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 중 최고는 ‘창건 불사’아닌가”
10년 째 사찰을 혼자서 짓고 있는 괴짜 스님
수행 정진하는 마음으로 불사에 혼열 받쳐
불사 중에 건축법 바뀌어… 위반건축물 전락
양성화위해 8000여만원 이행강제금 내야
“창작물 만들고 싶은데 현행법 규제 많아”
혼자서 10년 넘게 사찰을 짓고 있는 스님이 있다. 화성에서 온 괴짜 혹은 맥가이버 스님으로 알려진 화성(和成) 스님이 주인공이다. 그가 20여 년 전부터 창건 주지로 와서 불사 중인 곳은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각궁로 116번길 103에 위치한 도솔암(馟率庵). 이곳은 용인시의 변방 중 변방으로 남사면 중심부에서도 외곽으로 한참 가야하기에 사찰 연륜이나 스님의 지명도에 비해 아는 사람이 적다. 미디어를 통해서는 도솔암과 화성스님이 전국적으로도 알려져 있지만, 정작 도솔암이 위치해있는 용인시의 행정기관이나 지역 내 불자와 오피니언 리더들은 오히려 잘 모르는 편이다.
# 아늑한 암자 상상... 막상 눈앞에 커다란 전원주택?
폭염이 들끓던 지난 25일, 도솔암은 이름 때문에 작은 암자(?)를 연상케 하였으나 막상 도착해보니 무슨 큰 저택, 아니 전원주택처럼 보였다. 사찰이라 하기엔 뭔가 어색했지만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상상을 초월하는 입불(立佛) 약사여래불상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한편에서는 밀짚모자를 쓴 깡마른, 탁발승 분위기의 스님이 대패질을 하다말고 기자를 반갑게 맞이해줬다.
그가 바로 이곳에서 홀로 사찰을 짓고 있는 화성 스님. 일반 사찰로 치자면 큰 대웅전일진대 모든 게 달라 보였다. 일단, 미완성의 불당에 모셔진 부처님이 좌불이 아닌 입불이다. 그것도 어디서 본적도 없는 책을 든 12m 높이의 약사여래부처님. 기자는 내심 사이비 사찰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갖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먼저 종단에 대해 물었다. 대한불교 조계종에 등록된 공식 사찰이란다. 취재 후 조계종 공식홈페이지에서 재확인해보니 맞다. 그래도 단청은커녕 흔해빠진 기와 한 장 없는 사찰이 어디 있을까 싶었다. 종파(宗派)를 달리하는 수많은 사찰들도, 심지어 무속인들조차 좌불을 모시고, 단청과 기와를 올리는 판인데 말이다.
그래서 기자의 인터뷰는 은연 중 꼼꼼하게 시작했다. 그런데 스님의 몇 마디에 경계심이 풀리고 말았다. 시종일관 유쾌하고 호탕한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 화성 스님. 일단 기존의 근엄한 스님들과는 근본 DNA가 달라보였다. 민감할 수도 있는 질문도 특유의 유머와 감각으로 솔직 담백하게 응수했다. 상대방의 말에 공감하면 유쾌한 웃음과 박수까지 곁들여 과할 정도의 반응을 했다. 괴짜 스님이란 말이 나올 수밖에 없어 보였다.
사찰은 외관만 번듯했지 내부는 바닥 공사가 절반밖에 안 끝났다. 목재와 돌이 섞인 독특한 방식이다. 우리나라 사찰이 화재에 취약해 돌을 넣었다고 했다. 천장 일부 구간은 유리를 덮었다. 하늘의 빛과 부처님의 머리꼭대기에 뚫린 구멍이 관통하는 그 무엇을 의미하는 듯 했다. 바닥공사가 끝나지 않은 반쪽에는 공구와 자재들이 가득했다. 그곳이야말로 스님 홀로 노동을 통해 수행 정진하는 최고의 열반지처럼 보였다.
화성 스님이 처음 공사를 시작한 것은 2002년도. 이곳에 산지전용허가를 받으면서부터라고 했다. 이미 작은 사찰 세 채를 지었고, 지금 공사 중인 건물은 바닥에서 천장까지의 높이만도 10m가 넘는다. 왜 기존 사찰 양식을 따르지 않느냐고 묻자 스님은 “대한민국 사찰 대부분이 중국 영향을 받았기에 한국식 고유사찰을 짓고 싶었다”고 했다. 결국 도솔암이 완공되면 그 모양새나 건축공법이 전 세계에서도 유일무이한 절이 된다. 기자 역시 유럽 국가의 성당 교회는 몇 백 년씩 걸려서 짓는 것을 보았지만, 우리나라에서 10년 넘게, 그것도 혼자서 절을 짓는다는 것은 처음 듣고 보았다. 작은 사찰이라면 몰라도.
# 화성스님 땀방울로 쌀아올린 용인의 명소
문제는 화성스님이 짓고 있는 도솔암의 경우 현행 건축법과는 상당히 괴리가 있다는 것. 스님은 수행하는 마음으로 절을 구상 한 후 사찰을 창작물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건축법이 머릿속 창작물까지 인정해주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건축법은 고사하고, 설계도조차 없이 대형 공사를 하고 있으니 법의 잣대로 보기엔 얼마나 무모하고 설득력이 없어 보이겠는가. 물론 일반 건축물들과 목재를 주요 소재로 한 사찰은 기본적으로 다르다. 그만큼 건축가들의 재량이 크게 좌우됨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스님은 500여 평의 부지에 기초공사를 마친 후 기둥을 세우고,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할 즈음 건축법이 바뀌어 자연스럽게 위반건축물이 되었다고 말했다. 행정당국은 뒤늦게 준공 양성화조치를 조건으로 8000여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한 상태다.
이에 김금희 신도회장은 “스님 혼자서 오랫동안 직접 사찰을 짓는 모습을 보아왔다. 이 사찰이 완공되면 용인시는 물론 우리나라와 세계적으로도 자랑거리가 될 것”이라면서 “스님이 불사에만 열중하시다보니 세상 돌아가는 일을 잘 몰라 행정착오가 생긴 것이기에 행정기관의 선처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신도들의 마음을 모아 전했다.
1988년 출가 전 속세에서는 사찰이나 일반 건축 일이라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화성 스님. 그야말로 화성에서 온 남자다. 그런데 재능이 많아 맥가이버 스님으로도 불린다. 그는 재능을 최고의 불사로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일찌감치 노래하는 스님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그의 숨겨진 이야기는 무궁무진하지만, 다음 기회를 엿보기로 했다.
애당초 10년 공사를 목표로 건립중인 도솔암. 하지만 자금 형편과 고유 창작물로써의 고민 등으로 공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따라서 언제 준공이 가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현행 건축법엔 준공기일이 정해져 있고, 준공 연장을 위해서는 이래저래 까다로운 조건들을 다 갖춰야 한다. 그러니 현실 세계에서 화성 스님을 바라볼 때, 괴짜 스님이니 맥가이버 스님이니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미 중요한 공사는 다 마친 상태이기에 법적조치에 따른 양성화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에 김금희 신도회장은 일부 방송에서 내년도 부처님오신날을 즈음해 방영될 다큐멘터리를 오래 전부터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귀뜸했다. 아무쪼록 이 참에 도솔암이 용인의 새로운 명물로 태어나길 기대해본다.
<글/사진 김종경 기자 kjk@yongi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