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우리 사회 언어의 병은 듣기가 안 된다는 것이죠. 말하는 자들만 있어요. 듣는 자가 없으니 인간에게 말하는 게 아니라 담벼락에 말하는 것과 똑같아요.” 요즘 읽었던 산문집 ‘허송세월’의 작가 김훈 선생이 한 말이다. 그의 나이 76세. 산문집 초반부터 건강과 일상에 대한 기록이 눈에 띄었다. 작가와의 친분은 없지만, 한때는 유명 소설 제목보다 등산 또는 자전거를 그의 상징처럼 기억했다. 그의 산문 ‘라면을 끓이며’를 읽다가 대파 한뿌리를 고집하는 나만의 레시피와 똑같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라면의 미학’을 발견한 듯 박수를 쳤을 정도다. 어쩌면 작가의 글을 닮고 싶어서 그의 취미나 신변잡기를 표방하려는 심리마저 있었는지 모르겠다. 김훈 선생은 요즘 우리 사회에 말은 많은데, 정작 쓸만한 말이 없고, 그나마 제대로 들어주는 이조차 없으니 담벼락에 대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불통의 시대임을 비판한 것이다. 과거에는 국가 또는 정치지도자가 그릇된 길로 들어서면 나라의 원로나 석학들이 나서서 꾸짖었다. 언론도 정권 눈치가 보이면 종교 지도자나 석학들의 말을 빌려와 에둘러 비판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큰 스님, 원로 목사님
용인신문 |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로 한동훈 후보가 당선되었다. 지난 7월 23일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후보는 당원투표(80%) 일반 국민 여론조사(20%)를 반영한 모바일 투표와 ARS 투표를 합산한 결과 32만702표(득표율 62.84%)를 득표하여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경쟁자인 원희룡 후보는 9만6177표(18.85%), 나경원 후보는 7만4419표(14.58%), 윤상현 후보는 1만9051표(3.73%)를 얻었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한 한동훈 후보가 압도적으로 승리함으로써 당심이 이른바 윤심을 압도했다. 이로서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에서 민심의 심판을 받고 당대표 선거에서 당심으로부터 외면당했다. 한동훈 신임 당대표의 앞날은 불확실하다. 한 대표는 먼저 자신이 내건 채수근 해병 특검법에 대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야당이 발의하고 의결한 채 해병 특검법안은 대통령의 거부권에 가로막혀 7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의에 붙여져 재석의원 299인의 투표로 찬성 194표, 반대 104표, 무효 1표, 해외출장으로 인한 투표 불참(개혁신당 천하람 의원) 1표로 부결되었다. 이로써
레퀴엠_ Requiem 정태욱 마지막 전철 경로석에 고꾸라진 어느 청년의 고단한 젊음. 폭염의 노동에 대한 잠시만의 위안처럼 그 곁 출입문에 나란히 붙어 서서 까르르 허리 꺾어 젖히는 두 처녀의 재잘거림. 누군가가 버린 생수병 속엔 남긴 만큼의 기도가 가늘게 흔들리고 그렇게 혹은 비장, 혹은 유쾌한 사람들이 계절의 막차에 담겨 흐른다. 제각각의 이어폰으로 제각각의 바다에 빠져 '라흐마니노프' Adagio의 위로거나 '베를리오즈' Sanctus의 심벌즈 사이 숨죽인 절규이거나에 출렁이며 혹은 맨 팔뚝의 문신과 보일 듯 말 듯 탱크 톱 요염함이 두루 섞인 이 계절의 폭포도 곧 종점이리니. 붉은 사랑이 재로 남겨질 다음 계절이 오고 폭설에 가려지는 다음 계절도 담장 넘으면 나는 문지방 너머 멀리 아지랑이의 온기를 가물가물 바라보리. 그 거리를 가늠하며 아득한 잠에 들지도 모르리. 1949년 대전生. "청색엽서", "덧붙이지 못한 말" 등의 시집과 "뚜벅뚜벅 시대를 건너" 등 저서가 있다. "창작세계" 주간. 한국문협, 전원문학, 용인문학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용인신문 | “그날의 기쁨과 감격과 감사가 어제 같은데 ◯◯가 결혼합니다. ◯◯◯ 올림.” 금요일 이른 아침, 핸드폰 문자 메시지로 날아온 지인의 간단한 결혼식 초대장 문구다. 구구절절 쓰인 일반적인 초대장과는 달리 시크한 분위기다. 더군다나 그 밑에는 초대의 말보다 몇 배 긴 ‘축의금에 관한 안내’라는 문구가 몇 단락으로 나뉘어 첨부되었다. 보통의 결혼식 또는 부고장을 보내는 사람들은 간단한 문구와 함께 계좌번호를 링크해서 첨부한다. 가족별로 나누어 몇 개의 계좌번호를 넣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세상은 변했지만, 아직도 축의금과 조의금에 대한 찬반 여론은 반반이다. 그런데 지인의 메시지가 눈길을 끌었던 이유는 ‘축의금에 관한 안내’ 문구 때문이다. 첫 번째 안내는 ‘참석하는 경우’로, 함께 식사해 주실 때만 ‘5만 원’의 현장 축의금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거기엔 “식사를 제가 모셔야 하는데 형편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괄호 안 양해 문구가 있었다. 두 번째는 ‘참석 못하시는 경우’로 “모든 축의금은 진심으로 정중히 사양합니다”라는 ‘강조형’ 문구였다. 지인은 다음에 한 구절을 더 보탰다. “휴가철 토요일이라 꼭 오시라고 못하고, 다른 일정 방해드리고 싶지
