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축전
홍일선
한때 목화 값이 좋아
귀한 대접을 받았던 밭
어느 해는 너른 토란잎이 참외꽃이
아름다웠던 공경의 밭
지금은 무엇을 심어야 할지 답답한데
작년에 들깨가 흉작이었으니
올해는 깻금이 좋을 거라고 해
참깨 반 되 들깨 한 되 심었는데
허리 아파 며칠 안 나갔더니
쇠비름 명아주 까마중이 여뀌 바랭이풀들
일일이 다 호명할 수 없는 함자들
생명 축전이 장관이었다
약력: 경기 화성 동탄면 출생. 1980년 《창작과비평》등단. 시집 『농토의 역사』 외. 현재 여주에서 〈바보숲 명상농원〉에서 닭을 방사해 키우고 텃밭을 일구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