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순 회장이 김장속 용으로 심은 무밭에서 포즈를 취했다
남편 만나 용인서 농사 시작
‘순지오이 작목회’ 설립 주역
농협중앙회 ‘새농민상’ 수상
후배 여성농업인 위해 봉사
[용인신문] “충남에서 태어났고 처녀 시절 수원에서 직장생활 하던 중 동료로부터 당시 군인이던 남편을 소개받아 펜팔로 교제를 시작했습니다. 제대 후 2년 정도 만나면서 결혼하게 됐고 시조부모, 시부모를 모시며 ‘남사’에서 농사일을 시작했습니다. 농사일을 몰랐던 결혼 초에는 여자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기도 했으나 남편이 준비해준 시설하우스에서 오이와 토마토 키우기에 적응하면서 농사일에 전념했고 어느새 ‘텃밭 한아름농장’이란 상호도 갖게 됐습니다. 지금은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한다는 계획입니다.”
허인순 회장이 시설하우스를 시작한 것은 1980년대다. 당시는 하우스 시설이 현대화되기 전이고 허 회장도 경험이 없는 상태로 시작한 것이기에 실패를 거듭해야만 했다. 7년쯤 지나 동네에서는 최초로 하우스에 기름보일러를 설치했다. 주위에서는 기름값을 당할 수 있겠느냐고 걱정했으나 해를 거듭할수록 사철 수확하는 시설채소를 보고 생각이 바뀌며 이웃들도 하나둘씩 보일러를 들이기 시작했다.
어느덧 용인 남사 ‘순지오이’는 국내에서 알아주는 최고급 오이로 거듭났다.
개개인이 수확했던 오이를 여럿이 함께하면 수확량도 많고 사철 언제나 물량을 조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순지오이 작목회’를 설립했고 서울 가락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
겉모양이 예쁘고 고르면 우선 보기 좋다는 조건으로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다. 여기에 착안해 이번에는 캡을 씌워 정형화했다.
남편은 부지런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잘 받아들이며 그것을 바로 실천에 옮기는 편이다. 캡을 씌우니 겉보기가 예쁘고 맛있어 보인다. 몇 년 동안 정형화된 순지오이가 전국을 강타했고 오이 출하에 힘든 줄 모르고 매달릴 수 있었다.
농협중앙회가 선정하는 새농민상을 받았고 지난 2009년에는 새농민대상을 수상하며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싸고 까고 전부 수작업인데다 인건비는 계속 오르니 감당하기가 어렵게 됐다. 점점 싸고 까는 일이 흐지부지되기 시작했고 자식들은 힘든 농사일에 대를 잇기보다는 직장을 선호하면서 차츰 오이는 힘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실제 오이는 가격이 하락하면 대책이 없다. 여기에 대처하는 방법이랄까? 문득 오이지를 선택했고 몇몇 마음이 맞는 무농약 오이 재배 농가와 계약을 맺어 오이를 구매해서 오이지를 담아 판매하고 있다. 시작이 반이라고 벌써 14년째다.
봄에 수확한 오이로 담은 오이지는 가을까지, 가을에 수확한 오이로 담은 오이지는 이듬해 봄까지 판매하며, 오이지 담는 방식은 소금물을 끓여 부어 돌을 올려놓는 우리나라 전통 옛 방식이다. 진공포장 해서 저온 냉장고에 보관하며 필요할 때 꺼내서 판매한다.
무농약 재배한 오이로 담았기에 학교급식이 가능했고 직거래 장터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금은 인터넷 거래도 시작했고 몸이 허락하는 한 조금 늦게 시작한 김장 절임 배추와 버무린 김장 속도 만들어 판매하며 계속 즐길 계획이다.
현재 한여농 용인시협의회장을 맡고 농사일에 전념했던 지난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한다는 생각으로 후배 여성농업인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