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30초 이수진 설산 고산 모두 일어나 바람의 혼돈에 물을 줄 때 우리를 지켜주던 산과 들의 잔별들 그리고 골목의 화초들 죽을 힘 다해 죽어가던 남국 우리는 꾸욱꾸욱 걸어 바다에 이르러서야 봇물처럼 하얗게 피어나는 밤하늘 볼 수 있었다 이수진은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 계명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2009년 『현대시』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어느 날 30초」는 시인의 상상력이 즐겁게 펼쳐진 시다. 산다는 것은 지극히 짧은 시간들의 연속이다. 그 짧은 초단위의 시간이 연속적으로 다가와 하루가 만들어지며 한 달이, 일 년이, 십 년이, 일생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수진 시인의 30초는 그녀의 일생에 닿는다. 그녀가 보려는 것은 하얗게 피어나는 밤하늘이다. 죽음의 하늘인 것이다. 하얀 밤하늘은 죽음의 상징으로서의 하늘이다. <여우난골> 간 『우리가 사과처럼 웃을 때』중에서. 김윤배/시인
[용인신문] 어떤 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원칙을 고수하는 것과 원칙보다는 현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입장은 늘 부딪힌다. 도덕 교과서와 현실의 차이라고나 할까? 교사와 엄마의 입장이 그렇고 검찰과 경찰의 관계도 그렇다. 『사라진 소녀들의 숲』에 등장하는 환이가 원칙파라면 매월은 유연한 현장을 중시하는 인물이다. 언니 환이는 원칙이 지도와 같아서 길을 잃지 않게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는 달리 동생 매월은 언니의 해결방식은 막다른 길에 부딪히게 만드니 현장에서 다른 출구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길은 어디에 있을까. 소설은 환이의 제주행으로 시작된다. 제주의 소녀들은 왜 사라졌을까? 그것도 열세 명이나. 소녀들은 숲에서 사라졌고, 민환이의 아버지 역시 그곳에서 소식이 끊겼다. ‘아버지는 돌아가신 게 맞는 걸까? 종사관이었던 아버지는 도대체 무엇을 쫓다가 사라진 걸까? 어째서 동생 매월이는 제주에서 5년 동안 무당과 살아야 했을까?’ 환이와 매월이가 찾아가는 길은 험난하지만 소개되는 제주의 풍경에 빠져 가는 시간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다. 이주 한국인이 쓴 한국이야기라는 특이한 면도 있다. 작품을 읽다보면 결국 매월이의 방식도 환이의 방식도 정답이 될
[용인신문] 사마천 사기 중니제자열전에 따르면 공자께서 존경하셨던 인물이 몇 분 계셨는데 주왕실 서고 책임자 노자, 위나라 대부 거백옥, 제나라 재상 안평중, 정나라 재상 자산. 노나라 가신 맹손작 <논어에는 맹공작으로 표기됨>이나 논어만 놓고 본다면 거백옥을 가장 존경한 듯하다. 거백옥의 인물됨은 나라에 도가 있으면 벼슬을 했고, 나라에 도가 없으면 벼슬에 물러나 자신의 몸을 돌아보는 것으로 수기와 치인의 균형을 이뤘던 인물이다. 한번은 공자께서 노나라에 계실 때 거백옥은 하인을 보내어 공자께 안부를 전한 일이 논어 헌문편 14-26문장에 기록되길 “거백옥이 공자께 하인을 보내니 공자께서 그와 더불어 자리하시면서 묻기를 대부 거백옥께서는 어찌 지내고 계시는가?” 이에 하인이 답한다. “저희 대부님께서는 사소한 잘못이라도 줄이려고 무척 애는 쓰시는 것 같은데 그게 잘 안되나 봅니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당시 거백옥의 나이는 대략 졸수를 육박하는 나이라 했다. 그쯤 나이에 잘못한들 뭘 얼마나 하겠으며 줄여야 할 만큼의 사소한 잘못인들 있으랴. 유안이 쓴 회남자 원도훈 편에 따르면 거백옥은 50살이 되니 49년 동안 살아온 인생이 많은 부분 잘못됐음
[용인신문] 정부는 일제의 강제징용 배상금을 제3자가 대신해주는 방법을 해법이랍시고 제시했다. 1월 12일 외교부와 정진석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하는 공개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일본의 전범기업(戰犯企業)인 미쓰비시, 신일본제철이 아닌 제3자인 국내기업이 대신 배상해주는 방안이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서민정 국장에 의해 제시되었다. 처음에는 가짜뉴스로 알았다. 대한민국 외교부의 국장이 강제징용 배상을 ‘가해 당사자’인 ‘미쓰비시와 신일본제철’이 아닌 국내기업으로부터 모금하여 배상하자고 한 것이다. 