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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직이 어쩌다 ‘자격시험’ 굴욕까지…

LOCAL FOCUS_공직후보자 자격시험 논란

 

 

[용인신문] 정치권에 세대교체 바람을 불고 온 국민의 힘 이준석 대표의 ‘공직후보자 자격시험’ 발언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찻잔 속 태풍처럼 사라질지, 아니면 최소한의 장치를 통해서라도 현실화 수순을 밟게 될지 관심사다. 30대 신임 야당 대표의 ‘공직후보자 자격시험’ 발언 배경은 무엇이고, 지역 내 선출직 공직(후보)자들에 대한 공천의 문제점과 폐해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 자격없는 선출직 공직자 문제

“지금 우리나라 지방의회나 국회에 가 보면 기초적으로 의정활동하기 위해 알아야 될 것들을 알지 못하고, 공천 받아서 당의 힘으로 당선돼 활동하는 분들이 더러 있다”면서 “그런 부분들이 국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회의감을 갖게 되는 요소 중 하나다”

 

이준석 ‘국민의 힘’ 신임 당 대표가 밝힌 ‘공직후보자 자격시험’의 배경이다. 이 대표는 “1등부터 5등까지 줄을 세워 공천주는 게 아니라 일종의 운전면허 시험으로 생각하면 된다”며 최소한의 ‘커트라인 자격론’을 내세웠다. ‘공직후보자 자격시험’ 발언은 선출직 공직자들이 최소한의 역량은 갖춰야 한다는 문제점을 지적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직을 포함한 입후보 예정자 모두에게 해당된다고 밝혀 기존 정치인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오랫동안 정치권과 지방자치 현장을 지켜본 일선 행정 공무원들과 유권자들은 ‘공직후보자 자격시험’에 깊은 공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 대표의 주장은 사실상 정당공천제의 문제점을 지적한 현실적 고민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파고들면 ‘정당공천제 폐지’와 맥을 같이 한다. 이 대표의 말처럼 능력도 안되는 사람들이 정당공천과 당의 힘으로 당선돼 활동하다 보니 국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회의감만 더 부추기는 꼴이기 때문이다.

 

# 정당공천제로 ‘꼭두각시’전락

국회의원을 비롯한 광역‧기초자치단체장, 그리고 광역‧기초의원들은 세금으로 월급과 활동비를 지급 받는다. 무소속을 빼면 모두 정당공천을 받은 선출직 공직자인 셈이다. 그런데 이들은 유권자 선택 이전에 정당공천이라는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문제는 선거철마다 정당공천제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 각 정당마다 공천심사위원회가 있지만, 결과에 따라서는 탈당을 비롯한 고소고발 사태로까지 이어진다.

 

공천제는 우후죽순 몰려드는 후보군을 걸러낼 합법적 장치라는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공천을 빌미로 벌어지는 불법 공천헌금이나 정치세력화, 또는 당선 후 꼭두각시로 전락시키는 부정적 측면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실례로 민선5기 김학규 용인시장은 당선 후 사실상 공천권자였던 같은 당 소속 우제창 국회의원과 당정 마찰을 심각하게 빚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급기야 고소고발로 이어져 지역정가를 시끄럽게 만들었고, 결국 둘 다 사법구속이라는 불명예 퇴진 사태를 초래했다.

 

또한 정당공천제는 지방자치 견제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여야를 떠나 다수당 소속의 자치단체장이 선심성 예산을 편성하거나 무소불위의 행정력을 휘둘러도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이 암묵적으로 비호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공천제 폐해 중 하나는 공천이 아닌 사천이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야당 비례대표로 용인시의원에 당선된 A의원은 불과 9개월 만에 사퇴했다. 야당 비례대표 후보 중엔 유일한 당선자였다. 사퇴 이유는 개인적 문제였으나 후문에 의하면 본인은 정작 지역정치권 입성 의사가 없었다는 것. 하지만 선거 전 몸담았던 시민단체장과 해당 지역 공천권자였던 국회의원의 강권이 있었다고.

 

같은 해 용인시의원에 당선된 여당 소속 B의원도 평소 지역정치권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그런데 직장 사무실이 여당 지역위원회 사무실과 인접, 지역위 관계자 눈에 띄어 공천과 당선으로까지 이어졌다고. C시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선거전까지는 특별한 지역 활동이나 정당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 자녀의 친구 부모라는 ‘개인적 친분에 따른 내 사람 심기’식 공천설로 파다해 구설을 타기도 했다.

 

이밖에도 지방자치 관련 전문성이 전혀 없는 인사들도 정치권을 기웃거리다가 선출직 공직자로 들어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부 인사들은 의원직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기도 한다. 또 다른 의원들은 생계형으로 전락, 의원직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지역민들이 보기엔 함량미달의 인사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격시험 또는 공천제 폐지가 정답

그럼에도 정치권에서 인물 검증은 쉽지 않다.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신상털이식 청문회 제도 등이 문제지만 선출직 공직 후보자에 대해서는 엄격한 자격심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그에 비하면 일반 기초단체장이나 의원들에 대해서는 검증작업이 너무 미약하다는 평가다.

 

이준석 대표의 ‘공직후보자 자격시험’ 방법론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이지만, 발상의 배경이 단순한 인기성 발언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이와함께 정당공천제 폐지도 주목해야 한다. 국민의힘 정찬민 국회의원(용인갑)이 지난 해 12월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지방선거에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은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고, 공천을 둘러싼 정치자금 비리 등의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 등이다.

 

민선 6기 용인시장을 역임했던 정 의원은 “자치단체의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충분한 지식을 쌓아 준비되고, 능력 있는 인물들이 정당 공천이 아닌 자유의지를 통해 소신껏 역량을 펼치고, 지역주민에게 선택받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정당공천과 관련한 각종 폐해를 해소하고,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의 예속으로부터 벗어나 국민주권과 주민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공직후보자 자격시험 주장은 궁극적으로 정당 공천제 폐지의 대안으로 제기된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이 대표의 공직후보자 자격시험 발언은 1995년 본격 시행된 지방자치 26년사를 다시 한번 깊게 바라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