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암 주민들 “선생을 기리자”... 의기투합 현재 회원 36명 활동
백중문화제 지원, 문화제 당일 새벽 고유제 지내며 ‘무탈 기원’
[용인신문] 반계숭모회 황규열 회장은 백암에서 평생 농사일에 전념하며 농업을 천직으로 알고 지냈다. 지역에서 벗어난 적이 없기에 농사일을 함께하는 이웃이 전부였고 그들이 평생 사귄 친구였다.
어느 날 평소와 마찬가지로 점심시간을 이용해 친구들과 점심을 먹으며 우리가 농사만 지으며 살 것인가를 주제로 대화를 이어가던 중 반계 유형원 선생의 묘소가 백암면 석천리에 있다는 것이 화제에 올랐다. 실제 백암면 석천리에 조선시대 실학자인 반계 유형원 선생의 묘소가 있으며 지난 1976년 8월 27일 경기도 기념물 제32호로 지정됐다.
백암에 선생의 묘소가 있다는 것을 주제로 대화를 하던 중 백암은 농촌지역이고 농민들이 잘살 수 있는 책을 지으셨던 유형원 선생을 기리자며 선생의 호인 ‘반계’를 따서 당시에 뜻을 같이했던 친구 8명이 ‘반계숭모회’를 결성했다. 현재는 황규열 회장을 중심으로 36명의 회원들이 활동 중이다.
이후 유형원 선생의 사상에 대해 토론을 이어가며 선생에 대한 지식을 넓혀가는 한편 그의 사상을 지역에서 올곧게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유형원 선생은 나라가 부강하고 백성이 편안하려면 농민에게 경작할 수 있는 농지를 확보해 줘야 된다는 것을 주장했다. 학문은 실제 사회에 이바지 되어야 한다는 ‘경세치용’, 기구를 편리하게 쓰고 먹을 것 입을 것이 넉넉해야 한다는 ‘이용후생’, 사실을 토대로 진리를 탐구해야 한다는 ‘실사구시’ 등 그의 주장을 담은 반계수록은 조선 18대 효종 때 지어졌고 21대 영조 때 간행됐다.
황규열 회장은 “반계 선생은 실학의 선구자임과 동시에 농민이 나라의 근간임을 알리고 농기구 쓰는 법 및 농민이 잘 살 수 있도록 토지개혁을 주장했다”며 “또한 나라는 군대를 양성해 백성을 지키는 일이 우선이고 관리나 백성은 학문을 배워 나라를 부강케 하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백암은 농촌지역이고 농민들이 잘사는 나라를 주장한 선생의 묘소가 있기에 반계숭모회가 모범을 보이며 뜻을 계승하려 한다”고 했다.
반계숭모회를 결성할 당시 “참 고맙소. 좋은 모임에 나도 동참하기를 원하오. 나는 연 500만원씩 지원할 것”이라며 옥산리 아송부락의 송병의 씨가 회원가입의 뜻을 밝혔다. 이렇게 송병의 회원 외에 다른 회원은 각각 연 30만원씩 회비를 각출키로 하고 지난 2015년 7월부터 반계숭모회가 결성됐다.
황 회장은 “농촌지역에서 30만원은 너무나도 큰 부담이지만 지금까지 통장에는 5000만원이 입금돼 있다”며 “지금까지 빠지지 않고 동참해준 자랑스런 회원들의 뜻을 담아 회비는 백암을 위한 일에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암 백중문화제는 백암을 대표하는 민속행사다. 반계숭모회는 회비 중 200만원을 지원하고 문화제 당일 새벽엔 고유제를 지낸다. “백암에 큰 행사가 있사오니 끝날 때까지 무탈하게 해 주십시오”라며 제주를 올린다. 지난해까지는 초혼관으로 황 회장이 참여했지만 올해부터는 처인구청장이 맡기로 했다. 반계숭모회는 문화제에 200만원을 지원하는 외에 ‘자랑스런 농민상’도 제정했다. 자랑스런 백암의 위상에 맞고 열심히 농사를 지은 농민에게 상패와 함께 부상으로 200만원을 전했다. 백암을 위한 상이기에 올해부터는 ‘자랑스런 기업인상’도 만들었다. 대신 농민상의 200만원을 나눠 상패와 함께 각각 100만원씩 전하기로 했다. 그 외 백암면민 체육대회에도 10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황 회장은 “나는 전국 어느 면소재지에서도 볼 수 없는 훌륭한 회원들과 함께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백암지역 발전을 위한 일에 회원들의 고마운 뜻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