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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사람 용인愛

물들여지고 꿈을 키워가는 곳

김삼주(시인)

 

[용인신문] 자연에게 물들여지고 꿈을 키워가는 곳, 용인!

 

2006년에 용인 죽전으로 이사를 와서 10년을 넘게 살았으니 제2의 고향이다. 어디나 처음은 낯설고 눈길 주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식물과 들꽃을 좋아하는 내게 집에서 가까운 곳에 대지산공원이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었다. 자연에 물들여질 수 있는 대지산공원은 사계절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게 해 줄 뿐 아니라 작은 야생화 단지가 있어서 내겐 더 없이 좋은 쉼터였다.

 

그 곳엔 이른 봄부터 가을까지 계절에 맞게 피어나는 야생화를 심어 가꾸었다. 지금은 많이 훼손되어 빈집이 많아져서 아쉽다. 은방울꽃과 초롱꽃이 가끔 보고 싶다.

 

사계절 중에서 봄을 얘기하고 싶다. 그 이유는 기다림의 정점이라고 할까? 마른가지가 바람을 불러오고 딱따구리가 집을 짓고 나면 어김없이 봄이 눈을 뜨고 밑그림을 그린다. 가장 먼저 생강나무의 겨울눈이 부드러운 겉옷을 벗기며 나온다. 얼음새꽃이 서릿발 속에서 금잔을 피워내고, 바람꽃이 꽃대를 올리면 올 괴불나무 꽃들은 향낭을 흔든다. 낮은 곳에서는 까마귀밥나무 꽃이 작고 노란 몸짓으로 향기를 밀어 올린다.

 

밑그림이 끝나면 생강나무가 꿀 향기 풍기며 노랗게 수채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진달래, 철쭉, 찔레가 붉게 물들이기 시작하면 지켜보고 있던 나무들이 새잎을 밖으로 밀어내며 초록으로 색칠을 한다. 대지산공원의 봄은 향기로 물들어간다.

 

산에 오르면 그들은 나를 말없이 품어주고, 나는 그들의 넉넉함에 물들여진다. 그리고 지인을 통해 처인구에 위치한 용인문학회를 알게 된 것은 2008년 여름이었다. 문학회에 들어설 때부터 설레었던 마음은 지금도 내 안에 머물러 있다. 따뜻하게 맞아준 문학회 회원들의 미소와 환대가 훈훈했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같은 곳을 바라보는 문우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기쁨이자 설렘이다.

 

용인문학회는 지금의 내겐 삶의 일부가 되었다. 시의 집을 찾아내고 그 공간을 채워가며 나만의 색을 입혀가는 시간들은 숨통을 열어가는 길이 되고 있다. 봄과 가을엔 용인문학 아카데미 시창작반이 개강을 한다. 김윤배시인이 지도편달을 해 주시고, 매년 시인을 등단시키는 등용문이 있어서 용인문학회가 더 매력적이고 설렌다.

 

자연에게 물들여지고 마음의 나래를 펼 이 봄에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폐에 치명적인 적, 호흡기를 침투하는 바이러스가 나타났다. 바로 코로나19라는 예쁜 꽃술처럼 생긴 바이러스가 폐를 침투해 국민들의 건강을 헤집고 다니고 있다. 지금의 불안한 모든 상황이 빠른 시일 내에 종식되어 예전처럼 용인의 자연을 찾아 나설 때, 편안한 마음으로 봄의 꽃과 초록의 꿈을 만지고 느끼며 음미하고 싶다. 바이러스에 의해 모임이 연기되고 있는 문학회도 창작의 열기와 함께 문우들과의 만남이 4월엔 허락되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