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
최은진
속이 텅 빈 순간에 알았다
하루가 이 삶보다 더 길다는 걸
쓰레기통에서 건져 올린
짜투리 얌의 황홀한 맛이
침묵으로 가는 길 열어줘
부끄러움을 잊게 했다
갓난아이의 자지러지는 울음을
마른 손으로 쓸어내리며
네 허기는 신선해서 아직 촉촉하구나
갓 태어난 공복 앞에서 알았다
이 삶이 너무 길다는 걸
실컷 울고 나면 더 허기가 졌다
폭식 후 밀려오는 헛헛함처럼
울음조차 아껴 먹어야 했다
눈물에도 맛이 있단 건
비밀이 되었다
공복이 길어질수록
뱃 속 어둠은 깊어졌다
약력: <서정시학>2019년 등단
용인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