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대표와 박 셰프(부부)가 뒷마당에서 자라는 허브와 식물 등 빵의 건강한 재료를 돌보고 있다.
최선묵 대표가 매장을 찾은 고객들에게 '행복한 삶'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수오이서에서는 최 대표를 비롯해 서울대 친구들을 초청, 일상의 주제를 정해서 고객들에게 월3~4회 강연으로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박지숙 오너셰프가 베이커들에게 파네토네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고 있다
잘 구워진 파네토네가 식혀지고 있다
찻길에서 본 수오이서 건물 전경. 좌측에 단풍나무와 그사이에 토종향나무가 보인다.
물 맑고 공기 좋은 백암면에 위치
서울대 출신 박지숙 오너셰프 열정
천연 효모 발효한 ‘마법의 빵’ 탄생
최고의 재료만 사용 ‘마니아 성지
용인신문 | 물 맑고 공기 좋기로 용인에서도 유명한 처인구 백암면 백원로, ‘두창 3리 맑고 푸른 분잿말’ 동네 표지석이 서 있는 곳에 ‘수오이서(대표 최선묵·오너셰프 박지숙)’ 간판이 서 있다.
‘느림으로써 나를 지킨다’는 건강한 뜻을 담고 있는 상호. 이곳은 토요일과 일요일 단 이틀, 그것도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빵을 판매한다는 베이커리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다. 상호가 갖고 있는 철학을 고스란히 실현하는 수오이서의 시그니쳐 ‘파네토네’의 깊은 빵 맛을 보기 위해 외지에서도 먼 길을 달려와 긴 줄서기를 마다하지 않는 곳이다.
수오이서 건물이 들어선 삼각 꼭짓점에는 커다란 은행나무, 단풍나무와 토종 향나무가 각각 심어져 있어 전체적으로 균형을 맞추고 있는 모습이 안정적이면서도 이국적이고 아름답다. 뒷마당에는 허브를 비롯한 각종 식물이 쑥쑥 자라고 있다. 빵 만드는 건강한 재료임은 물론 수오이서를 찾는 고객들의 눈을 호강시키고 있다.
느림 속에서 건강과 맛과 멋을 완성시키고 있는 박지숙 오너셰프. 그 이력이 예사롭지 않다. 서울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강단에 섰던 인물이다.
그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이탈리아인들이 평소 즐겨먹는 빵 중의 하나인 파네토네와 인연을 맺었다. 크리스마스빵으로도 불리며 이탈리아인들이 1500년대부터 만들어 먹던 빵이다. 2019년 르 꼬르동 블루 제빵 마스터 자격을 딴 후 우연히 마스터 피터 레인허트의 제빵 교본을 통해 접하게 됐다. 인연의 끈이 과학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박 셰프는 “파네토네는 이스트 효모를 이용한 단기 발효가 아닌 천연 효모(파스타마드레)만으로 만드는 이탈리아의 전통 발효빵”이라며 “빵을 만드는 각 단계마다 ph수치를 정확하게 맞추는 등 발효과정을 거쳐야 함은 물론 천연 효모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약 42시간, 그 효모를 발효시키는데 약 20시간, 빵을 굽고 식히는데 약 10시간 등 총 약 72시간의 긴 여정을 거쳐서 완성되는 빵”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베이커들은 파네토네 만드는 작업을 에베레스트산 등반에 비유하곤 한다”며 “왜냐면 그 높은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는 만큼의 어려운 과정이 있고 그 끝에는 정상에 올랐다는 어려웠던 만큼의 큰 희열이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공존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박 셰프가 고집하는 천연 효모의 발효는 그야말로 마법 그 자체다. 재료로 들어가는 비정제 사탕수수 원당은 천연 효모에 의한 느린 발효를 거치는 동안 다당류로 변한다. 그래서 수오이서 파네토네의 단맛은 포도당이나 과당의 맛이 아니라 발효로 만들어진 천연 고분자 덱스트란의 맛이다. 당연히 우리 몸이 흡수해도 당수치가 오르지 않는 것은 물론 오히려 낮아지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당뇨환자나 어린이, 식이가 필요한 어르신, 회복기 환자들에게 매우 훌륭한 간식이다.
건강한 재료는 기본이다.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는 이탈리아나 프랑스, 캐나다에서 수입한 밀 100%의 유기농 밀가루를 사용한다. 그 외 원삼면 로컬농장인 에스겔 푸름농장에서 생산하는 이력번호 1번의 유정란, 비정제 사탕수수원당, AOP인증 프랑스 펑플리버터, 유기농법 재배 건과일, 프랑스, 이탈리아산 화이트와인, 아카시아꿀과 수오이서만의 비법이 첨가된다.
느림속에 건강과 깊은 맛의 화룡점정을 맛볼 수 있는 곳 수오이서.
지난 2022년 6월, 패스트푸드가 아닌 슬로우푸드를 대변하며 ‘수오이서(守吳以徐)’란 상호로 오픈했다. 박 셰프의 ‘우리가 먹는 것이 곧 우리 몸이 된다’는 철학에 맞춰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는 것만큼이나 만들기 어려운 파네토네를 대표빵으로 정했다.
박 셰프는 “수오이서의 모든 빵은 어떠한 인공적인 첨가물도 넣지 않고 오직 천연 효모만을 사용해 긴 시간 동안 충분히 발효돼 만들어지기 때문에 건강하고 맛있다”고 말했다.
장소는 시골의 찻길 옆이고 뒤쪽으로는 논이 펼쳐져 있지만 오히려 그런 풍경과 박 셰프의 꼼꼼함이 돋보이는 건물 디자인이 어우러져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풍경을 보여준다.
오픈 초기에 홍보는 하지 않았으나 지인들의 입소문과 파네토네의 맛이 어우러지며 고객이 늘어갔다. 그 맛이 마니아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신맛이 아니었기에 “파네토네 맞아?”란 궁금증도 유발했지만 오히려 수오이서를 찾는 고객 중에는 중·소 베이커리 카페 대표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많았다.
그리고 박 셰프로부터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신맛은 파네토네의 오리지널 맛이 아니에요”란 말을 듣게 됐다.
화학자로서 레시피를 연구하고 파네토네의 오리지널 맛을 구현하니 한국인의 입맛에 꼭 맞는 파네토네가 탄생한 것이다.
이제 수오이서는 오리지널, 호지차, 말차, 모카, 쑥들깨, 초콜릿, 쑥통팥 등 총 7종의 파네토네와 시즌별 다양한 종류의 파네토네를 한국인 입맛에 맞춰 선보이고 있다. 또 파네토네 반죽으로 만드는 수오이서 파네앙은 상큼한 과일까지 씹히는 파네토네단팥빵으로 쟁여두고 먹기 좋은 귀한 품목으로 자리했다.
한적한 시골동네지만 지나던 마을 어르신도 들렸다. “내가 빵을 무척 좋아하는데 당뇨가 있어서 밀가루 음식을 먹지 말라는 의사 소견이 있었다”며 “조금은 먹어봐도 되는지”라고 물었다.
이후 “내 마음이 즐거워선가 빵을 먹기 시작하고는 오히려 당이 떨어진 것 같다”며 아예 수오이서 마니아가 됐다.
매일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는 힘드는 일정이지만 지금은 토·일요일 시간을 정한 매장 판매 외에 인터넷 판매도 하고 있다.
박 셰프는 “이제 마켓컬리의 문도 두드려 보려 한다”며 “빵을 만드는 작업 여정이 힘들면서도 즐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