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보낸 절절한 러브레터
60년대 군 생활 생생한 병영시
용인신문 | 64년 전인 고교 시절에 창작한 시와 청년 시절에 쓴 러브레터, 57년 전인 군 시절에 쓴 병영시 등을 책으로 펴낸 노 시인이 있어 화제다.
한석우(81) 시인은 최근 한석우 회고 문집인 ‘한석우의 삶과 문학’과, 군 복무 중 시로 쓴 병영 일기 ‘군인의 진짜 맛과 멋을 안다’ 등 두 권의 문집과 시집을 각각 도서출판 별꽃에서 펴냈다.
한 시인은 지난 60여년 간 생업에 종사하느라 글쓰기를 멈췄다가 올해 3월부터 용인문학회가 주최하는 용인문학 시창작아카데미에 참여하면서 늦은 나이에 다시 시를 쓰기 시작했고, 본격적 시 쓰기를 선언하면서 과거에 썼던 모든 작품을 회고 문집과 회고 시집 형식으로 펴내 일단락 했다.
문집과 시집 모두 지금으로부터 50~60여 년 전에 씌여진 작품으로, 특히 러브레터는 아내 정경화씨가 단 한 통도 버리지 않고 오늘날까지 소중히 간직했기 때문에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올해 3월에야 편지를 발견한 한 시인은 설레는 마음으로 그 자리에서 모든 편지를 단숨에 읽었고 책으로 펴내게 됐다.
우선, 회고 문집에는 한 시인이 여주 대신농업고등학교 재학시절인 1960~1961년에 창작한 시와 시조 150여 편 가운데 발췌한 작품과 당시의 수필, 그리고 춘천시청 공무원 시절인 1969년 9월 5일부터 1970년 1월 8일까지의 러브레터가 실려있다. 최근에 쓴 기행문과 산행기도 함께 실렸다. 러브레터는 스마트폰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낯설기만한 장르며, 좀체 접하기 어려운 비밀스런 청춘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는 사실에 흥미롭다.
이와 함께 회고 시집 ‘군인의 진짜 맛과 멋을 안다’는 한 시인이 건국대학교 식품 가공학 및 위생학과를 1965년에 졸업하고 군에 입대한 1967~1968년도에 씌여진 142편의 병영 시에서 발췌한 것으로 60년대 군 생활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군대 생활의 심정을 솔직하게 그려냈으며, 당시 군대 생활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해설을 쓴 김종경 시인은 우선 회고 문집에 대해 “한 시인은 고등학교 시절에 150여 편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의 시와 시조를 남긴 문학 소년으로 이번 문집은 60년대 초반의 청소년의 심상과 당시의 생활환경 등이 반영된 매우 귀한 이색 문집”이라며 “시와 함께 게재된 수필과 산행기, 기행문 등 산문 다루는 솜씨도 보통 빼어난 게 아니다. 톡톡 튀는 위트와 탄탄하고 간결한 글의 전개는 흡입력이 강해 읽는 속도를 배가시킨다”고 극찬했다.
또 “57년 전에 씌여진 유물과도 같은 러브레터를 접할 수 있는 것은 한석우 문집을 읽는 독자들의 행운”이라며 “내용 중에 일 원 한 푼도 함부로 쓰지 말고 아낄 것을 충고하는 부분은 연애편지가 맞나 할 정도로 건강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장인 장모의 결혼 허락을 받아내는 지난한 과정 속에 두 연인이 애태우는 모습과, 답장에서 맞춤법이 틀린 글자를 찾아내 일일이 지적하는 대목은 당사자들 심정과는 무관하게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고 했다. 전화 보급이 드물던 시절이라 전보를 쳐서 약속을 정하는 내용 등 1960년대의 시대 배경 또한 재밌게 읽힌다.
이와 함께 김 시인은 병영시집 해설에서 “무려 57년 전인 60년대 군 복무 중에 창작한 작품들로 당시 병영 문화를 보여주는 귀한 자료적 성격을 갖고 있어 문학사적으로나 군 문화사적 측면에서 매우 소중한 시집”이라며 “삭막한 병영 생활을 사실적이면서도 서정성 빛나는 시로 승화시켰다”고 했다.
또 “군인의 기백, 군기 잡힌 병영 생활, 선임자와 조교들의 무서운 호통과 체벌 등 군 일상사와 군사우편에 마음 설레는 푸른 청춘 시절의 감성, 당시 치러진 대통령 선거, 무장공비 출현, 월남전 파병, 군부대 스피커 설치 등 다양한 시대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평화의/ 비둘기 한 마리가/ 푸른 대한의 하늘을 날았다/ 청룡이 머리를 들고/ 맹호가 포효한다/ 백마는 먼지를 일으키고,/ 십자성/ 혜성진…// 월남 땅으로/ 줄지어 떠난/ 대한의 아들아!”(시 ‘파월’ 전문, 1968년 3월 8일)
여주에서 출생한 한 시인은 현재 용인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늦은 나이에 다시 시작한 시심을 불태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