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규 ‘둥글둥글’
시인이 살아가고 싶은 세상의 순리와 닮아
김종석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것… 세상은 가혹
장진수 ‘사랑의 소리’
자신과 주변 돌아보며 사유한 세계 담아내
최문석 ‘나는 하늘이야’
작은 언어의 씨앗이 땅을 뚫고 숲을 일궈내
용인신문 | 사단법인 반딧불이(대표 박인선)에서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시집들을 내놨다. 시 창작교실 시인들이 꺾일 줄 모르고 푹푹 찌는 무더위를 시원하게 식혀줄 고운 시집들을 쏟아냈다. 4명의 시인이 펴낸 4인 4색 시집.
김상규 시인의 ‘둥글둥글’, 김종석 시인의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 장진수 시인의 ‘사랑의 소리’, 최문석 시인의 ‘나는 하늘이야’가 그것. 반딧불이는 이들 시집 외에도 반딧불이 시인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모듬 시선을 마무리 중이어서 곧 스물한 번째 반딧불이 시선이 출간될 예정이다.
4권의 시집을 읽다 보면 마음이 맑아지고 가슴 뭉클한 감동이 어느새 더위를 잊게 한다. 이들 시인들은 2014~2017년부터 반딧불이에서 시 창작 공부를 했다. 7~10여 년 동안 시를 공부한 이들은 이제 맑고 순수한 시를 별처럼 쏟아내고 있다.
반딧불이는 그동안 용인시 지원사업으로 여러 회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시집을 발간해 왔으며, 지난해부터는 장애인 문화예술 진흥사업으로 개인 창작 시집도 펴낼 수 있게 됐다.
박인선 반딧불이 대표는 “올해는 4명, 지난해는 5명이 개인 시집을 펴냈어요. 시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 반딧불이 시인들이 쏟아내는 눈물과 노고에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반딧불이 시인들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정과 진실을 시 속에 소리 없이 전하고 있습니다. 손끝으로 쓴 시가 아니라 시인들의 곡진한 삶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시 속에는 아파만 하지 않고 서로를 깊이 이해하며, 명랑하고 따뜻하게 자신과 타인을 어루만지는 시인들의 삶과 마음이 담겨있어요”라며 “반딧불이 시인들에게 개인 시집을 내주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능력과 열정이 뛰어난 시인들이지만 어쩌면 평생 개인 시집을 내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이들 시인에게 개인 시집은 아주 놀랍고도 귀중한 선물입니다. 반딧불이 시인들의 시 창작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습니다”며 가슴 뭉클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 김상규 시인의 시집 ‘둥글둥글’은 너무 평범하거나, 오래돼 무심히 지나치는 작은 존재조차 사랑하는 시인의 마음을 담고 있다.
백현주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김 시인의 세상을 향한 사랑은 언제나 사람들의 밝은 면을 보고자 한다. 시인의 언어 속에 인간애가 묻어난다. 그러나 아무리 긍정적인 면을 보고자 해도 시인에게 세상은 녹록지만은 않아 마음의 상흔을 남기기도 한다”고 했다.
시 ‘달팽이와의 대화’에서 “Q. 사람들이 널 잡으면 어때?/ A. 무섭고 싫어!!! 그래서 난 껍질 속으로 숨어!!”라고 표현하고 있다. 백 평론가는 이에 대해 “이 세상이 맑은 마음을 사랑하는 시인의 마음에 상흔을 남기기도 하고, 그래서 숨어들기도 한다”고 평했다.
박인선 대표는 “김상규 시인의 시집 ‘둥글둥글’은 시인이 살아가고 싶은 세상의 순리와 닮아있다. 평소 시인은 세상을 둥그렇게 껴안아 주고 있다”며 “반딧불이를 들어설 때마다 항상 반갑게 인사하는 시인은 시를 쓰고 나서 아름다운 표현을 배워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는 행복을 전하는 아름다운 시인”이라고 말했다.
김종석 시인의 시집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는 시인의 소원과 소원을 이루고 싶은 간절함이 전해진다.
백현주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 즐기고 싶은 것들이 다 그의 시에 들어있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은 너무 가혹하다”며 “차별을 행동과 말로 보여주는 이 세상에 대해 김 시인은 말에 대한 사유도 시에 담아냈다”고 평했다.
