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제6회 ‘남구만 신인문학상’ 공모전에 김은순 씨가 당선됐다.
1일 남구만 신인문학상 운영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선정작은 김은순의 ‘집의 마술’외 6편이다. 당선자 김 씨는 1957년 대전광역시 출생으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본심 심사위원단은 “당선작 「집의 마술」은 ‘멍텅구리배’를 ‘섬’과 ‘사람들의 집’으로 은유하면서 그것을 한순간에 현실화하는 이미지와 리듬이 서정시로서 갖춰야 할 짜임새와 깊이를 보여준다.”면서 “시와 시인이 일치하는 것 같은 자유자재함이 생략과 여운의 독특한 서정으로 겹은유되어 되풀이 읽게 만드는 매력을 발휘하는 작품”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전국에서 500여 편의 시가 접수된 신인상 공모전은 블라인드 심사로 진행됐으며, 본심 위원은 김윤배(시인), 이경철(시인, 평론가), 박형준(시인‧동국대 교수)씨가 맡았다.
약천 남구만(1629~1711)은 조선시대 문신으로 ‘동창이 밝았느냐’ 등 시조 900여 수를 지어 우리나라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남구만 신인문학상’은 용인에서 여생을 마친 남구만 문학세계를 기리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용인문학회와 용인신문사가 공동 주최하고, 용인특례시와 의령남씨 문충공파 종중이 후원하고 있다.
당선자에게는 상금 500만 원이 수여된다. 시상식은 11월 18일 용인시청 에이스홀에서 개최되는 ‘2023 약천 남구만문학제’에서 실시된다.
<당선작>
집의 마술
김은순
서귀포항, 수평선으로 지어진 백 년 된 집
밤마다 멍텅구리배로 몸을 바꾼다
그물을 쥐고 수평선을 찾고
물결을 쥐는 멍텅구리배
맑고 고운 뱃고동을 지녔다
뱃고동은 푸르기만 해서 섶섬과 새섬으로 가고
문섬과 범섬까지 우렁차다
고등어 떼 울음소리 들린다
멍텅구리배는 먼바다를 걷는다
어제는 옥돔과 도미
오늘은 물구나무서는 삼치를 가지고 온다
파도가 박명을 휘감을 때까지
배의 둘레가 비린내로 끼얹어졌다
저 해 뜨는 집
굳게 다문 철문 하나 갖고
멍텅구리배였던 기억을 금방 잊는다
마당에 파닥이는 아가미들 숨들,
그때 신발 한 켤레가 나와 눈을 휘둥그레 뜬다
천사백 개의 비늘에 자자해지는 아침이다
서귀포항을 끼고 살아가는 집들이
밤마다 고기 잡으러 마실 나온다는 마법,
여태껏 마술사를 본 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