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용인시는 예로부터 풍수지리 측면에서 명당자리가 많다고 했다. '사거용인(死去龍仁)'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분묘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조선시대부터 한양성곽 주변 도시의 고관 대작들이 우거지로 선호해 조광조, 남구만 같은 굵직한 인물들이 낙향해 살았다. 벼슬에서 물러나 용인에 머물면서 명현의 묘역이 조성되거나 명현이 많이 배출됐다. 요즘에도 유명세를 날리던 인물들의 유택(幽宅)이 대거 몰리는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문학인들의 묘역이 용인지역에 산재해 눈길을 끌었다. 홍길동의 저자 허균의 가족묘가 이전해와 원삼면 맹리에 조성되어 있다. 몇 년 전엔 박목월 시인 묘역 옆에 그를 기리는 문학정원이 용인공원묘원에 조성되기도 했다. 용인지역 최초로 용인신문과 용인문학지에서 용인문학 순례길 4개 코스를 개발해 제언했던 것은 행정당국이 나서서 지역문화콘텐츠로 적극 개발해 주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한 작가의 사상이나 예술 활동 등을 연구 비평하기 위해서는 그의 활동 시기와 공간, 그 시대 특수한 환경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작가론은 작가의 탄생 공간부터 작품 활동에 영향을 끼쳤던 환경, 그리고 사후 묘역을 통한 조명과 평가에 이르기까지 다
[용인신문] ‘생거진천 사거용인’. 특히 ‘사거용인’은 지리적으로 서울에서 가깝고, 임야가 많다는 지리적 특성이 반영된 말로 보인다. 어떤 이유에서든 용인지역엔 유명인들의 유택(幽宅), 즉 묘역이 많다. 용인신문은 수차례 용인시에 문학인들의 묘역을 중심으로 콘텐츠화를 제언한 바 있다. 용인의 대표적 문화콘텐츠인 이사주당의 태교신기가 탄생을 통한 생명을 상징한다면, 사거용인은 죽음 이후의 또 다른 생명과 탄생을 의미한다. 본 기사는 용인문학과 김종경 소논문 ‘용인지역 문학비 실태와 문학순례길 제언’ (부제: 문학인 묘소, 문화공간으로서 의미)을 일부 인용, 발췌함을 밝혀둔다. -편집자 주- # ‘사거용인’은 명당설 때문? 용인지역은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자리가 많기로 유명하다. 조선시대 이전부터 왕릉을 제외한 명망가들의 분묘가 많았고, 현대에 이르러서도 대규모 장묘시설(공원묘지)들이 설치되면서 여전히 사후의 인기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한양 성곽 주변 도시에 고관 대작들이 우거지로 선호해 조광조, 남구만 같은 인물들이 용인으로 낙향해 살았다. 벼슬에서 물러나 용인에 머물면서 명현의 묘역이 조성되거나 명현이 많이 배출됐다. 그중 당대에 유명세를 날리던
[용인신문] 1999년 겨울이었다. 나는 용인공용버스터미널에서 충주행 막차를 탔다. 출발할 때 간간이 날리던 눈발이 용인을 벗어나자 거세졌다. 벼른 습작 여행이었다. 소설주인공은 수몰된 고향을 못 잊어 충주호에 수상가옥을 띄우고 물고기를 잡아 파는 40대 남자. 여성을 유혹해 독으로 중독시킨 뒤 난행을 일삼는 악한이었다. 이른바 악한소설(惡漢小說)을 구상하게 된 배경은 지금와 생각해도 한심하다. 군 제대 후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한 만학도 처지였지만 창작의 고통보다는 숙취의 고통에 익숙했다. 기발한 상상력과 수려한 문장은 내 것이 아니었다. 여학우들이 대부분인 과에서 술버릇 나쁜 늙다리 학우였다. 결정적으로 특강을 마친 소설가 성석제 선생 뒤풀이 자리에서 사고를 치고 말았다. 한창 유명세를 치르던 성 선생을 질투하다 흥분해 그의 앞에서 유리컵을 깨물어버렸다. 행패에 앞서 “당신보다 더 위대한 작가가 되겠다”고 외쳤다는 학우들의 증언. 나는 잘못을 빌기보다는 수모를 떨칠 괴작에 매달렸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싶었다. 충주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렸다. 세찬 바람을 동반한 눈발에 눈을 껌뻑이기 힘들었다. 밤 11시 언저리. 최종목적지인 충주호로 향
