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비리혐의 등으로 암초에 걸린 덕성산업단지 조성사업이 또 다시 기로에 놓였다. 협상을 진행 중인 민간 사업자 측에서 미분양 토지에 대한 보증을 요구하고 나선 것.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 산업단지와 진행 중인 산단 대부분이 미분양 토지에 대한 보증이 담보돼 있어 시 차원의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덕성산업단지의 경우 당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정에서 비리문제가 불거진 만큼 절차적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비리가 확인된 기존 우선협상자 선정과정을 통해 결정된 2순위 업체와 협상을 지속해서는 투명성 확보가 어렵다는 설명.
시와 도시공사는 지난 14일부터 진행 중인 제175회 임시회에 ‘용인덕성일반산업단지조성 PF사업 의무부담(미분양용지 매입확약) 동의(안)’을 상정했다.
동의안은 산업단지 준공 5년 뒤 미분양 산업시설용지가 발생할 경우, 미분양 토지의 85%를 시가 조성원가에 매입하는 조건으로 사업협약을 맺는 것이 주된 골자다. 사실상 덕성산단 민간사업자에 대한 ‘보증’인 셈이다.
시와 도시공사에 따르면 이 같은 의무부담 방식은 포천 용정산단 등 전국 9곳 산업단지 조성사업에서 이미 시행 중이며, 김제 지평선산단의 경우 시가 채무보증을 선 사례도 있다.
시와 도시공사 측은 산업단지 조성 관련법상 6% 미만의 낮은 수익률과 경기 침체로 민간사업자 참여가 저조해 부득이 조건부 매입을 계약에 포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시의회 측은 일단 덕성산업단지 조성사업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시 차원의 방안은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도시공사 및 현재 협상을 진행 중인 민간사업자에 대해서는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즉,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희생이 필요한 점은 찬성하지만, 절차는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
당초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과정에서 잘못된 점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시공사는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과정의 비리혐의로 S개발의 지위가 상실된 후 2순위인 H사 측과 협상을 진행해 왔다.
시의회 김정식 의원은 “1순위 업체 선정에 비리가 있었다면, 2순위, 3순위 업체 선정 또한 올바르지 않았다는 의혹이 짙다”며 “덕성산단 문제가 비리로 얼룩졌던 만큼 투명성 제고를 위해 재공모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재 공모 절차없이 동의안이 통과되고, H사 측과 협상이 계속 진행될 경우 3순위 업체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 실제 당초 3순위 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J개발 측은 최근 시와 시의회에 H사와 협상이 지속될 경우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재정법무과 관계자는 “J 개발 측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덕성산단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많은 시간이 지체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일부 시의원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덕성산단 조성사업 자체를 백지화 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는 자조섞인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시의회 이우현 의장은 “용인의 미래를 위해 덕성산단을 비롯한 산업단지 조성이 매우 시급하고, 이를 위해 시가 조금 힘들어질 수 있는 부담이 있더라도 매입 보증을 해 주는 것이 맞다”며 “그러나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다수 의원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