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네의 쉼표
최예숙
바람이 가만히 등을 떠민다
내가 태운 그들은 떠나고
잃어버린 기억만 저 그네에 앉아 있다
아직 그의 마음이 떠나지 못한 그네
반동은 그 사람처럼 흔들린다
한 무리 웃음을 깨물고 놀던 아이들은 돌아가고
회사에서 밀려난 그는 구겨진 이력서 담긴 가방을
안고
어둠이 쌓인 그네에 앉아 흔들리고 있다
흔들렸던 시간은 그에게 쉼표를 손에 쥐여 준다
처음으로 돌아가면 첫 마음이 보인다고
한 줌의 행복마저 밀봉한 삶
그네는 물러날 때 더 높아지듯
세상은 남은 온기로 힘껏 그의 등을 민다
충남 홍성 갈산 출생.
시집 『물방울이 범종을 친다』 『나무는 새와 별의 나들목』
아르코문학 창작기금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