[용인신문] 살랑이는 봄바람에 꽃들이 흩날린다. 가지 끝에 매달려 필사적으로 꽃의 시간을 견디는 모습이 안쓰럽다. 우리네 삶에도 이처럼 비바람이 불어오는 날들이 있다. 코로나를 겪는 지금 이 시기를 비바람이 몰아닥친 시간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예상치도 못한 코로나라는 복병이 찾아와서 우리네 삶을 쥐락펴락하고 있으니 말이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조심해도 잠시 사이에 코로나는 발목을 잡는다. 코로나 확진자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확진자와 접촉을 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그날도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했고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일이 꼬이고 말았다. 내가 잠깐 머물렀던 그곳에서 확진자인 줄 모르고 차 한잔을 나눈 것으로 자가격리자가 된 것이다. 물론 그 당사자도 본인의 상태를 몰랐고 그 일이 있은 후 다른 이의 양성 판정 사실을 안 후 본인도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이니까 그의 잘못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코로나 격리 통보서를 받고 보니 화살이 그에게 꽂힌다. 몹시 화가 나고 옴짝달싹 하지 못하게 되다 보니 원망하게 된다. 아침 저녁으로 체온 및 건강 상태를 체크하여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
[용인신문] 우리나라 젊은 층의 소비와 여행패턴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짧은 주말여행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기초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젊은 층은 단기 근거리 여행 빈도가 증가하고, 경험과 체험을 중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대형 쇼핑몰과 초대형 카페, 심지어 군부대 입영 병사들의 소비 활동까지 다양하게 나타나는 용인시의 경우 핫플레이스를 통한 지역경제‧ 문화 활성화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편집자 주- 최근 몇 년 사이 용인시에는 국내 유수의 대기업은 물론 다국적 기업들까지 참여하는 글로벌 쇼핑몰과 초대형 베이커리 카페 등이 우후죽순 생겨나 소비문화 패턴이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현상은 용인시의 행정정책 의지와는 무관한 것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사회적 변화로 읽힌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빅데이터를 통해 과학적인 정책을 만들어 현실에 적용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 대기업과 거대자본 ‘소비문화지도’ 장악 대기업이 운영 중인 삼성에버랜드와 한국민속촌은 용인시보다 더 먼저 유명해진 대한민국 핫플레이스로 손꼽힌다. 코로나19 이전엔 연간 1000만 명 이상의 국내· 외 관광객들이 용인시
[용인신문] 30여 년을 용인시에서 언론인으로 살아온 기자는 누구보다도 용인을 잘 안다고 자부해왔다. 하지만, 최근엔 용인시가 낯설게 느껴진다. 20대 후반 처음 기자 생활을 했을 때 만해도 용인시는 전형적인 농촌 지역에 불과했다. 1995년 지방자치가 부활했고, 대부분 지방의원은 지역을 연고로 나온 원주민 중심이었다. 90년대 초 중 반, 군 단위 시절 출입기자단은 본지 기자단을 제외하면 10여 명에 불과했다. 당시엔 정보기관인 안기부와 기무사, 그리고 경찰서 정보 형사들이 시살상 지역 내 모든 조직을 관리(?)했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군 단위 시절의 전형적인 시골 마을은 경부고속도로를 축으로 개발의 광풍이 몰아닥치면서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이뤘다. 원주민이 불과 1만여 명에 불과했던 수지구(당시 수지면)는 현재 38만 명에 육박한다. 그래서 비약적 발전이 아닌 “논밭이 아파트숲으로 변했다”라는 비유를 한 것이다. 기흥구 인구는 더 많아서 현재 44만여 명이고, 오히려 면적이 가장 큰 처인구는 26만여 명이다. 도시의 가장 큰 변화는 인구 증가라고 볼 수 있지만, 최근 들어 놀라운 것은 도시 인프라가 어느 정도 조성되자 일명 ‘핫플레이스’가 곳곳에 생기고
