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기상청장 유희동
“가을 9월에 두 마리의 용이 금성(金城, 현재의 경주에 위치한 신라 왕성)의 우물에 나타났다. 갑자기 천둥이 치고 비가 내렸으며, 금성 남문에 벼락이 쳤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수록된 신라 혁거세 거서간 시대(기원후 3년)의 낙뢰에 관한 기록이다. 우리 선조들은 고대부터 하늘을 우러르며 자연현상을 살피고 하늘의 변화를 세밀히 관측하여 꼼꼼히 기록해 왔다. 특히 낙뢰에 관하여서는 하늘과 땅, 사람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많은 기록을 남겼다. 고려시대 사회 전반에 관한 내용이 담긴 고려사(高麗史)에는 우레, 벼락 등의 자연현상에 관한 기사가 329건 있고, 조선시대의 기상천문 서적인 서운관지(書雲觀志)에는 낙뢰가 친 시각과 강도까지 기록되어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오늘날은 낙뢰를 어떻게 관측하고 있을까? 기상청은 1987년부터 낙뢰 관측을 시작하였으며, 2015년부터 우리나라 북서쪽의 백령도에서 북동쪽의 강원특별자치도 간성, 서해 격렬비열도, 동해 울릉도, 제주특별자치도에 이르는 전국 21개 지점에 낙뢰 관측장비를 설치하여 운영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 내륙과 인근 해상에 대해 초 단위로 낙뢰를 관측하고 있으며, 95% 이상의 높은 탐지율을 가지고 있다.
관측된 낙뢰 정보는 10분 간격으로 발생 위치를 시각화하여 기상청 날씨누리와 날씨알리미 앱의 날씨지도를 통해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제공되고 있다. 이러한 낙뢰 정보는 1시간 이상 누적해서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낙뢰가 발생하는 구름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여 낙뢰가 발생할 지역을 예측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기상청은 매년 우리나라 낙뢰 발생 현황을 지역별, 시간별로 상세하게 분석하여 낙뢰연보로 발간하고, 누구나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기상청 행정누리집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올해 발간된 「2023 낙뢰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육지에서 발생한 낙뢰는 73,341회로, 최근 10년 동안의 평균값인 93,380회보다 21.5%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계절별로는 연간 낙뢰의 약 75%가 여름철인 6~8월에 집중되었으며, 가을은 15%, 봄과 겨울은 각각 6%와 4%를 차지하였다. 특히, 낙뢰가 가장 많이 발생한 달은 7월로 전체의 약 35%에 달하였다. 전국의 시도별 연간 낙뢰 발생 횟수를 살펴보면 경상북도가 전체의 18%인 12,892회로 가장 많았고, 강원특별자치도가 11,973회, 경기도가 11,271회로 뒤를 이었다. 발생 횟수가 가장 적은 곳은 대전광역시로 270회의 낙뢰가 나타났으며, 용인시에는 낙뢰가 483회 발생한 것으로 기록되었다.
낙뢰는 수백만 볼트에 이르는 전하를 전달하여 순식간에 인명피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기상현상이다. 따라서 등산, 캠핑 등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이 시기에 낙뢰 정보 확인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외출 전에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낙뢰 정보를 꼭 확인하기 바라며, 특히 날씨알리미 앱으로는 사용자 위치기반의 낙뢰 알림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야외에서 활동하는 중에 낙뢰가 발생했다면 자동차나 건물 안으로 신속히 대피하고, 강이나 바다에 있을 시에는 물 밖으로 나오는 등 안전을 위한 행동 수칙을 지켜야 하겠다.
낙뢰로부터 우리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낙뢰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여름철에는 늘 기상 예보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다. 최신의 기상 정보를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 안전하고 편안한 일상을 영위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자 가장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