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진 자리
함동수
봄밤의 가로수를 보니
화사한 꽃잎은 간데없이
꽃 진 자리만
푸르르 날리는데
꽃 진 자리도 저리 애절한데
사람이 진 자리라 생각하니
아득하다
끝도 없이 꽃이 피고
꽃이 지면
너도 나도 언젠간
소리 없이 지는 법
괜스레 꽃 진자리 서성이지 말자
오늘은
그저
화사한 봄밤이니까
함동수 약력
강원 홍천에서 태어나 <문학과 의식>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하루사는 법』, 『은이골에 숨다』,산문집 『꿈꾸는 시인』,연구서 『송은 유완희시인의 문학세계』를 펴냈다. 제9대 용인문협 지부장 역임. 2019년 용인문화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