시 ‘말은 검(劍)같다’에서 “내가 어릴 때 같은 반 아이들이 나보고 장애인이라/고 놀려서 많이 힘들었다./...그 때 난 말이 검 같다고 생각했다”고 표현하고 있다. 백 평론가는 차별을 말로 보여주는 세상에서 김 시인은 예리한 말의 날에 베인 상처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박인선 대표는 “김종석 시인은 이상이 높고 사람이 갖춰야 할 덕목을 중요하게 여기는 청년이다. 어머니의 버팀목이 돼야 하는 가장의 무게가 어깨에 있음에도 덤덤하게 잘 해내는 아름다운 청년”이라며 “때론 세상이 그를 흔들기도 하지만 제 자리를 지키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시집을 완성해 가면서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게 돼 기쁘다”고 했다.
장진수 시인의 시집 ‘사랑의 소리’는 자신의 내면과 주변을 돌아보는 사유 세계를 담았다. 백현주 문학평론가는 “시인의 마음속엔 늘 사람이 있다. 무거운 어깨를 추스르고 묵묵히 일하는 아버지에게 듬직한 큰아들이 돼 주고 싶은 마음, 언제나 자신을 돕는 주변 사람들을 잊지 않는 마음이 가득하다. 들풀을 사랑하고 바람을 사랑하고, 불편한 몸이어도 타인을 돕고 싶은 마음을 시 속에 담았다”며 "존재의 소중함을 들여다볼 줄 아는 바다 같은 마음이 시에 엿보인다"고 평했다.
시 ‘마음이 용기를 냈다’에서 “내 목발에 날개가 돋아난 것처럼 용기가 났다.”고 표현하고 있다.
박인선 대표는 “장진수 시인은 사랑이 많은 소년 같은 청년이다. 누구에게나 곁을 내어주는 따뜻한 성품 때문에 반딧불이에는 시인을 따르는 친구들이 많다. 고민도 잘 들어주고, 장난을 걸어도 늘 따뜻하게 받아준다”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같이 반딧불이를 환하게 밝혀주고 있다”고 했다.
최문석 시인의 시집 ‘나는 하늘이야’는 최 시인이 만들고 싶은 초록 세상이 가득하다.
백현주 평론가는 “최 시인의 시는 작은 언어의 씨앗이 땅을 뚫고 나와 표정이 되고 풍경이 되어 숲의 녹음을 일궈낸다”며 “시인이 빚어낸 녹음은 그 자신과 시를 품은 독자들에게 초록 신호등을 보낸다. 초록으로 가득한 시집”이라고 평했다.
시 ‘용기의 원천’에서 “횡단보도 건널 때가 무서워요/ 차가 갑자기 오거나/ 내가 이 세상에서 없어질까 봐/ 깜깜한 동굴 속처럼 무서워요// 초록불이 켜지고 신호등이 깜빡거려요/ 나는 용기를 내요/ 초록불이 나에게 용기를 줘요/”라고 표현하고 했다.
박인선 대표는 “최 시인은 어느 바람 부는 날 하늘에 떠 있는 구름처럼 가볍고 뽀얗고 기분 좋은 구름 같은 시인이다. 어느날 최 시인이 ‘나는 하늘이야’라고 했던 순간이 생각난다. 최 시인의 깊은 눈 속에 하늘도 구름도 별도 달도 들어 있다. 그래서 언제든 달려가 누구든 도와주고 싶어하는 착한 심성을 가지고 있다”며 “최 시인의 시가 착한 시가 된 것은 그의 하늘같은 마음 때문"이라고 했다.
곧 발간 될 스물한 번째 반딧불이 시선도 기다려진다. 어떤 시들이 담겨있을지, 고운 시를 읽게 될 기대감으로 벌써부터 설렌다.
한편, 지난해 발간된 5인 5색 시집은 오정환 시인의 ‘나의 전부인 소리’, 조계진 시인의 ‘신호등’, 강효림 시인의 ‘내겐 시가 한 바가지 있다’, 박수현 시인의 ‘두근두근’, 문혜림 시인의 ‘상자 안이 궁금해’ 등 5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