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박찬호·추신수가 영그는 곳”
무더운 장마철 주말 학교운동장.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꿈이 영근다. 죽순 자라듯 쑥쑥 크는 선수도 있고 인삼처럼 단단하게 자라는 대기만성 형 선수도 있다. 당장 중학교 선수권대회에 나가도 될 큰 키의 형과 함께 150㎝도 되지 않는 막내가 파이팅을 외친다.
수지구리틀야구단은 전국 130개 팀 중 용인시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1로 구성된 선수단이다. 야구단에는 선수육성반과 주말반이 있다. 선수육성반은 야구선수를 희망하는 초3학년부터 중1까지의 만9세~12세 16명으로 매일 연습한다. 주말반에는 육성반을 꿈꾸는 저학년과 취미로 체육활동을 하는 25명이 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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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함께하는 팀운동, 예의범절을 익힌다”
“동기를 부여해 스스로 운동하는 힘을 키운다”
수지구리틀야구단은 2009년 12월 창단했다. 단장 박재신, 감독 안경환. 창단식에는 프로야구 4할타자 백인천도 참석했다. 창단 9개월만인 2010년 8월 스포츠토토배에서 준우승을, 9월 계룡시장기에서 3위를 차지했고 10월에는 용산구청장기에서 준우승을 거뒀다.
2011년에는 리틀야구 이름에 어울리는 도미노피자기에서 3위를 했다. 특히 스포츠토토배에서는 결승에서 미국선발팀과 대등한 경기를 펼쳐 주목을 받기도 했다.
안경환 감독 |
이후 야구명문 한양대, 공주고, 경북고에서 지도자생활을 했다. 대한민국 야구의 미래를 위해 헌신하고자 유소년지도자로 나섰다.
선수를 구하기 위해 육상대회를 참관했는가 하면 학교운동장을 찾아 점심시간에 잘 뛰어 노는 학생을 눈 여겨 본 후, 글러브를 권하기도 했다. 그의 판단은 옳았다. 선수단을 만든다는 모집 포스터와 펼침막을 내걸자 학생과 학부모들이 몰려들었다.
안경환 감독은 운동을 잘 하는 것 보다 인성교육을 중시한다. 야구는 팀 운동이기 때문에 운동을 하다보면 예의범절도 갖추게 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래서 꼭 캐치볼 이전에 운동선수 간 인사를 시킨다. 지도자 성향에 따라 팀 컬러가 정해진다는 그는 특출 난 선수에 의한 경기력보다 조직력에 의한 경기를 펼치려 한다.
팀플레이를 중시하고 작전수행 능력을 키워주려 하며 수비 중심으로 훈련한다. 수지구리틀야구단의 빠른 성장 비결을 묻자 “동기부여를 통해 스스로 운동하는 힘을 키운 것이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고 말한다. 자기주도학습인 셈이다.
홈런을 때려낼 당당한 타격폼(주말반) |
유독 수지구리틀야구단 카페에는 재미난 글이 많다. “원빈이 외야수비 너무 멋져요” “종완이는 김밥 먹는 것도 진지해요” “원준이는 파스맨(공 맞은 선수에게 경기 당일 파스 뿌려준 봉사 정신에 대해)” “조국을 사랑하고 예의바른 선수가 되며.....리틀연맹 나의 신조를 외운 선수가 훈련 첫날이라 그런지 한 명 밖에 없어요” 등이다. 기자의 눈에는 140㎝ 키 정도인 유재현 선수가 머리가 작아 큰 핼멧을 벙거지처럼 쓰고 있는 장면이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 뿐이랴. 안경환 감독은 연습경기 도중 배트 중간정도를 잡고 있는 작은 선수 뒤에서 배트 위치를 잡아주고 있었다. 이렇게 아이들이 재미있게 뛰놀고 배우고 함께 하는 것이 리틀야구의 참 모습 아니던가.
두 배나 큰 선수를 태그아웃 시키는 2루수 |
박종완 선수의 통통한 근육은 두산의 최준석을 연상시킨다. 홍원빈의 까만 피부는 압권이다. 입술만 빨갛다. 조일현이 방망이를 돌리는 모습은 기아의 이용규다. 수지구리틀야구단 멀티맨 박동주는 타격할 때 공이 날아오는 순간 동공이 점차 확대된다. 두영민은 덩치가 이대호 만큼 커지지 않을까.
인성과 신체가 함께 자란다(선수육성반) |
공부하며 즐겁게 야구한다 (주말반) |
어려운 부분으로 리틀야구 창단 시 기초지자체의 승인을 들었다. 시에 등록하느냐, 구에 등록하느냐의 문제도 있었다. 리틀연맹에 등록하려면 지자체창단승인서가 필요하고 대표자 및 단장이 기초의원 이상의 사회적 영향력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 운동장 확보 확인서도 제출해야 한다. 현재 수지구리틀야구단은 평일에는 지인의 도움으로 분당 야탑고에서 주말에는 죽전 현암중에서 운동하고 있다.
박재신 단장 |
리틀야구장 한 곳도 없는 용인시에는 무엇보다 운동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박재신 단장이 예산확보에 나섰다. 이르면 오는 9월부터 운동장을 갖게 된다. 용인시의회 의원인 박재신 단장은 “아이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볼 때 마다 마음으로부터 책임감을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아이들의 꿈이 운동장에서 자라고 있다. 몸은 작지만 외야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소리는 운동장을 울리고도 남는다.
얼굴보다 큰 글러브를 든 키 작은 내야수는 빠른 푸드워크로 주자를 잡아낸다. 휴식도 잠깐 다시 미팅을 갖고 운동을 시작한다. “코치님 급해서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선생님이 어떻게 하라고 했어, 미리 다녀오라고 했잖아”
미래의 메이저리거가 달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