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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이어 물류시설 ‘우후죽순’

LOCAL FOCUS_용인시 ‘난개발 2라운드’

 

 

 

 

[용인신문] 아파트 난개발로 오명을 받아온 용인시가 이젠 물류시설(물류창고, 물류단지, 터미널)로 인한 난개발이 진행중이다. 특히 농촌 지역이 광범위하게 분포된 처인구 일대에 중‧소규모의 물류센터가 속속 들어서면서 아파트보다 더 심각한 난개발 주범이 되고 있다. 용인시에 산재한 물류시설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 주-

 

#아파트 난개발 → 물류시설 난개발

용인시는 난개발 방지를 명분으로 각종 개발 인허가에 소극적이란 평가다. 하지만 정작 처인구 곳곳에서는 임야와 농지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현장이 목격된다. 수지구와 기흥구에 비하면 땅이 넓고 녹지와 농지가 80%인 처인구에 물류시설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국가철도망인 경강선과 57번 국지도 등 교통망 확충에 실패한 처인구에 물류시설이 난립하면서 전원형 명품도시의 꿈은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다. 실제 임야를 반쯤 날린 채 농촌 마을 경관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수십 만㎡ 규모의 고층(아파트 20층 규모) 물류센터가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도심지역에서는 집단민원이 거세고, 땅값이 높아 처인구 같은 농촌 지역을 선호하는 것이다. 물론 이제는 원삼면 SK하이닉스 때문에 지가 상승으로 최적지는 벗어날 전망이다. 그런데도 최근 몇 년 사이 용인시 집단민원 대다수는 물류시설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6월 17일 이천시 소재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사건은 물류시설에 대한 인허가와 관리, 입지 등을 사회적 문제로 부각시켰다.

 

#용인 ‘물류시설 메카’… 도내 ‘최다’

경기도 내 물류시설 1253곳 중 270곳이 용인지역에 있다. 용인시가 도내 최고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용인지역 내 물류창고는 총 266개이고, 나머지는 물류 터미널 1개와 조성 중인 물류단지가 4개였다. 여기에 10여 개의 물류단지가 국토부 검증을 통과했다. 이천시 물류시설 161곳과 평택시 169곳보다도 월등히 많다. 이 같은 급증 현상은 최근 인터넷 쇼핑과 생활 물류 택배 물동량 증가로 민간 물류 업체들이 수도권, 특히 용인을 선호하면서 더 두드러지고 있다. 물류업계에서는 용인시의 경우 교통 편의성이 높고, 비교적 저렴한 땅값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용인시가 물류의 천국으로 손꼽히는 이유다.

 

# 공장용지, 물류시설 변경 요청 봇물

문제는 고용 창출과 지방세수가 많은 제조업 또는 첨단 기업들이 들어와야 할 공업용지 또는 공장용지까지 물류시설들이 장악한다는 것이다. 실제 남사면에 조성 중인 OO 물류단지 현장 인근 공업시설용지의 경우 해당 사업자들은 해당 부지를 물류단지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는 등 생산시설 기피 현상이 늘고 있다. 심지어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려면 처인구 일대에 반도체 산단과 연계된 소규모부품단지 등 반도체 협력업체가 들어설 부지가 필요함에도 사업 시행자와 토지소유주들이 이를 기피하는 현상마저 일고 있다. 또 기존 공장을 운영 중인 업체들마저 물류단지로 전환, 또는 검토 중이라는 전언이다.

 

# 처인구 대형물류단지 잇따라 조성

처인구 물류센터 난개발이 심각한 이유는 주변 경관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2의 난개발로 주목받는 이유다. 일반건축물은 층높이가 3m에 불과하지만, 물류센터는 10m에 달한다. 지반까지 합치면 아파트 20층 이상 규모다. 농촌 지역 구석구석까지 중·소규모 물류센터가 경관 훼손은 물론이고 도로망 개설 등으로 녹지와 농지를 잠식한다. 이는 아파트 난개발보다 더 심각하다.

