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2024 스물한번째 반딧불이 시선 ‘삶으로 이행하는 노래’가 나왔다. (사)반딧불이(대표 박인선)는 시창작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는 시인 강효림을 비롯해 13명의 공동 시집을 펴냈다. 이번 시집에는 시인들의 육필도 게재돼 더욱 감동을 준다.
반딧불이 시집을 읽다보면 영혼이 맑아짐을 느낀다. 시인들의 생각과 언어가 순수하고 투명해 마치 수채화 그림을 보는 듯 상쾌하다. 그들은 아픔조차도 아름답게 승화시켜 깊은 감동을 준다.
이번 시집은 참여한 시인들의 상상력이 기발하고, 표현이 간결하면서도 감각적인 게 무척 매력적이다.
문혜림 시인의 시 ‘아마도 세상은’은 자신의 얼굴을 웃음이라고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모든 사람은 세모 네모 동그라미/ 꽃은 네모// 새는 큰 동그라미 머리/ 작은 동그라미 눈/ 네모는 몸/ 세모는 날개/ 귀여운 네모 다리// 나는 길죽한 네모와 점 하나가/ 만나 눈과 눈썹이 되었다/ 빨강 반원은/ 웃는 내 입술/ 나의 모양은 웃음이다”(‘아마도 세상은’ 전문)
그런가 하면, 무더운 여름철에 어울리는 상큼한 시 오정환 시인의 ‘여름 한 그릇’도 시원, 달콤, 쫄깃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기분 좋게 다가온다.
“기다란 면/ 아삭아삭한 배/ 이가 시린 살얼음/ 시원한 냉면 한 그릇 뚝딱// 쫄깃한 인절미/ 달콤한 연유/ 머리가 ‘띵’해지는 얼음/ 고소한 우유/ 그 위에 팥까지/ 팥빙수 한 그릇 뚝딱// 수박을 숟가락으로 푹푹 퍼서/ 달달한 사이다 넣고/ 보라 블루베리 퐁당/ 빨간 방울토마토 퐁당/ 둥글둥글 얼음도 퐁당/ 수박화채 한 그릇 뚝딱”(시 ‘여름 한 그릇’)
최문석 시인의 시 ‘여름 친구들’도 재밌고 기발하다.
“매미가 맴맴 울어요/ 비염에 걸렸다고 울어요// 모기가 윙윙 울어요/ 머리가 아프다고 울어요/ 한주일동안 피곤해서 머리가 아프대요// 시골집에서 파리가 울어요/ 시골닭이랑 놀고 실어서 울어요”(시 ‘여름 친구들’ 전문)
백현주 문학평론가는 “반딧불이가 가진 작은 빛처럼 시는 우리 반딧불이 시인들 모두에게 은유로 스며들어 있다. 내면 깊은 곳의 상처와 슬픔과 환희를 표현하는 길은 생각보다 거칠기도 하지만, 그 길에는 사랑과 용서와 배려가 함께 하고 있다”며 “완성되지 못한 어휘들은 시를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되지 못한다. 반딧불이의 언어는 말의 유희에서 끝나지 않고 삶으로 이행하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시적 진실은 삶을 향해 열려 있다”고 하고 있다.
박인선 (사)반딧불이 대표는 “우리 시인들은 세상을 향해 진실한 목소리를 냅니다. 시와 삶이 일치합니다. 사랑과 진실과 우정과 배려가 시와 삶에 어려있습니다. 언어는 질그릇처럼 소박하지만 따뜻한 가슴과 눈으로 세상을 향해 진실의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며 “봄부터 시인이 되기 위해 애쓴 13명의 시인을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