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드디어 봄이 오고야 말았다. 거실에서 웅크리고 있던 화분들을 베란다로 내놓은 지 며칠이 지났다. 지난 2월에 입양해 온 제라늄은 꽃봉오리를 만들어냈고, 베고니아는 이름을 베순이라 지어주고 매일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겨울을 두 번이나 지낸 호접난. 2년 전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스승의 날이라며 들고 온 화분을 용케 잘 살리고 있다. 남사에 있는 화훼단지에 다녀온 덕분이다. 시름시름 앓던 이유를 알 수가 없었는데 물주는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시간 정도 화분을 물에 담가놓는 방식으로 물을 줘야 하고, 여름에는 물을 많이 주면 안 된다는 조언이 있었다.
2월에 지인 덕분에 가게 된 남사. 이동저수지를 휘돌아가는 길에서 만난 겨울과 봄은 말로 하지 못할 만큼의 경이로 다가왔다. 그때, 남사의 들판에는 한가득 내려앉은 까마귀 떼가 장관이었다. 지도에서 찾아보니 진위천이라고 쓰여 있는 천변은 산책로를 이쁘게 만들어놔서 언제라도 물새들과 함께 걷고 싶은 마음을 부른다. 나의 최종 목적지는 남사화훼단지. 그곳에 가면 들판 곳곳에 비닐하우스 여러 동이 보인다. 그들은 꽃을 품고 있다. 화훼단지는 묘목도 많고, 가지가지 꽃들을 마련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화분도 고를 수 있는 데다 분갈이까지 적은 비용으로 해줘서 나 같은 화분 초보자에게는 딱 안성맞춤인 곳이기도 하다.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비밀의 정원』에서는 황무지에 숨어있던 초록이 회색빛을 뚫고 나와 부모를 잃은 메리를 건강하고 따뜻한 아이로 만들어 준다. 그 마법은 태어나서 바깥 구경이라곤 한 번도 못 한 콜린에게 전이되어 닫혀있던 그의 아버지 마음도 열게 만든다. 박완서 소설에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 나오는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들판에 흐르는 물과 풀밭에는 먹을 것이 지천으로 넘쳐나서 놀면서 건져온 우렁이는 된장찌개 들어가 무쳐놓은 나물과 함께 저녁상에 올랐다. 노는 것과 일하는 것이 딱히 구분되지 않는 그들의 자연은 그들의 배를 채우고 몸에 따뜻한 피가 흐르게 만들며 사람들의 마음도 열게 만든다.
남사에서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현실은 도시에 있는 직장과 학교, 그리고 아파트의 삶. 그리고 코로나까지…. 자연은 여전히 우리에게 봄을 데려다주었는데 그를 맞으러 떠나지 못하고 있다. 함께 공부하는 여러 친구에게 물어보니 모두 여행이 소원이라고 말한다. 그 친구들에게 남사에서 봄을 입양해 오기를 추천한다. 베란다에서 잘 자라고 있는 봄들이 메리와 박적골 친구들이 만났던 봄처럼 우리 집에 생동감을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