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용인은 동으로는 이천, 북으로는 성남과 광주, 남으로는 안성과 평택, 서로는 수원, 화성, 의왕과 맞닿아 있다. 여기에 서울과 비교적 가깝다 보니 교통요지로 손꼽힌다. 용인장과 백암장이 예부터 유명한 것은 이 같은 위치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교통요지란 표현은 서울이나 다른 지역과의 접근성을 따졌을 때다. 용인 안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서울 가기는 편하지만 수지구에서 기흥구를 거쳐 처인구로, 즉 용인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하기는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경부고속도로를 축으로 서울과 가까운 거리 순서대로 도시화가 드문드문 이뤄지다 보니 수지, 기흥, 처인구 순으로 교통체증이 심하다. 수지 죽전동과 풍덕천 사이 국도는 악몽 자체다. 여기서 경험 한 토막. 20여 년 전 구성에 살던 큰누나가 저녁 무렵 갑작스레 산통을 느꼈다. 자동차에 임산부를 싣고 풍덕천 사거리 근처 산부인과를 가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답답한 교통체증은 강산이 두 번 바뀌었어도 현재진행형이다. 지금도 최단 거리가 13km에 불과한 수지구에서 처인구 용인시청으로 가려면 자가용을 이용하더라도 30분이 넘게 걸린다.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면 환승의 환승을 거쳐야 한다.
용인 남북 간 단절원인은 시 차원의 대응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용인시가 최근 수년 동안 마련한 도시 기본 계획을 살펴보면 수지‧ 기흥구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고, 처인구를 별개의 생활권으로 설정해 개발하려고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남과 북의 연계성을 높이려는 계획은 용인경전철 연장선 정도밖에 눈에 띄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지구와 기흥구, 처인구 시민들의 삶은 각자도생에 가깝다. 수지구는 성남 분당구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강하다. 기흥구는 서울 또는 수원 생활권으로 여겨진다. 처인구는 시청 등 굵직한 관공서가 있다지만 행정거점 이상의 지위를 누리지는 못하고 있다. 용인보다는 수지 산다는 말이, 용인 이케아보다는 기흥 이케아가 통용되는 게 현실이다. 현직 용인시장 이름은 몰라도 최근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이름은 줄줄이 읊은 이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
3개 구가 파편화된 걸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 지방분권 시대에 지역이 개별적 특성을 갖고 성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행정구역이 개편하지 않는 이상 용인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이 도농복합도시는 균형성장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실마리는 남과 북의 접근성을 높여 방안에서 출발해야 한다. ‘용인에서 용인가기’가 수월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