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변화가 필요한 시기이다. 코로나19의 확장세가 걱정이 되긴 하지만 예방접종을 받은 인구가 1400만명을 넘었고, 확진자도 줄어들고 있어서 일 년 넘게 집안에 숨어지내던 삶을 청산할 때가 가까워 오고 있다. 온라인 수업으로 허리가 자신의 나이를 자랑하고, 소화능력도 많이 떨어져 뭘 조금만 많이 먹으면 숨이 찰 지경이다. 계절은 이미 여름을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으니 장마가 오기 전에 딱 바깥으로 나가기 좋은 날, 하지만 아직 사람들이 많은 곳을 택하기보다 한적한 텃밭을 가꾸는 편을 더 권한다. 얼마 전 지인의 초대로 그의 텃밭을 방문했다. 초록을 자랑하는 채소들이 저마다 개성을 뽐내며 자라고 있었을 뿐 아니라 그걸 샘내는 각종 벌레들 역시 벌써 자리를 차지하고 종족을 늘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화학비료나 농약 없이 오로지 농부의 부지런함과 정성만으로 가꾼 채소들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향과 맛을 품고 있었다. 채소밭에 방문하며 준비해 간 고기는 그저 거들 뿐이고, 그날의 주인공은 바구니 가득 물기를 품은 상추며, 겨자, 청경채, 케일, 쑥갓, 치커리 등이었다. 요즘 책상에서 내내 지내다 보니 소화가 엉망인데, 밭에서 이리저리 구경하며 땀도 흘리
[용인신문] 어머니가 지난 10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했다. 아버지는 4월에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다. 장인과 장모도 5월에 화이자와 AZ 백신을 각각 맞았다. 이로써 내 직계가족 중 70세 이상 노인 모두가 코로나 19 백신 접종을 했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끝이 보이지 않던 역병의 터널에 서광이 비쳤다고 말해도 될까. 우여곡절이 있었다. 화이자 백신에 비해 AZ 백신 부작용이 언론을 통해 더 크게 부각된 탓이다. 어머니는 최근 4년 동안 2번의 수술과 1번의 시술을 받았다. 무릎과 허리가 아파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는 기저질환을 안고 산다. 장모 역시 아픈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접종일이 다가오자 어머니와 장모는 AZ 백신의 부작용을 염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혈전이나 고열, 몸살과 발진 등 백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자주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가족들에게 얘기했다. 고령의 남편들이 화이자 백신 접종 후 별 탈 없이 일상생활로 복귀할 때 내보였던 부러움이 두려움으로 교체된 듯했다. AZ 백신이 현재 시점으로 코로나 19에 가장 효과적인 대응이라는 점은 전문가 다수가 공감한다. 빼어난 효과와 보관 및 운반의 편리함, 이윤을 배제한 공익성과 비
[용인신문] 육상경기 중 유일하게 협업을 중시하는 종목은 이어달리기다. 백미는 400m. 4명이 100m씩 나눠 뛰는 이 종목은 단순히 잘 뛴다고 저절로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 1/3번 주자는 곡선주로를, 2/4번 주자는 직선주로를 달리기에 주로마다 맞춤형 선수가 필요하다. 개인 기량과 동료와의 호흡이 최상의 조화를 이룰 때 성과를 낼 수 있다. 남자 400m 이어달리기 우승 후보 단골은 전통적으로 미국 대표팀이다. 육상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칼 루이스, 마이클 존슨, 타이슨 게이 등 역대급 단거리 강자들이 자신과 비슷한 기량의 동료들과 미국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대표팀은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올림픽 무대에서 얼마만큼 성과를 냈을까. 1948년 런던 올림픽부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이르기까지 70년 가까이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바통 터치를 제대로 못 해서다. 바통을 정해진 구역에서 다음 주자에게 넘기지 않거나 떨어뜨리는 실수가 빈발했다. 이 때문에 개개인 기량은 훨씬 떨어지는 팀들에게 굴욕적인 패배를 겪었다. 가속도 붙은 주자와 정지 상태에 있다가 뛰기 시작하는 다음 주자. 촌각을 다투는 승부 세계에서 바통을 매끄럽게 주고받는
