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남구만신인문학상 수상작>
심해어
박형식
공중에 세 들어 사는 새들은 알까
수화처럼 무겁게 꾹꾹 눌러 담은 어둠을
깃털처럼 가벼운 소문은 절대 가라앉지 않지
물에 빠져 죽은 물고기들
그리고 사체를 유령처럼 뜯어먹고 사는
눈이 사라진 어류들
폐를 선물로 받은 생명체는 결코 가 볼 수 없는 곳 심해
원시의 밑그림
해조차 속 시원히 들어가 보지 못한 곳
한여름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도
노랗게 물든 잎사귀를 훑어줄 따스한 바람도 없고
한적한 구름도 머물지 못하는 곳
갑작스런 소나기 피할 수 있는 따스한 둥지도 없어
어미는 그 새끼를 애써 품어본 적이 없지
이빨이 피부를 뚫고 가시처럼 박힌
무시무시한 겉모습을 가진 괴물들과
이마에 등을 앞세우고 다니는 심해어
그리고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생명체들
걔네는 아마 모를 거야
자신들의 그 끔찍한 몰골들을
목마른 옹달샘에 얼굴 비춰 본 적 없으니
어디 한 번 꽃단장이나 제대로 해 봤을까
햇살을 피해
천적을 피해
세상을 피해
어둠을 찾아
바위틈 한적한 은신처를 찾아
경쟁하듯 끝없이 파고 들어간 어둠의 헤픈 끝자락
어느새 머리부터 흐물흐물해져 몸은
가족조차 못 알아볼 정도로 볼썽사납게 납작해졌지만
감당할 수 없는 수압에 고막마저 터져버려
알아들을 수 없는 네 목소리의 떨림도
더듬더듬 나는 알아
네가 정녕 어둠을 사랑한 적이 없다는 것
박형식 l 1971년 강원 원주 출생.
l 한국교원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졸업.
l 교육공무원.
l 저서로 『우리나라가 보이는 제2차 세계대전』이 있음.
l 2024년 제7회 남구만신인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