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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게 생선 맡겼다” 반발 확산

LOCAL FOCUS_LH 투기 의혹 ‘일파만파’

 

[용인신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부동산 투기 의혹이 확인되면서 민심이 폭발하고 있다. 처음엔 공공기관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분야에 국한된 것처럼 보였지만,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부동산 적폐 청산으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까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아울러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과 함께 공공기관 스스로 직무윤리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라며 공공기관의 공직윤리 확립 의지도 밝혔다. 문제는 이런 대책이 실현된다 해도 부동산 광풍이 휘몰아쳐 간 뒤에 내놓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것. LH 발 부동산 투기 파문은 현재까지 개발의 중심에 서 있는 용인시까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 편집자 주 -

 

# SK와 원삼면 토지주들의 비명?

지난 2019년 3월,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원에 120조 원 이상이 투입되는 SK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전격 발표됐다. 제일 먼저 반응한 것은 부동산 시장이다. 발표 직후 3.3㎡당(1평) 100~200만 원대 수준으로 부동산 시장에 나와 있던 농지와 대지 급매물조차 한꺼번에 사라졌다. 공인중개사들이 나서서 매물을 모두 거둬들인 것이다. 개발 호재를 노린 부동산 투기꾼들이 재테크를 명분으로 전국에서 몰려들었다. 조용했던 시골 마을 곳곳엔 순식간에 공인중개사 사무실이 대거 둥지를 틀었다. 거들떠보지도 않던 농지까지 모두 금싸라기 땅으로 바뀌었다.

 

원삼 반도체 예정부지 인근 시골 마을 도로변 땅은 3.3㎡당 호가가 1000~2000만 원 이상으로 올랐다. 이를 반증하듯 원삼면이 속한 처인구 땅값 상승률은 전국 1위를 차지했다. 당시 국토교통부의 2019년 3분기 지가상승률을 보면 전국에서 땅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이 처인구(5.17%)였다. SK하이닉스 반도체 단지와 용인 테크노밸리 인근 투자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반도체 해당 용지보다는 인근 지역이 더 큰 호재로 떠오르면서 민심이 들끓기 시작했다. 편입예정부지 토지주들은 인근 지역의 치솟는 땅값을 지켜보면서 자신들 보상가와의 격차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것이다. 평생 살아온 고향일 수도 있고, 삶의 터전을 일궈온 생존의 기반일 수도 있다. 이들에겐 물질적 보상 의미보다 상실감이 더 크기에 백지화를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반도체산업은 국가산업인지라 궁극적으로는 토지보상문제로 귀결된다. 하지만 땅 한 평 없는 일반 시민들이 볼 때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꼴이라 사회적 이슈로는 확산하지 못한다..

 

# 용인시 공직자 전수조사

지난 18일, 원삼면 일대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반대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었다. 발표 직후부터 해당 용지 편입을 둘러싼 주민 반발이 거셌다. 같은 날 오후엔 원삼 주민통합 대책위(위원장 박지영), 용인 플랫폼 도시 주민대책위(위원장 김병돈), 제2용인 테크노밸리 일반산업단지 주민대책위(위원장 김연주)는 용인시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인지역 투기세력에 대한 정식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원삼 주민통합대책위는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 공람공고일(2019.3) 3년 전부터 토지거래 현황과 투기 의심 정황을 확보했다며 수사 요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플랫폼시티 대책위 역시 2018년 4월 시장선거전 보정‧마북동 일대를 공공개발사업으로 개발한다는 공약을 발표했다며 사전 정보유출 의혹을 제기했다. 제2테크노밸리 주민대책위도 토지주들의 삶의 터전을 강제 수용한다며 용인시와 한화도시개발 측에 사업중단을 요구했다.