[용인신문]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제2공화국 때 처음 도입됐다. 이후 박정희 5‧16쿠데타로 뼈아픈 단절을 맞았고, 1995년 다시 부활했다. 지방자치제는 주민의 삶을 개선하고 권위주의를 탈피해 관공서 문턱을 낮췄다. 하지만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26년이 지난 현재까지 지방자치에 대해선 회의적 부분이 많다. 제도적 모순과 인물론이 거론되는 것은 물론 고질적 병폐가 만연하다는 지적이다. 용인지방자치의 허와 실을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 지방자치제는 ‘무한 자유와 책임’ 프랑스 지방자치제는 1982년 도입되면서 중앙권력이 대폭 지방으로 이전됐다. 우리나라처럼 광역과 기초단체로 구분된다. 국가기구의 지원은 재난과 지방이 해결할 수 없는 국가 사안에만 제한한다. 지방행정에 관한 전권은 자치단체가 갖는다. 가장 흥미로운 특징은 단체장과 의회의 수장이 같다는 것이다. 비교하자면 용인시의회 의장이 시장을 겸직하는 것이다. 시의회 의원은 주민투표에 의해 선출된다. 단체장은 시의원 중 의장에 선임된 사람이 맡는다. 프랑스의 지방자치제는 무한한 ‘자유와 책임’을 대명제로 시행 중이다. 프랑스의 최소 행정기구인 꼬뮌(Commune)을 우리말로 굳이 번역한다
[용인신문] 용인은 동으로는 이천, 북으로는 성남과 광주, 남으로는 안성과 평택, 서로는 수원, 화성, 의왕과 맞닿아 있다. 여기에 서울과 비교적 가깝다 보니 교통요지로 손꼽힌다. 용인장과 백암장이 예부터 유명한 것은 이 같은 위치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교통요지란 표현은 서울이나 다른 지역과의 접근성을 따졌을 때다. 용인 안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서울 가기는 편하지만 수지구에서 기흥구를 거쳐 처인구로, 즉 용인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하기는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경부고속도로를 축으로 서울과 가까운 거리 순서대로 도시화가 드문드문 이뤄지다 보니 수지, 기흥, 처인구 순으로 교통체증이 심하다. 수지 죽전동과 풍덕천 사이 국도는 악몽 자체다. 여기서 경험 한 토막. 20여 년 전 구성에 살던 큰누나가 저녁 무렵 갑작스레 산통을 느꼈다. 자동차에 임산부를 싣고 풍덕천 사거리 근처 산부인과를 가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답답한 교통체증은 강산이 두 번 바뀌었어도 현재진행형이다. 지금도 최단 거리가 13km에 불과한 수지구에서 처인구 용인시청으로 가려면 자가용을 이용하더라도 30분이 넘게 걸린다.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면 환승의 환승을 거쳐야
[용인신문] 용인시가 법정 문화도시 지정을 위한 부서 간 공감대 형성과 소통을 위한 전문가 특강을 실시했다고 한다. 얼마 전, 기자는 용인시가 과연 인구 110만명의 특례시가 될 자격이 있는지와 문화도시에 대한 비전이 있는지를 비판한 바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문화도시 공모사업은 2018년도에 발표됐다. 이후 3년간 수많은 자치단체가 이미 지정됐다. 하지만 용인시는 신청조차 못 했기 때문이다. 문화도시로 지정되면 5년간 최대 200억 원의 사업비를 받을 수 있다. 큰 예산이지만 지자체들이 단순히 예산 때문에 어려운 공모사업에 뛰어든 것은 분명 아니다. 정부가 인정하는 문화도시가 된다는 것은 도시의 품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문화도시로 지정되면 주민들이 가장 먼저 기뻐할 것이다. 선한 영향력으로는 정주의식과 정체성 확립, 관광도시로 거듭날수록 지역경제활성화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 아닌가. 얼마 전 기자는 서울 중랑구와 경기 구리시를 경계로 한 ‘망우리 공원’을 다녀왔다. 망우리 공동묘지로 더 잘 알려졌던 곳이다. 벚꽃이 만발한 망우리 공원엔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정상까지 올랐다가 내려와 둘레길을 돌다 보니 문학인을 비롯한 예술인, 독립운동가, 기업
