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의 유영
김선수
거리에서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은 대부분
무언가를 귀에 꽂고 있어요
달팽이가 여린 몸을 동그랗게 말고
제 집으로 들어가 다리를 뻗듯
엄지를 닮은 이어폰을 귓바퀴 속으로 밀어 넣고
듣고 싶은 소리를 고르네요
노이즈캔슬링은 참 편리해요
소란스러운 세상을 피해 나만의 바다가 생기거든요
바람이 내는 소리 풀잎에서 이슬이 떨어지는 소리
다정한 음성 절박한 비명 따위는 들리지 않아요
아무래도 뇌가 점점 작아지는 중입니다
이어서 심장도 쪼그라들고
세상도 엄지만큼 작아지는 중 같습니다
살아가는 일이 크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밤이면 케이스에 들어가 금속의 점들과 접선을 하고
딸깍, 뚜껑을 닫고 나서야 안도의 잠을 충전합니다
아침이면 배꼽에 탯줄을 연결하듯
어머니 뱃속을 유영하러 다시 길을 나서겠지요
내일은 귀를 기울여
살면서 놓친 소리를 찾아내면 좋겠습니다
김선수 약력
<문파문학>시 등단(2021)
용인문인협회 회원. 문파문학회 회원. 아주문학 동인.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원
브런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