일본 외무성 관료가 토론회에 참석하여 발제한 것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상식 밖의 주장이 대한민국 외교부 관료에 의해 제시되었다는 뉴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외교부의 주장은 친일(親日)을 넘어 매일(賣日) 하자는 것과 같다. 윤석열 정부는 일본에 저자세 외교로 일관해왔다. 일본에 40년간 지배받고 착취를 당했음에도 ‘지난 일은 잊고 잘 지내자’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도대체 정부가 일본에 무슨 약점이 잡혔길래 이토록 비굴할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이쯤 되면 “폭행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치료비를 줄 수 없으니 옆에서 구경한 사람에게 받으라”
[용인신문]
[용인신문] 지난 1월 2일, 용인상공회의소 주관으로 신년인사회를 가졌다. 도지사, 시장, 시·도의원 및 지역 기관 단체장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예년에는 대한노인회 구 지회장들도 참석했다는데 올 신년회엔 노인단체를 제외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노인들이 뭐가 대단하냐고 생각하여 초청대상에서 빼 버렸는지는 모르지만, 심히 유감스럽다. 조선시대 조정에서는 막여작(莫如爵)이요, 향당(鄕黨)에서는 막여치(莫如齒)라 하였다. 이말은 조정(관료사회)에서는 벼슬 품계와 직위가 높은 것이 으뜸이고, 향당(지역사회)에서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 웃어른이라는 말이다. 2022년 말 현재 용인시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5만 7000여 명으로 전체인구의 15%에 이른다. 또 대한노인회 용인시 지부 산하 3개구 지회, 38개 분회에 속한 경로당 수는 868개소나 되며 소속 회원 수는 3만여 명에 이른다. 대한노인회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비영리 사단법인 단체다. 인근의 자치단체에서는 시 단위 행사 때 시장의 옆자리에 노인회장의 좌석을 배치한다고 한다. 또 다른 자치단체는 시장이 복지국장, 과장, 팀장을 대동하여 노인회장을 찾아가 신년 인사를 올렸다고 한다. 선거 때가 되면 후보들은 앞
임계홍 국민연금공단 수지지사장 [용인신문] 110만 용인특례시에 걸맞게 수지구 지역주민의 접근성 향상 등 편의 제공을 위해 지난 2일부터 국민연금공단 수지지사(지사장 임계홍)가 신설돼 업무를 시작했다. 지사 위치는 신분당선 성복역 4번 출구 데이파크 A동 3층으로 용인시 수지구를 관할하며 기존 수지구청역 인근에 있던 수지상담센터는 지난해 말로 운영이 종료됐다. 임계홍 신임 지사장은 “오랜 숙원사업인 국민연금 수지지사 신설은 그동안 수지구 주민들의 내방에 대한 불편과 어려움에 대해 더 나은 서비스 제공으로 지역 주민의 소리에 귀 기울여 가입자 및 수급자, 어르신, 장애인, 지역 주민들과 한마음으로 항상 소통·공감하고 지역사회 발전과 사랑을 더하는 일에 앞장서면서 종합복지서비스 전문기관으로써의 사회적 책무를 다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2023년 달라지는 국민연금 매월 받고있는 국민연금액이 5.1% 인상 지급된다. 국민연금은 매년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이 반영돼 실질 가치를 보존해 주는 역할을 한다. 연금 수령 중에도 매년 금액이 인상됐다. 전년도에는 2.5% 인상됐고 올해는 5.1% 인상된 금액으로 지급된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지역가입자 연금보험료 지원이
[용인신문]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걱정한다. 매일 정치 관련 기사가 넘쳐나지만 우리는 정작, 정치가 실종된 시대에 살고 있다. 정치 기사는 범람해도 민생에 도움 되고 희망을 주는 뉴스는 찾아볼 수 없다. 한국 정치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지 오래다. 4년마다 돌아오는 국회의원 총선거는 어느 보수정당이 의석을 더 많이 차지하느냐를 놓고 피 터지게 싸우는 진흙탕이다. 단 한 표라도 많이 얻는 후보가 종다수로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는 13대 총선부터 이어져 왔다. 정치권은 제22대 총선거를 앞두고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것을 모색하고 있다. 발단은 윤석열 대통령의 제안에서부터 탄력을 받았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좋다. 대통령이 제안했든 국회가 필요해서 나섰든 중요한 것은, 현행 소선거구제는 지역에 기반한 거대 보수 양당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지금까지 존속되어왔으며 이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전두환 정권 시절에는 선거구당 2명을 뽑는 중선거구제를 채택하여 여야가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선거구제를 개편하면서 중선거구제에 방점을 두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나눠먹기가 제도적으로 보장된다. 대선거구제에 방점을 둔
