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용인시민장학회로 출범한 용인시인재육성재단은 시 출연기관으로 운영 중이다. 사진은 이상일 용인시장이 용인지역 학생들에게 장학 증서를 수여한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이다. <용인시 제공>
용인시 “기부금심사위 거쳐야” 문턱 ↑
지역인재 육성 선의에도 불가 판정 굴욕
청탁금지법 내세워 기부문화 확산 찬물
용인시장학재단 기본재산 ‘238억’ 불과
인구 적은 안양시 274억·과천시 224억
용인신문 | 평생교육 시대에는 사회복지 차원에서 청소년과 대학생, 일반인들에게까지 장학금 수혜의 폭을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장학제도와 기구도 많아져야 하고, 지자체 등이 출연하는 장학재단에도 기본 자산이 많아야 한다. 특히 지자체 출연금으로 운영 중인 전국 수 백여 개의 장학기구에는 민간 기탁자들의 참여를 유도해서 늘려야 함에도 청탁금지법을 빌미로 지자체가 기부문화를 퇴행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용인시장학재단의 사례와 현 기부금 법의 문제점과 개선책에 대해 알아봤다. <편집자 주>
#용인지역 학생수 대비 장학금 수혜자 태부족
용인시장학재단의 전신은 2001년 12월에 교육문화발전 육성기금과 자활자립 기금을 통합해 설립한 ‘용인시민장학회’였다. 당시 예강환 전 시장과 읍·면·동 추천위원 등 57명이 창립준비위를 꾸렸고, 100억 원의 장학기금을 목표로 했다. 바통을 이은 제4대 이정문 시장은 재임 4년간 시 출연금 100억 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현재, 인구는 110만이 넘었지만 물가상승률에 비해 장학재단 기본자산은 고작 2배 수준인 238억 원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지급된 장학금은 대부분 적립금 이자로 충당해 오고 있다. 시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출연금을 단 한 푼도 책정하지 않다가 2012년부터 매년 평균 7~10억 원을 출연 중이다.
용인시장학재단 홈페이지에는 “2024년 2월 현재까지 1만 1094명의 학생들에게 89억 9000여만 원의 장학금과 교육비를 지급하였고, 대학생 1900여 명에게 학자금 대출이자 2억 6000여만 원을 지원하여 왔다.” 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용인지역 인구 대비 학생 수를 비교하면 장학금 수혜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용인 인근 지자체들이 자체 출연한 장학재단(장학회) 기본재산을 보면 △용인시(인구 110만) =용인시장학재단 238억 원 △수원시(인구 119만) =수원사랑장학재단 305억 원 △ 성남시(94만 명) =성남시장학회 241억 △안양시(인구 55만) =안양시미래육성재단(장학재단) 274억 △과천시(인구 7만 명) =애향장학회 224억 원 △군포시(인구 27만) =군포사랑장학회 116억 원 등이다. 반면, 화성시는 별도의 장학기구 대신 시에서 장학금 전담 업무 직원 1명을 두고, 운영 중이다. <도표 참조>
#기업 유치해도 ‘고액 기탁’은 가뭄에 콩나듯
2024년 2월 1일 기준 ‘용인시장학재단 기탁자 현황’에 따르면 장학회 설립 후 정치인들의 기탁 현황은 매우 미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장학재단 이사장 선임권을 가지고 있는 민선 3기부터 용인시장들의 장학금 기탁 현황을 보면 역대 시장 중 김학규 전 시장 1명 뿐이었다. 또 제15대 국회부터 20대까지 용인 4개 선거구 출신 국회의원 중 장학금 기탁자는 단 한 명도 없다. 반면, 시의원 중엔 L의원이 매달 자동이체 납부 중이고, 전직 의원 중 또 다른 L의원이 임기 중 약속한 1000만 원을 채우는 등 일부 시도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반면, 선거철마다 출판기념회 등을 통해 일반 시민과 기업들로부터 사실상 돈을 갹출해 온 정치인 중 장학금 기탁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용인시장학재단이 홈페이지와 시청복도에 설치 운영 중인 장학금 기탁자 ‘명예의 전당’에 오른 고액 기탁자 중 누적 금액 1억 원 이상은 7명, 5000만 원 이상 1억원 이하는 7명, 3000만원 이상 5000만 원 이하가 10명이다. 역대 시장들이 글로벌기업을 유치했다고 자랑해 왔지만, 시민들의 피부에 와 닿은 지역사회 환원 사업은 없다. 물론 민원성 문제 해결을 위해서 직간접적인 기부행위를 했을 수는 있지만, 지역 장학금 기탁에는 극히 일부 업체만 참여했을 뿐이다.
