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1996년 도농복합시로 승격한 용인시는 집단민원조차 도시와 농촌으로 양극화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원도심인 처인구는 농촌 지역인 반면 개발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기존 공공시설물들이 매우 낡아 신도시(수지구와 기흥구)에 비하면 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차이가 큰 상태다. 용인시라는 한 지붕 아래 ‘도시와 농촌’, 결국 ‘한 가족이 두 가족처럼’ 사는 모습이다. 용인시 안에서도 전혀 다른 삶, 용인 동‧서부 지역의 민원 실태를 점검한다.
-편집자-
# 처인구, 시 인구의 25%… 면적은 80%
용인시 인구수는 지난 6월 말 현재 107만 7826명이다. 이중 기흥구는 43만 9791명으로 분구를 논의 중이다. 수지구는 37만 7158명으로 분구 자격인 40만 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러나 처인구는 26만 877명으로 시 전체 인구의 24%에 불과하다. 반면, 용인시 전체 면적 591.36㎢ 중 처인구는 467.6㎢으로 무려 79%를 차지한다. 이는 처인구의 개발 잠재력이기도 하다.
경부고속도로 주변으로 개발이 포화상태인 서북부지역은 20~30년 전부터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와 안착단계에 있다. 이미 수지1지구와 기흥구의 일부 아파트는 재개발 여론이 시작됐다. 반면, 처인구는 이제야 산발적으로 아파트 대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역삼지구 등 용인시청 주변 개발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무분별한 개발마저 우려된다.
최근 아파트 가격 상승 등을 종합해보면 처인구는 수지‧기흥구에 비해 경제적 박탈감까지 크다. 삶의 질을 평가하는 의료지수, 세금납부 현황 등을 종합해보면 처인구민들의 경제적 삶의 질은 수지‧기흥구에 비해 매우 열악하다. 그뿐만 아니라 행정 편익 서비스 편차도 매우 크다. 낙후된 공공시설물과 교통, 복지문제에 이르기까지 좀처럼 개선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처인구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동서불균형발전이 가장 큰 원인이다.
#처인구, 공공시설 재배치 기초조사 용역 ‘논란’
용인 동‧서부지역의 불균형 논란 중 처인구는 공공시설 재배치 문제가 가장 시급한 것으로 꼽힌다. 백군기 시장은 지난 해 10월, 용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임기 내 처인구 지역 공공시설물의 적정 부지를 재배치하는 용역을 마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본지 1260호 1‧4면>
백 시장은 민민갈등 양상을 보였던 ‘공용버스터미널 이전문제’와 관련, 용역을 통해 적합지를 찾겠다는 구상이었다. 처인구 공공시설로는 처인구청사와 보건소, 버스터미널, 도시공사, 시정연구원 및 문화예술시설 등이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추진해왔던 (가칭) 동부지역 여성복지회관은 마평동 일원 용인예술과학대(구 용인송담대) 맞은 편에 2023년 6월 착공 예정이다. 문제의 공용버스터미널은 현재의 자리에 신축 예정이며, 평지 공원화를 추진 중인 공설운동장 내의 포장마차촌은 지난 4월, 재계약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와중에 시 집행부는 최근 ‘처인구 공공시설 재배치 기초조사 연구’ 용역비 1억 원을 시의회에 반납했다. 그런데 시의원들이 처인구 공공시설 재배치 용역을 중단해서는 안된다며 거꾸로 예산을 살리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시 측은 용역수행기관인 시정연구원이 올해 안에 용역을 마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시정연구원 측에 따르면 관련 용역은 여전히 중요과제로 진행 중이다.
전준경 시정연구원장은 “시 용역 과제를 하면서 시정연구원이 시에서 별도의 용역예산을 받아본 적이 한번도 없었고, 다만 집행부 측이 기초조사 용역 완료를 10월 말까지 요구해왔으나 내부 담당 인사 문제 등으로 11월 중순까지 가능하겠다는 협의 입장만 전달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시 집행부 측이 책정한 용역비 용도는 무엇이었고, 무슨 의도에서 용역비를 반납하려고 했는지, 혹은 당초부터 기초조사 연구용역 후 외부기관을 위한 실행 연구비를 별도로 세웠던 것인지 등에 대해 추가 취재가 필요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는 시 집행부 스스로 혼선을 자초, 처인구민들만 희망 고문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서부, 철도 교통망도 양극화
현재 수지구민들의 가장 큰 집단민원은 서울 지하철 3호선 연장이다. 수지구엔 신봉동을 제외한 전역에 지하철 노선이 닿아 있다. 지난 9일 신봉동 주민들은 용인시청 앞에서 지하철 3호선 연장 사업 촉구 시위를 벌였다. 이날은 더불어 민주당 정춘숙(용인 병) 국회의원도 참석해 격려했다. 또 백군기 시장은 주민대표 면담에서 “지하철 3호선 연장 사업이 차질 없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면서 “약 9만 평의 차량기지 이전부지 문제 해결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지하철 3호선 연장 사업은 2019년부터 서울시 수서차량기지를 경기 남부지역으로 이전하고, 3호선 노선을 연장하자는 데서 시작됐다.
기흥구와 수지구는 오는 2023년 준공예정인 GTX용인역에 SRT 정차도 추진 중이다. 앞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엔 기흥~동탄~오산까지 연장되는 분당선에 신규 역사 개설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동백~GTX용인역~성복역~신봉동을 잇는 신교통수단 신설과 용인경전철 광교 연장, 동백IC 개설 등이 추진 중이다.
이는 기흥역~에버랜드까지 경전철 노선 하나뿐인 처인구의 교통‧ 철도망과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처인구 유일의 희망이었던 국가철도망 ‘광주 삼동~용인, 이동~남사’를 잇는 ‘경강선 연장 수정안’은 끝내 무산됐다. 다만, 오래전부터 정치권과 주민들이 꾸준히 집단민원을 통해 요구해온 세종-포천고속도로 남용인IC(원삼)와 북용인IC(모현)는 개설된다. 또,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궁촌 서용인IC와 포곡IC도 현재 공사중이다. 그러나 처인구의 심장을 관통하는 ‘국지도 57호선(45번국도 우회도로)’은 15년째 중간에서 끊겨 처인구 발전의 가장 큰 저해요인으로 남아있다.
# 집단민원도 표심 작용하나?
시는 오래전부터 도시계획에 잡혀있던 수지구 동천동 897번지 일원 28만㎡의 유통업무 단지내 창고시설을 집단민원 때문에 허가 취소했고, 동천역세권 도시개발사업 추진을 약속했다. 도시계획까지 바꿔가면서 대형 물류센터는 땅값이 싸고, 인구밀도가 적은 처인구 쪽으로 유도한다는 지적이다. 처인구는 현재 대형물류센터 건립이 곳곳에서 진행 중으로 물류센터 난개발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밖에도 인구밀집도가 많은 지역에서는 집단민원이 발생하면 대부분 허가를 취소했다. 대표적으로 기흥구 네이버 데이터센터,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 등이다. 결과적으로 막대한 세수가 보장됐던 네이버 데이터센터는 타 지역으로 갔고,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는 기업 측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용인시가 패소했다. 시는 법리적 판단보다는 집단민원을 의식한 선심성 행정을 펼쳤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