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 가는 지구를 굴리며
김종경
오일장마다
‘믿음 천국, 불신 지옥’을 부르짖는
붉은 조끼들이
천국행 암표를 팔고 있다
십자가를 등에 진 종말론자는
옆구리에 스피커를 매단 채
그분이 너희 죄를 사했노라고,
여장 남자 각설이는
호박엿은 구원이 아니라
만원에 네 개라며,
이미 구원을 받은 듯
찬송가보다 더 크게
뽕짝을 불러댔다
누런 푸들을 앞에 태운
노인의 전동 휠체어는
호박엿으로 구원을 받았는지
서둘러 귀가하고
땅바닥을 끌며
찬송가를 부르는 박물장수에게
천 원짜리 면봉과
편지 봉투 한 묶음을 사는
사람들,
그가 애벌레를 닮았다며
그림자마저
조심스레 비껴가고
그는 오늘도 온몸으로
저물어 가는 지구를 굴리며
노을 밖 세상을
구원 중이다
경기 용인출생. 2008년 계간 <불교문예> 등단.
시집: <기우뚱, 날다> <저물어 가는 지구를 굴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