰지도 못하게 만든다. 글에 숫자를 붙이기 시작하면서 그 두려움이 줄어들었다. 의식의 흐름 글쓰기를 숫자로 표현해냈달까. 잘하려고 하다가 하지 못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서 이제는 그냥 계속하기로 했다. 나이키의 “Just do it”과 작가 오스틴 클레온의 “Keep going”을 번갈아 외치면서 시작하고, 계속한다. 자꾸 하다보면 늘겠지. 완성된 형태로 세상에 등장하고 싶은 건 나의 욕심이다. 쉽게 하고, 작게 하자. 성취를 쌓아서 조금씩 나아지자고 되뇌인다. < @jjin_travel / @jjin_create >
[용인신문] 인구 통계, 물가지수, 국민소득,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 정당 지지도, 주식 시세…등등. 세상은 온통 통계로 표시되고 집계된다. 하루에도 몇십 개의 통계수치가 발표된다. 그러면 통계는 과연 신뢰할 수 있는가? 여기에 대한 대답은 믿을 수 있는 통계와 새겨서 봐야 하는 것으로 나뉜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인구 통계는 신뢰도 100%의 지표로 봐도 무방하다. 2022년도 지난해 출생아 수는 24만 9000명으로 전년 대비 1만 1500명(-4.4%) 감소했다. 사망자 수는 37만 2800명으로 전년 대비 5만 5100명(17.4%)이 증가했다. 이 통계를 보면 대한민국의 인구는 증가를 멈추고 감소세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이 발표한 세계 각국의 2022년 GDP(국내총생산)를 보면 (2022년)현재 1969조 원으로 국민 1인당으로 환산하면 3814만 원이다. 통계를 보면 2인 가족은 7628만 원, 4인 가족이면 1억 5256만 원의 소득을 올려야 평균이다. 여기에 통계의 함정이 있다. 국민 개개인의 소득과 직결된 가계소득은 GDP의 약 43%에 불과하다. 이것을 1인당 소득 평균으로 환산하면
[알립니다] [용인신문] 용인신문 지면이 새로워 졌습니다. 1992년 창간 이후 풀뿌리 언론으로 용인지방자치 파수꾼을 자임해온 용인신문이 7월부터 일부 지면 개편을 단행합니다. 애독자들의 깊은 사랑을 받아온 <김윤배 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는 4년여 동안의 연재를 마치고, 용인지역 시인들의 작품을 엄선해 연재하는 <용인 시마당> 코너가 신설됩니다. 황윤미 객원 사진기자가 사진과 함께 시사,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소재를 다뤄 인기리에 연재되던 <스마트 아이>는 <모험가 장진하의 좌충우돌>이 바통을 받아 MZ세대의 생각과 일상을 엿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울러 지난 11년간 고전을 통해 촌철살인의 글을 연재했던 한학자 송우영의 <우농의 세설>은 부정기적인 <시론>을 통해 좀 더 긴 호흡의 글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대신 <우농의 세설>코너에는 <통계로 보는 세상>이 신설됩니다. 또 문화면에는 과거와 현재의 국내외 명감독 명배우을 소개하는 <명감독 명배우 열전>이란 코너를 통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애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용
[용인신문] 현대는 목적을 향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을 존경하는 시대이다. 어른들은 목표가 없는 아이들을 동정어린 시선으로 살피기도 한다. 현대인은 바쁘다. 너무 바쁘다. 우리 주변은 정보로 넘쳐나고 있다. 『피로사회』의 저자로 알려진 한병철은 그러한 사회 속에서 시간은 절대로 향기가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너무 바쁘게 사는 사람들은 인생의 중요한 의미를 만들지 못한 채 정보와 정보 사이를 떠도는 무중력의 삶을 산다고 말한다. 과거에 인간은 믿을만한 가치관에 의해 생의 과정을 누리며 살았는데 근대 이후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간에 대한 의미가 사라지면 누구든 영속성 있는 존재로 굳건히 자리하지 못해 불안과 공포가 발생한다. 결국, 무가치한 존재가 되고 어떤 우연이 닥쳤을 때 금세 무너져버릴까 전전긍긍하며 살게 된다는 말이다. 시간의 향기를 회복하는 것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다시 말해 뭔가 되기에 빠져 바쁘게 사는 삶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설 때 진정한 생의 의미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에 향기가 있다면 그것은 의미를 회복한 시간을 말한다. 『시간의 향기』는 서두르지 않고 한 땀 한 땀 시간을 회복하기 위한 벽돌을 쌓아 올린다. 2017년
[용인신문]
[용인신문] 국군은 병력을 50만 명으로 감축하고, 사병 수는 30만 명으로 하기로 했다. 50만의 병력도 사실 너무 많은 숫자다. 일본 자위대는 20여만, 영국은 23만이다. 군을 현대화하면서 병력의 수를 크게 감축한 결과다. 국군의 적정 규모는 25만~30만 정도다. 그런데도 군부(軍府)에서 50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30만 정규군 체제를 유지하면 장성(將星)의 숫자가 절반으로 줄어들고 대장(大將) 직책도 현재의 여덟 자리에서 4~5개로 줄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방대한 병력을 고집해온 군부는 ‘북한의 병력이 113만 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논거로 대규모 병력 감축을 반대해왔다. 북한의 군대는 절반 이상이 건설사업 등에 동원되는 공병대의 개념으로 운영되고 있다. 건설 현장에도 군대가 동원되고 자연재해가 발생해도 군대의 몫이다. 병력 30만을 모병제로 전환하여 일본의 자위대같이 부사관 이상으로 편제하면 유사시 동원예비군을 사병으로 배치하고 현역군인은 부사관 이상 지휘자로 활용할 수 있다. 30만 병력에 1회 복무기간을 5년으로 하고 공무원과 같은 대우를 한다면 군대에 지원할 청년은 넘칠 것이다. 여성 지원자에게도 일정 비율을 할당하면 행정
월하정인月下情人 - 어느 사내의 독백 안영선 저 달이 완전히 사라지면 좋겠어 당신 눈에 흐르는 내 눈물 감출 수 있으니까 당신 손을 꼭 쥐면 내 심장도 떨리겠지 순라군*이 오기까지 이 황홀한 떨림을 즐길 거야 저 달이 희미해질 때까지 당신 손 꼭 쥐고 있을 거야 오늘 밤은 당신과 함께 춤을 춰야지 오직 당신을 위한 나를 위한 춤을 출 거야 저 달이 희미해질 때까지 당신과 함께 춤을 출 거야 당신 체온은 내 몸으로 뜨겁게 뜨겁게 스며드는데 이 밤 당신과의 언약을 지킬 수 없을까 봐 두려워 차라리 저 달이 완전히 사라지면 정말 좋겠어 이런, 달이 자꾸 커지고 있어 초저녁에 뜬 둥근 달처럼 * 조선시대 도둑이나 화재 등을 경계하기 위하여 밤에 궁중과 도성 안팎을 순찰하던 군인. 경기도 이천 출생. 2013년 《문학의 오늘》 등단. 시집 『춘몽은 더 독한 계절이다』
청천 김윤배 물소리는 생애를 멀리 돌아나간다 모든 생애는 허술하게 늙어간다 내 생애는 늘 고백이었다 물소리를 생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걸 수 없을지도 모른다 청천에서는 고백 없이도 절망할 수 있겠다 김윤배: 충북 청주 출생. 1986년 『세계의 문학』 등단. 시집 <내 생애는 늘 고백이었다>(별꽃, 2023)외 다수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