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궁리의 연기를 보면 그냥 우러나오는 것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녀는 빼어난 미인도 아니다. 덧니도 배우가 되고 나서 ‘치아교정’을 하였다. 궁리가 1987년 붉은 수수밭(紅高粱)으로 데뷔했을 때 관객은 그녀의 원시적인 아름다움에 감탄했고 신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뛰어난 연기력에 놀랐다.
궁리는 동서양을 통털어 연기력만 놓고 보면 첫손가락에 꼽힐 만큼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다. 할리우드 여배우 중에 궁리에 버금가는 연기자를 꼽으라면 ‘메릴 스트립’정도를 들 수 있다. 메릴 스트립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궁리를 넘어서지는 못한다.
궁리의 연기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다.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과 볼피컵 최고 여자연기상을 받은 ‘귀주이야기’(秋菊打官司)를 보면 그녀는 그냥 산골 여인이다. 눈을 씻고 봐도 배우가 연기하는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 제목이 귀주이야기가 된 사연이 기막히면서도 재미있다. 영화에서 궁리는 고추농사를 짓는 산골 새댁 추쥐로 나온다. 당시 외신으로 들어온 베네치아영화제 뉴스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영문 제목인 The Story of Qiu Ju를 한어 병음 표기인 귀주로 읽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다.
영화의 원제목은 ‘추쥐(秋菊)가 소송을 걸다‘는 뜻이다. 한자 독음으로 그냥 ’추국 이야기‘로 했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당시 언론통신사 국제부 기자들의 한자 실력이 형편없었다는 데 있다. 이러한 해프닝은 한자 교육을 철폐하고 영어 조기 교육에 몰빵한 대가이다. 영어 조기 교육으로 매년 10조 원이 넘는 사교육비가 들어간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다. 천문학적인 사교육비만 들어가고 미국에 대한 사대주의만 심화되었을 뿐이다.
아무튼 궁리는 하늘이 내린 명배우로 불릴만한 연기자이다. 그녀의 연기는 작품의 캐릭터와 100% 일치한다. 궁리와 같은 대배우와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그녀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난 축복이다. 궁리는 중국을 넘어 동양을 대표하고 전세계의 여배우들에게 연기의 교본이 된 불세출의 연기자이다.
궁리의 작품 중 걸작이 아닌 것이 별로 없을 정도로 대단한 영화들이 즐비하다. 붉은 수수밭을 비롯하여 국두(菊豆), 인생(活着), 패왕별희(霸王別姬), 5일의 마중, 귀주이야기, 홍등(紅燈), 진용(秦俑) 등등 그녀의 작품은 영화사에 남을 명작들이다. 북방계열로 얼굴이 비교적 큰 편에 속하는 핸디캡마저 장점으로 승화시킨 배우가 궁리이다. 그녀는 배우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그만큼 그녀의 연기는 사실적이고 꾸밈이 없다. 그녀가 더 많은 작품에 출연하기를 기대해 본다. <프리랜서: 타티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