용인신문 | 어대한(어차피 당 대표는 한동훈), 읽씹(읽고 씹다), 당무개입, 김옥균 프로젝트, 기승전여사 등등 숱한 신조어를 남긴 가운데 7월 19~20일 모바일, 21~22일 ARS 투표, 일반 국민 여론조사 21~22일 실시된다. 투표 결과는 7월 23일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전당대회에서 발표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당선자가 나오지 않으면 1·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진행해 7월 28일 발표된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는 당원 선거인단 투표 80%, 일반 국민 여론조사 20%를 반영해 선출한다. 국민의힘 대표 선거는 집권 여당 당권 경쟁 중 역대 최고로 국민의 관심을 끌었다. 대표 선거는 친윤계가 미는 원희룡, 비대위원장으로 22대 총선을 지휘한 한동훈 후보의 치열한 대결로 폭로 비방전으로 치달렸다. 현재 국민의힘 당원은 84만 3292명이었지만 투표일 전일(18일) 기준, 1678명이 탈당하여 소폭 감소했다. 뉴시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7월 14~15일 통신 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의힘 당 대표 적합도에서 한동훈 후보 43.9%, 원희룡
지역 대표 문화재는 항몽성지 처인성 몽골과의 전쟁서 승리한 역사적 가치 호국의 장소 걸맞는 성역화 작업 절실 반야선원, 국가산단 부지 수용 가능성 이전한다면 호국도량으로 재탄생 염원 용인신문 | 용인의 반야선원 주지인 자광 스님은 대한불교조계종 원로회의 의장이다. 한국 선불교의 살아있는 큰 스승으로 지난해(불기 2567년) 원로의장에 취임하면서 정치권을 향해 “(죽은 뒤) 화장하면 한 줌 재밖에 안 남는데 뭘 그리 가지려고 싸움만 하는지 애처롭다”고 말해 언론에 화제가 된바 있다. 최근엔 22대 국회의원 불자들의 모임인 ‘정각회’ 창립총회에서 “갈등, 인간의 갈등이 있을 수가 있죠. 그러나 가슴에 못을 박는 갈등은 일으키지 마세요.”라고 법문을 했다. 정각회는 국민의힘 소속 6선인 주호영 부의장 등 기존 회원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국 조국신당 대표까지 합류, 지난 21대 37명보다 17명이 늘어나 역대 최다다. 이번 자광 스님과의 차담 인터뷰는 여야 대립 구도가 심각한 정치권에 쓴소리를 마다치 않는 큰 스님을 통해 현 정국 과 지역 이슈에 대한 지혜를 듣고자 함이었다.<편집자 주> 지난 13일 오후,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시미리 반도체 국
용인신문 |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 소추해달라는 국민 청원이 7월 12일 현재 140여만 명을 넘어섰다. 용산 대통령실과 여당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탄핵 청원’도 146만 명이 넘었다고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과거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 청원과 현재의 국회 국민 청원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청와대 국민 청원은 한 사람이 몇 번이라도 접속하여 청원할 수 있었지만 ‘국회 청원’은 철저하게 실명 인증 절차를 거쳐 ‘한 사람이 한 번만 서명에 찬성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즉 국민투표와도 같은 것이 이번에 실시되는 국회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 청원이다. 국회 법사위는 대통령 탄핵 청원에 대한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대통령 탄핵은 신중한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탄핵은 이제 일상적인 용어가 되었다. 국회 법사위는 7월 9일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장모 최은순 씨 등 39명을 증인으로, 7명을 참고인으로 부르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과 관련한 국회 청문회를 열기로 의결했다. 청문회는 7월 19일, 26일 이틀간 열린다. 윤석열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안을 하와이에서 전자 결재로 거부한 가운데 열리는 ‘대통령 탄핵
어쩌다 윤문순 빗방울이 화살처럼 내리꽂힌다 심장을 관통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주저앉은 산울음 길을 덮는다 순간, 거대한 물줄기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지우고 어둠 속 부릅뜬 까만 동공 입안 가득 채우는 핏물 그리고, 캄캄한 고요 허리 잘린 산 하나 둥둥 떠서 다가오는데 눈물은 흐르지도 못한다. 계간 「문파」(2020) 시부문 등단 시계문학회 회원, 문파문학회 회원, 용인문인협회 사무국장
