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이슈>
“버스가 갑자기 급정거와 급출발을 반복하는 바람에 깜짝 놀랐어요. 운전자를 봤더니 고령자였고, 운전 내내 승차감이 좋지 않아 매우 불안 했습니다.”
처인구에 사는 주부 K(55)씨는 얼마 전 버스를 탔다가 다수의 생명을 담보로 한 버스운전자의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만약 사고가 발생할 경우 다수의 인명 피해가 불가피한 대형사고로도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건수 증가
최근 노인 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14%가 넘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건수 또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건수는 2014년 2만275건이었으나 2018년 3만12건까지 증가했다. 또 2018년 한해만 65세 이상 운전자에 의한 사망사고가 전체의 22.3%를 차지했다. 사망자 수만 무려 843명이다. 지난 해 경찰청이 발표한 65세 이상 운전면허 자진 반납자수는 7만3221명. 이는 전년 1만1913명의 약6.1배 증가했다. 이중 만75세 이상은 5만2377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용인시도 지난 해 10월10일부터 11월 말까지 운전면허 자진반납지원을 실시한 결과, 1117명이 반납해 목표치 900명의 124%를 달성했다. 올해도 1800명을 예상, 예산을 편성했다. 시는 ‘용인시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지원 조례’를 마련해 지역 내 65세 이상 운전자가 운전면허증을 자진반납하면 용인와이페이 10만 원권을 최초 1회 지원하고 있다.
# 기사 고령화... 승객들 불안
일반 고령운전자보다 더 큰 문제는 대중교통 고령운전자들이다. 나이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 택시운전자 중 80대 운전자가 최근 4년 새 280% 급증했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80대 운전자가 4년 새 92명에서 352명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내 70대 운전자는 74%, 60대 운전자는 30%가량 늘었다.
용인시 버스업체 현황는 11개 업체다. 하지만 정확한 운전자수와 연령대별 인원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반면, 용인시 택시면허 발급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923대로 이중 개인택시가 1586대, 4개의 법인 택시가 337대다. 개인택시가 압도적으로 많다. 바꿔 말해 운전자의 고령화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수치다.
버스운전자는 만60세가 정년이지만, 운송업체들의 인력수급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촉탁직 내지 비정규직으로 다시 근무하는 경우가 있다. 또 대형 면허만 있으면 버스운전 비경력자들도 운전자로 채용할수 있다. 게다가 소형 마을버스에서 대형버스로 옮겨 가는 기간도 매우 짧아져 안전문제가 점점 논란이 될수 있다.
# 자격유지검사 대비 ‘예행연습’까지
개인택시 고령운전자들은 자격유지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불합격 사태가 벌어지면서 검사에 대비, 예행연습을 하는 상황까지 벌어져 실효성 논란이 있다.
교통안전공단에서 실시하는 자격유지검사는 만65세 이상이 3년마다, 70세 이상은 1년마다 시행하도록 되어 있다. 지난해 용인시에서 2명이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반면, 안과와 종합병원에서 실시하는 의료적성검사는 시간이 많이 걸려 기피한다.
문제는 ‘자격유지검사’ 가 잘 시행되고 있는지다. 전국 통계를 보면 지난 해 자격유지검사 대상자의 90%가 미실시했다. 이 제도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49조에 따라 65세 이상 운전자에게 자격유지검사를 의무화하는 제도로 그간 버스, 화물운전자에게 적용된 검사 제도를 택시로 확대한 것이다.
지난 해 70대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인도를 침범해 임산부를 충격한 사건이 있었고, 80대 운전자가 어린이집 수영장을 덥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가는 등 고령운전자들의 안전문제가 지속적으로 사회이슈가 되고 있다.
일반 고령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도 매우 중요하지만,무엇보다 대중교통 운전자들의 고령화 문제에 대해서 자격유지심사 강화 등 특단의 대책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