[용인신문] 구갈레스피아에 봄꽃이 피기 시작했다. 산수유가 가장 많이 눈에 띈다. 매화, 목련, 벚꽃 순으로 슬금슬금 피고 있다. 구갈레스피아(Restoration + Utopia)란 미끈한 이름에 이끌려 찾아온 사람에게 땅 밑 하수처리장이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면 믿지 않는다. 더러운 물이 깨끗한 물로 바뀌는 과정은 복잡하다. 대신 꽃을 구경시키면 고개를 끄덕인다. 활짝 핀 꽃은 이 공간이 사람 살만한 곳이라는 믿음을 준다. 꽃구경보다 좋은 게 사람 구경이다. 어린이나 청소년이 옹기종기 모여 떠드는 모습은 언 땅 비집고 난 새싹 같다. 할머니가 느릿느릿 나물 캐는 모습은 봄날 아지랑이 같아 곁에서 졸고 싶다. 가장 좋은 것은 대학생 구경이다. 성년을 갓 넘은 청춘. 입시부담 털고 마음껏 놀고 배우며 스스로 가능성을 키우는 묘목. 어딜 내놔도 잘 클 것 같은. 꽃이 그러하듯 대학생 많은 곳이 사람 살만한 공간이라고 나는 믿는다. 예전과 다르다고 하지만 용인은 누가 뭐래도 대학도시다. 이 땅 안에 자리 잡은 대학만 8개. 강남대, 단국대, 루터대, 명지대, 송담대, 용인대, 외국어대, 칼빈대가 있다. 특수목적의 대학을 제외하면 1만 명 안팎의 재학생이 있으니 어
용인시, 장기 미집행 공원일몰제 앞두고 강행 토지 매입비 껑충… 2000억 초과 우려 확산 동천지구·고기동 주민 집단민원 선심성 행정 낙생저수지 절반 타 지자체 행정구역 불구 용인시 독자적 사업 추진… 성남시만 좋은 일 [용인신문] 용인시와 성남시 경계지역에 조성 예정인 고기근린공원 조성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또 다시 일고 있다. 정부의 장기미집행 공원일몰제를 앞두고, 용인시가 난개발 방지를 이유로 수십년간 공원부지로 묶여 있던 땅을 매입키로 하면서 시작됐다. 약 150여 명의 토지주 가운데 상당수 토지 소유자들의 반발도 계속되고 있다. 시가 당초 토지보상비로 세운 예산 613억 원조차 감정평가 결과,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용인시는 왜 시 경계지역에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려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난개발 방지와 교통체증 및 녹지보전을 명분으로 내세운 인근 동천지구와 고기동 일대 주민들의 집단민원에 떠밀린 선심성 행정이라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다. -편집자 주- #토지보상비 눈덩이 늘어나 용인시가 장기 미집행 공원일몰제를 앞두고 추진 중인 ‘고기근린공원’ 조성 사업을 위한 토지매입가가 당초 감정평가 결과인 613억 원보다 약 340억 원 이상
[용인신문] 드디어 봄이 오고야 말았다. 거실에서 웅크리고 있던 화분들을 베란다로 내놓은 지 며칠이 지났다. 지난 2월에 입양해 온 제라늄은 꽃봉오리를 만들어냈고, 베고니아는 이름을 베순이라 지어주고 매일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겨울을 두 번이나 지낸 호접난. 2년 전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스승의 날이라며 들고 온 화분을 용케 잘 살리고 있다. 남사에 있는 화훼단지에 다녀온 덕분이다. 시름시름 앓던 이유를 알 수가 없었는데 물주는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시간 정도 화분을 물에 담가놓는 방식으로 물을 줘야 하고, 여름에는 물을 많이 주면 안 된다는 조언이 있었다. 2월에 지인 덕분에 가게 된 남사. 이동저수지를 휘돌아가는 길에서 만난 겨울과 봄은 말로 하지 못할 만큼의 경이로 다가왔다. 그때, 남사의 들판에는 한가득 내려앉은 까마귀 떼가 장관이었다. 지도에서 찾아보니 진위천이라고 쓰여 있는 천변은 산책로를 이쁘게 만들어놔서 언제라도 물새들과 함께 걷고 싶은 마음을 부른다. 나의 최종 목적지는 남사화훼단지. 그곳에 가면 들판 곳곳에 비닐하우스 여러 동이 보인다. 그들은 꽃을 품고 있다. 화훼단지는 묘목도 많고, 가지가지 꽃들을 마련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