[용인신문] 중국 진나라 사람 장화가 쓴 박물지 문적고 6편에 따르면 성인의 말씀을 경이라 하는데 본시 성인의 말씀은 먹물이 남아서 더 쓴 것도 아니고, 먹물이 모자라서 덜 씀도 아닌 그야말로 꼭 필요한 말씀만 쓰신지라. 무릇 일반 범부가 그 말씀을 이해는 고사하고 읽기에도 어려운지라, 이에 밝으신 현자가 나셔서 그 성인의 말씀을 풀어주셨는데 이를 전이라 한다. 그리하여 후학들은 이를 성경현전聖經賢傳이라며 줄여서 경전이라 불렀다. 성인의 말씀이라는 것은 그리 특별할 게 없는 지극히 당연한 말씀이 곧 그것이다. 그중 하나가 관자일립이라 불리는 신년 첩일 것이다. 관자는 논어에도 몇 번씩이나 언급되는 인물로 제나라 환공을 도와 최초로 춘추오패를 이룬 인물이요, 변방의 척박한 가난하기 이를 데 없는 제나라를 부국강병의 국가로 만든 장본인 이기도 하다. 관자의 사상을 한마디로 압축하여 말한다면 “백성들을 잘 먹고 잘살게 하라.”가 전부다. 여기에 대한 실천방안으로 백성들의 삶에 백년지대계를 세우는데 그의 말을 쉽게 풀어쓰면 “일 년을 살기 위한 계획으로 가장 좋은 것은 곡식을 심는 것이 으뜸이고, 십 년을 살기 위한 계획으로 가장 좋은 것은 나무를 심는 것이며, 백
[용인신문] 『소녀와 고양이와 항해사』라는 제목을 가진 책. 돛대를 칭칭 감은 굵직한 괴물의 다리와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먼 하늘을 바라보는 어떤 소녀, 그리고 그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는 고양이 한 마리가 그려진 표지. 소녀의 이름은 우나. 우나는 다른 평범한 여자아이들과 달리 추운 겨울 바다에서 수영 연습을 했고, 아버지와 항해를 하는 꿈을 꾼다. 그러나 위대한 선장인 아버지는 자신을 이을 위대한 아들이 태어난다는 예언을 믿었으나 태어난 아이는 딸이었다. 우나는 아버지를 존경했다. 우나의 아버지는 고래사냥을 하는 배의 선장이다. 선장이 이끄는 배는 북쪽 나라에서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사냥을 나갔다. 목숨을 걸고 나간 사냥에서 잡은 고래는 식량으로 상품으로 어둠을 밝힐 양초 재료로 쓰였다. 추운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고래를 잡지 못하면 마을 사람들은 모두 굶어 죽거나 얼어 죽을 수 밖에 없다. 우나도 아버지의 배에 타서 함께 항해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도 배에 태워주려 하지 않자 몰래 승선한다. 이 작품은 동화답지 않은 결론을 향해 나아간다. 항해사 해로일드만이 우나를 응원한다. 중요한 것은 어느 순간 우나가 아버지를 잃을 작정을 한다는 것이다. 우나
[용인신문] 2023년 육십 간지의 40번째인 검은 토끼의 해가 밝았다. 새해 일출명소에도 다녀오셨을 것이고, 새 달력에 휴일이 궁금하실 것이다ㆍ2023년 공휴일은 2022년 118일보다 이틀 더 적은 116일(주5일제 적용기준)이다. 3일 이상 되는 연휴는 5번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날씨는 춥고, 경제도 어려워진다고 하니 따뜻한 날 클로버밭으로 피크닉 가는 상상을 펼쳐본다. <글‧사진: 황윤미 본지 객원 사진기자>
제비집 - 동탄1 손택수 제비 한 쌍이 처마 아래서 한참 정지 비행중이다 빨랫줄이나 벽에 박아놓은 못에라도 잠시 앉으면 좋으련만 무슨 말 못할 사연이 있나 체념한 듯 돌아섰다가 다시 와선 또 가쁜 날갯짓 올려다보니 처마 깊숙이 마른 진흙자국이 있다 제비집이 붙어 있다 떨어진 자리 명절만 오면 헛걸음인 줄 알면서도 신도시로 바뀐 고향에 와서 옛 논과 들과 마을을 떠돌다가는 사람들이 있다 손택수는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호랑이 발자국』 『목련 전차』 『나무의 수사학』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 『붉은 빛이 여전 합니까』 등이 있다. 「제비집-동탄1」은 손택수의 근무처인 <노작 홍사용문학관>과 무관치 않다. 근무처가 동탄에 있는 것이다. 해마다 찾아와 처마 깊숙한 곳에 제비집을 짓는 한 쌍의 제비와 명절만 오면 신도시로 변해버린 고향 동탄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문학동네> 간 『어떤 슬픔은 함께 할 수 없다』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