 

경기도 내 대형 물류창고(1000㎡ 이상) 551개 중 20% 수준인 110개가 용인시에 있다. 수원시 3개, 고양시 10개, 성남시 3개, 부천시 1개, 안양시 2개 등을 다 합치 것보다 5배 이상이다. 그런데 최근 2년 사이 20여 개의 대형 물류창고가 더 늘어났다.

 

처인구는 물류업자들에겐 천국이다. 자연녹지와 농지 등에 들어서는 물류단지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여의도 면적의 3분의 1에 달한다는 국내 최대규모의 물류단지인 국제물류4.0(98만 4797㎡)가 지난 7월 고림동 일대에 허가를 받아 건립에 들어갔다. 이밖에도 용인물류단지(12만 1968㎡), 용인양지물류단지(23만 5498㎡), 백암물류터미널(16만 86㎡), 남사물류단지(9만 9248㎡) 등등이 산재해 있다. 이제 ‘처인구’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의 ‘물류구’로 변해가고 있다.

 

용인시는 ‘2035년 용인도시기본계획’에서 이미 도시균형발전을 명목으로 ‘시가화예정용지’ 31.923㎢를 늘렸다. 그 가운데 하나가 광역교통 여건변화와 물류시장 트랜드 변화에 대응한 차별화된 첨단유통복합단지 조성 계획이다. 그런데 당시 도시기본계획에서 밝힌 물류단지는 2026년부터 2035년까지 단계별 계획이었다. 하지만 용인시는 광역교통망 확보도 없이 민간물류시설들을 받아들인 셈이다.

 

그 결과, 과거 준농림정책으로 임야와 농지에 아파트 난개발을 자초했던 것처럼 이젠 물류시설로 제2, 제3의 난개발을 조장하는 것이다.

 

# 물류시설 난개발 특단의 대책 필요

그런데도 용인시엔 물류센터 난개발 근본대책이 없다. 반면, 안성시는 올해부터 대규모 물류시설 입지 운영방침을 마련했다. 선 지구단위계획 수립 후 개발행위허가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다. 지구단위계획은 기반시설의 배치와 규모, 건축물의 용도, 건폐율·용적률, 높이, 교통처리계획 등을 규정하고 있다. 지구단위계획 결정 과정에서 기반시설을 갖춘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관리로 난개발을 방지하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용인시는 지난 9월 도시계획조례로 창고부지 면적이 6만㎡ 이상일 경우 도로 폭을 8m에서 12m 이상으로 늘렸다. 또, 지난해엔 물류창고업 등록 대상인 연면적 1000㎡ 이상의 보관시설과 부지면적 4500㎡ 이상의 보관장소일 경우는 주거지역과 200m 이상 떨어지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하지만 대형 물류단지는 국가와 광역자치단체 허가 사항으로 용인시는 행정 뒤처리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따라서 교통망 확충 지원 등 물류단지 난개발에 따른 집단민원만 산재해 있는 상태다.

 

물류 시설물은 언택트 시대를 맞아 국가적으로도 필요불가결한 시설이다. 하지만 주변 경관을 해치는 도시계획상의 문제점과 고용 창출 미비, 교통유발 폐해 또한 적지 않다. 따라서 중‧소규모의 물류센터 난립보다는 대형 첨단물류단지 조성이 낫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많다.

 

취재를 통해 본 물류센터 난개발은 행정력의 허점과 도시계획의 맹점이 가장 큰 원인처럼 보였다. 건축법상 층높이 제한만 있고, 층간 제한이 없으니 층수 산정이 불분명한 것처럼 법적 미비점도 많았다. 물류센터 난개발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인허가 시점부터 국토부와 경기도, 용인시 개발행위허가와 조례안이 함께 적용될 수 있는 법적 제도화가 필요해 보였다. 그래야 시 도시계획위원회나 경관위원회를 통해 제3의 난개발이라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