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배우 한효주는 나의 한국어 공부에 많은 도움을 준 고마운 사람이다. 러시아에서 음대를 졸업한 나는 한국어 어학당에서 한국어 6급 과정까지 마치고 대학교 국어국문학과 2학년으로 편입학하였다. 이문열의 소설을 집중적으로 보면서 한국어 문장을 공부했고 회화는 TV 드라마 사극(史劇)에 의존했다. 당시 한효주라는 여배우가 나오는 <동이>라는 역사 드라마가 인기였는데 60부작이라는 방대한 분량을 10여 회부터 본방사수(本放死守)하였고, 이전 회차는 다시 보기로 몰아서 감상했다.
법도를 따져서 말하는 궁중 언어는 내가 고급 한국어를 익히고 한자를 공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효주는 172cm로 173cm인 나와 키가 거의 같다. 그래서 더 정이 갔는데 2012년 개봉된 <광해, 왕이 된 남자>를 극장에서 보고 드라마와는 색다른 감동(感動)을 느꼈다. 이병헌의 연기가 특히 좋았고 중전으로 나오는 한효주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도 대단했다.
광해를 보고 한효주가 참 한국적이면서도 아름답고 기품이 넘치는 배우라는 것을 실감했다. 한효주가 나오는 영화와 드라마는 대부분 보았는데 ‘뷰티 인사이드’와 ‘쎄시봉’이 인상 깊었다. 그렇지만 광해에 중전으로 나온 한효주의 연기가 가장 뛰어났고 품격이 넘쳤다. 한효주는 키가 커서 사극에서는 다소 불리한 편인데 광해를 보면 큰 키가 오히려 플러스로 작용했다. 최근에 <해적: 도깨비 깃발>을 보았는데 순전히 한효주가 나와서 봤다.
한효주는 현대극, 사극을 가리지 않고 완벽한 발음과 우월한 신체 조건을 활용하여 깔끔한 연기를 펼친다. 한효주가 장이머우 감독과 같은 거장을 만났더라면 장쯔이에 견줄 수 있는 월드 스타가 되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크다. 한효주는 자연산 미인이라는 것이 더 마음에 든다. 한국의 여배우들을 보면 얼굴이 비슷비슷한 사람이 많은데 아무래도 자연적인 아름다움이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한효주는 속된 말로 원판(原板)을 간직하고 있어 성형(成形)했다는 시비로부터 100% 자유롭다.
한효주가 더 좋은 작품에 출연하여 칸국제영화제 같은 국제영화제 무대에서 여자연기자상을 받기를 기대해 본다. 한효주는 서양 미인과 견주어도 전혀 꿇리지 않는 기품이 넘치는 미모를 가진 여배우다. 갑진년(甲辰年) 새해, 나의 한국어 발음에 큰 도움을 준 한효주의 성공을 기원한다. <타티아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