이와 달리 뜻있는 지역 인사들은 용인시가 아니라 각종 세재 혜택과 명예까지 높일 수 있는 ‘경기도공동모금회’ 등으로 기부금을 돌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탁금지법 빌미 까다로운 심사
몇 년 전 용인향토기업을 운영 중인 모 회장은 지역사회 환원 사업의 일환으로 용인시에 장학금 1억 원을 기탁하기로 맘먹었다. 하지만 용인시로부터 분기에 한번 개최되는 기부금심사위원회를 거쳐야 기탁이 가능한지 알수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또 다른 관계자를 통해 장학금 대신 다른 방법도 있다는 묘한 뉘앙스의 말을 전해 듣고, 기분이 나빠져서 장학금 기탁을 철회했다. 모 회장은 이미 용인시장학재단에 고액의 장학금을 기탁한 인물이다.
이 같은 사례는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 측은 기부금 심사를 명분으로 기부자들의 선의까지 꺾는다는 비판을 받아오고 있다. 실제 장학금 기탁 의사를 보였다가 심의 결과 불가 판정을 받았거나, 스스로 포기하는 기탁자들도 많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장학금 기탁 의사를 비치는 사람조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별 기부금심사위원회는 지난 2019년 국민권익위가 지자체들의 기부금과 협찬금 수수 관행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면서 더 문제화됐다. 권익위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을 근거로 공직자 등은 직무와 관련해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근거로 삼았다. 다만,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8호에 따라 정당한 권원(어떠한 행위를 법률적으로 정당화하는 근거)에 의해 제공되는 금품 등은 예외적으로 수수를 허용하고 있다. 또 기부금품법 제5조 제1항 및 제2항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국가‧지자체 및 그 출자‧출연기관은 기부금품 모집과 접수를 할 수 없지만 사용 용도와 목적을 지정해 자발적으로 기탁하는 경우로 기부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법률은 관 또는 공직자가 기업이나 개인에게 먼저 기부금을 요구하지 않으면 간단히 해결될 것임에도 자발적인 기탁자들의 선의를 심사한다는 것은 오히려 기탁자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용인시, 기부문화 역행 지적
시청(지자체) 공무원들로 구성된 기부금심사위원회는 장학금 또는 기부품 기탁자가 시의 인허가와 관련되어 있는지, 자치단체장과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는지 등을 심사한 후 기탁 가능 여부 결과를 통보해 주는 제도다. 바꿔 말해 해당 지자체에서 사업을 하는 장학금 기탁자는 자발적이라해도 인허가와 관련, 뇌물성 기부금임을 전제로 심사를 받아야 하는 제도다.
용인시장학재단 이사장을 역임했던 A씨는 “청탁금지법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시가 공정하고 투명한 행정을 하면 될 것을, 기탁자들을 범죄자 취급하듯 3개월에 한번(현재는 2개월) 심의를 한 후 통보하는 것은 기부문화를 조성해야 할 행정기관이 오히려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 장학재단 이사 B씨는 “그렇게 규제하려면 시가 시민 세금인 예산으로 더 많은 출연을 하든지, 그렇지도 못하면서 장학금 기탁자들의 순수한 의지까지 꺾어버리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또 다른 이사 C씨는 “지난 20년간 용인시에서 대형 개발업체들이 천문학적인 수익을 챙겨가고 있음에도 원천적으로 장학금 기탁마저 봉쇄하는 것은 기업의 사회환원과 기부문화 자체를 차단하는 처사”라며 “이 때문에 또 다른 방법의 부정(뇌물) 행위를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차라리 민간기구로 넘겨 기부금 모집을 허용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뼈있는 말을 했다. <김종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