 

공교롭게도 용인시는 이날 오전 백군기 시장이 페이스북 기자회견을 통해 용인시와 용인도시공사 직원 4817명 대상의 땅 투기 전수조사 1차 결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행정구역과 인근 땅 등을 거래한 공무원 6명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백 시장은 공무원 6명 중 3명은 투기가 의심돼 경찰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라고 했다. 대신 플랫폼시티 대상지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문제 키는 ‘2035 용인도시기본계획’

공무원들의 투기 의혹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 언론과 주민들이 주목하는 원삼면 일대의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 정보 사전유출 의혹 시점은 2019년 초보다 훨씬 이전일 수 있다.

 

모든 개발행위는 ‘도시기본계획’부터 시작된다.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는 하루아침에 절대 만들어질 수 없다. 원삼면 일대의 개발 가능성을 미리 알아볼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사항은 첫째, 2015년 용역을 시작한 용인도시기본계획 내 원삼면 ‘시가화예정용지’ 배정이다. 둘째, 제2경부고속도로(세종~포천 간) 원삼 IC 유치다. 바꿔 말해서 SK 측도 이미 이 같은 계획을 인지 후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낙점, 처음부터 사전 조율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120조 이상 투입되는 중요한 사업을 단 1~2년 만에 결정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용인시 ‘2035 도시기본계획’은 지난 2015년 5월, 관련 용역에 착수해서 2018년 경기도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시는 도시계획 용역 수립 과정에서 인구 135만 명 규모로 신청, 최종 승인된 계획에는 128만 7000명만 반영됐다. 또한, 시가 신청한 시가화예정용지(도시발전을 대비해 마련하는 개발공간) 면적은 47.92㎢가 승인됐다. 여의도의 6배 면적으로 이중 원삼면 지역에 135만 평(4.462km²)의 시가화예정용지 물량이 배정됐다. 이는 전체 면적 중 10%에 해당한다. 이때부터 이미 전문가를 비롯한 부동산 업계에서는 원삼면 일대의 개발 가능성을 알았다.

 

당시에도 도시기본계획상 원삼면 관내 용도지역은 농지 또는 자연녹지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시가화 예정용지’배정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도시기본계획은 원체 민감한 사항이라 관가와 부동산 업계에서는 2016년께부터 이미 원삼면 일대 120만 평 규모의 시가화예정용지 물량 배정 소문이 퍼졌다. 대형 부동산 업계의 토지매입사례가 확인된 시점도 일치한다.

 

#SK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과정

SK 반도체 클러스터 원삼면 입지신청은 지난 2018년 2월 SK 측이 경기도에 산업단지 신청을 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용인시가 ‘2035 도시기본계획’ 용역을 진행 중이던 2016년께부터 이미 원삼지역 및 행정기관 내에서는 SK 반도체 공장입지 가능성이 거론되어 왔다.

 

인근 이천시에서 반도체 산단을 운영 중인 SK 최태원 회장이 반도체 집중화 선언과 함께 추가 공장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수원, 이천, 평택 등 반도체 관련 업체가 밀집된 최적지로 용인시를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2019년 3월 SK 반도체 산단 입지를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으로 최종 발표하기 직전까지 청와대와 국토부 등에서는 군산, 청주, 고양시 등을 추천했다. 하지만 당시 최 회장은 용인시 입지 불가 시엔 ‘중국진출’을 선언하며, 이를 거부해 눈길을 끌었다.

 

# LH 발 사태도 결국엔 부동산 거품 속

1970년대 산업화 바람과 경부고속도로 개통 이후 개발 광풍은 수십 년째 불고 있다. 그런데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은 그동안엔 전혀 몰랐다는 듯 호들갑을 떨고 있다. 물론 대다수 국민은 분노와 허탈감으로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낀다. 우리 사회 양극화의 기준이 된 아파트 가격과 부동산과 정보의 빈익빈 부익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간 부동산 관련 정책을 입안하며 이해충돌의 최중심에 서 있던 권력자들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바라볼까? 어쩌면 LH 사태는 부동산 투기의 막차를 탄 공직자들이 재수 없게 꼬리 자르기 희생양이 될 확률이 높다. 이미 수많은 부동산 투기 수혜자나 공범자, 혹은 암묵적 방관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용인시 역시 이미 수많은 부동산 투기로 점철된 흑역사가 이를 반증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