[용인신문] “여기 온천이 어디 있어요?” 나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정류장의 매표원 아저씨께 대뜸 물었다. “온천이요?” “처음 듣는데!” 그러더니 건너편 누군가에게 묻고는 고개를 저으며 “모르겠는데요” 한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온천 가는 길 안내표시판 하나 없고 여기저기 백암 순대국 식당과 한적하게 자리 잡은 조그만 목욕탕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백암은 맞는데 … 왜 안 보이지!” 중얼거리며 순대국이나 먹으면서 물어보자며 남편하고 식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벌써 30여 년이 지난 이야기다. 남편 직장 따라 용인으로 이사와 보니 고만고만한 집들을 뒤로하고 황량한 들판이 넓게 펼쳐진 물설고 낯 설은 이국땅이었다. 그래도 신혼 때인지라 그냥 이사 가면서도 생각나는 건 “살아 진천, 죽어 용인”이라던 아버님 말씀과 어디선가 들은 “백암온천이 유명하다” 는 말이 기억에 생생했다. 그래서 짐을 풀어놓은 후 어느 휴일 우리는 온천에나 가자며 가방에 이것저것 담아 먼지 풀풀 날리며 달리는 버스를 타고 백암으로 향했다. 덜컹거리는 버스는 여기저기 멈추며 사람들을 내리고 태우며 눈 동그랗게 뜬 여행자의 가슴을 설레게 했지만 “조금만 살다 이사 가야겠다”라는 각오를 다지기에
[용인신문] 딸아이는 유치원 입학이 지연된 탓에 3월 한달 동안 아파트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한동안 홀로 놀던 딸아이에게 뜻밖의 친구들이 생겼다. 아파트 건너편 갈곡초등학교 3~4학년들이었다. 나는 “이사 온지 얼마 안 됐는데 친구가 없다”며 “우리 딸도 끼워주라”고 부탁했다. 딸아이 미래의 학교 선배들에게. 장장 2시간 동안 미래의 후배와 놀아준 너그러운 어린이들. 6~7명이 놀이터 전체를 무대로 술래잡기를 하다 딸아이가 지겨워하면 2개 조로 나눠 시소, 그네 타기를 반복했다. 다음날이었다. 놀이터에서 터를 잡고 놀던 아이들이 나와 함께 다가오는 딸아이를 발견하곤 이름을 부르며 반겼다. 돌아가며 베이비시터를 자청하는 아이들을 보며 ‘동네가 아이를 키운다’는 말을 떠올렸다. 셋째날 딸아이가 졸라 또다시 갔다. 텅빈 놀이터에 잠깐 실망하는데 저쪽에서 여자아이 셋이 달려와 딸아이를 채갔다. 보답하고 싶었다. 강남대 앞 매장에서 직접 사면 9500원밖에 안되는 00치킨이 제격이었다. “치킨 사줄까?”라는 물음에 아이들은 우물쭈물. 딸아이를 아이들에게 맡겨두고 바람같이 자차를 몰아 치킨 한 마리를 샀다. 그런데 이런, 그새 놀이터는 낯선 아이들로 북적거렸
[용인신문] 신갈오거리에서 재활용품을 손수레에 실어 나르는 노부부가 있다. 가정집이나 상가건물에서 내놓은 종이박스가 그들의 주된 목표다. 80세가 훌쩍 넘은듯한 노부부는 비나 눈이 올 때만 빼고 매일 손수레를 끈다. 할아버지가 앞에서 끌고 할머니가 뒤에서 민다. 쌓인 짐들이 많아 아슬아슬 할 때가 많다. 역주행이 잦다. 찻길을 가로지르다 몇번이나 자동차와 부딪힐 뻔했다. 차주인들이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렸다. 경사길을 올라가다가 힘이 부쳐 오도가도 못하는 경우도 많다. 주변 사람이 도움없이 되는 일이 없어보인다. 거처인 연립주택 주차장 구석에 작은 야적상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택배가 급증했다. 신갈오거리 일대 사는 어린 사람, 젊은 사람, 늙은 사람이 택배를 받고 내용물을 뺀 뒤 종이박스를 밖에 쉴새없이 버린다. 그래서 노인들은 쉴틈이 없다. 야적장에 날마다 작은 종이산이 만들어졌다 허물어진다. 가냘픈 몸을 하루종일 혹사시켜 얼마를 벌어서 얼마나 쓰는지 알 수 없다. 다만 폐지값이 폭락했다니 노부부가 손에 쥐는 돈은 푼돈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얼마 전 작은 소동이 있었다. 좁은 이면도로 중간에서 손수레와 택배차량이 맞닥뜨렸다. 시간이 금쪽같은 택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