용인신문 | 정치인들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흑역사가 점철된 용인 정치판이 또다시 술렁거리고 있다. 이번엔 풀뿌리 민주주의의 상징인 용인시의회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돼 지역 정가가 발칵 뒤집혔다. 경찰은 최근 제9대 용인시의회 후반기 민주당 의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뇌물이 오갔다는 제보를 받고, 해당 시의원의 자택과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진위 파악에 나섰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의하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시의원들은 민주당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소속까지 다수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민주당 소속 시의원 중에서는 지역구 당직과 탈당계를 제출함에 따라 혐의를 인정했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수사 결과에 따라 시의회 내부는 물론 지역 정가에까지 불똥이 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안타까운 점은 2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시의회 의장단 선거 후유증이 매번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의장단은 임기 4년을 전 후반기로 나눠 임기 초에 한 번, 2년 후 다시 한번 무기명 투표를 통해 선출하게 된다. 의장단은 의장과 부의장, 그리고 5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선출하는 것으로 여야 모두 의원 수에 비례해서 자리를
외줄 타는 인생 한석우 가진 사람 없는 사람 잘났건 못났건 인생은 어차피 공수래 공수거 세월은 말없이 오고 간다. 폼 잡고 주눅 들고 하는 순간 이마에 세월의 주름은 깊어 간다. 인생의 뜬구름 잡겠다고 생존에 부질 없는 일 헛된 망상 너나 나나 오십보 백보 허공의 외줄 타는 것 인생은 다 그런 것 부러울 것도 없다. 약력: 중앙환경(주) 대표이사 용인문학회 회원
용인신문 | 채상병 특검 법률안이 7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대다수 의원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190명이 표결에 참여하여 찬성 189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되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여당 국회의원으로 유일하게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졌다. 특검법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확실시되어 재표결에서 재석의원 2/3의 찬성이 있어야 채상병 특검이 설치된다. 이러한 가운데 ‘아들을 군대에 보내야 하느냐?’는 회의가 국민 일반에 확산되고 있다. 일요신문은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자 병역사항을 전수조사하면서 국회의원 당선자 본인의 병역사항을 공개했다. 22대 국회가 원구성을 마치고 개원하여 ‘채상병특검법’을 1호 법안으로 처리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의원은 두 사람 모두 병역 면제자들이다. 병역 면제자 두 명이 한국 정치를 주도하면서 국민은 국방의 의무에 심각한 회의를 느끼고 있다. 제22대 국회 남성 국회의원 240명 중 18.3%인 44명이 병역 면제자이다. 소속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25명, 국민의힘 15명, 조국혁신당 3명, 새로운 미래 1명의 국회의원이 병역을 면제받았다. 민주당 국회의원 25명 중 15명은 학생운동으로 구속된
용인신문 | “왜, 용인시에는 문학관이 하나도 없나요?” 용인에서 태어나 평생 용인 사람으로 살고 있는 필자가 자주 들어온 말이다. 인구 110만 명을 넘어선 광역시급 용인특례시의 문화예술 수준과 시민의식을 ‘문학관’ 하나로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지방 소도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문학관이 한 개도 없다? 그렇다면 용인시에는 문학 콘텐츠가 없다는 말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용인은 예로부터 사거용인(死去龍仁)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풍수지리로도 명당자리가 많기로 유명했다. 조선 시대 이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명망가들의 분묘가 많은 이유다. 산업화가 시작될 무렵인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까지 집중적으로 대규모 장묘시설(공원묘지)들이 만들어지면서 지금도 사후(死後) 인기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조선 시대에는 한양 성곽 주변 도시를 고관대작들이 우거지로 선호해 조광조, 남구만 같은 인물들이 용인으로 낙향해 살았다. 벼슬에서 물러나 용인에 머물면서 명현의 묘역이 조성되거나 명현이 많이 배출되었다. 후손들이 용인에 집성촌을 이뤄 살면서 자연스럽게 뛰어난 문장가들이 나온 경우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용인의 귀중한 문학 자료들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문학관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