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처인구 이동면 서리의 한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해 백아무개(35․여)씨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재 발생의 원인은 밤사이 난방을 위해 피워둔 화롯불이 쓰러지면서 주변 침구류에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백씨는 화재로 인한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화재사건 뒷면에는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 대한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다.
지난 8일 경찰이 설치한 폴리스라인 안쪽 사고 현장은 화재로 인한 그을음이 방안 가득했다. 겉면은 화려해 보였지만 방안 가구와 가전제품은 소박했다.
추운 겨울이 다가왔지만 백씨 가족이 난방기구를 사용하지 않았던 이유는 생활고 때문이었다. 화재사건이 발생한 주택에서 백씨 가족은 월세를 살고 있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백씨 가족은 사고 당일 이전 약 5일 동안 난방기구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유는 난방용 기름을 마련할 형편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백씨의 아버지는 장작을 이용해 숯을 만들었으며, 백씨는 숯을 피운 화롯불에 의지해 추위를 버텨야 했다.
백씨 아버지 부부는 전기장판을 켜놓고 잠을 청해야했다. 결국 가난으로 인한 화재가 인명피해까지 유발한 것이다.
백씨는 남편이 없는 동안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마트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약 100만원이 조금 넘는 임금은 턱없이 부족했다. 백씨의 어머니는 장애등급을 받고 한 지자체에서 보조금을 받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백씨의 어머니가 수령한 금액은 월 5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사고 이후 백씨 가족은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병원비조차 납부할 형편이 되지 않아 현장에 출동한 용인동부경찰서 직원들이 병원비를 대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백씨 가족은 거주지 이전도 하지 않은 탓에 용인시의 지원도 받기 힘든 상황에 놓였다. 이동면과 처인구 측은 이들이 거주지 이전을 할 경우 임시거주지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이 일시적으로 가정경제에 위기가 올 수 있지만 이들은 정작 복지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홍보부족과 까다로운 절차, 그리고 지원기준의 허점 때문이다.
용인시의 경우 저소득복지를 위해 국민기초생활지원, 한부모가족지원, 긴급지원, 무한돌봄사업, 푸드뱅크 등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중앙정부에서도 다양한 복지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재산이 일정부분 있는 경우 혜택을 받기 힘들다.
백씨 가족 역시 주거시설이 보증금 1억원으로 알려졌다. 긴급지원제도에 따라 주소득자의 소득상실이 사유에 포함될 수 있지만, 긴급지원 선정기준은 재산이 8500만원 미만으로 정해졌다.
때문에 만일 백씨 가족이 긴급자금을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재산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월세 보증금이 있기 때문에 긴급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을 수 밖에 없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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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사고 발생전부터 난방유를 구입할 돈이 없었고 병원비도 지불할 형편이 되지 않아 경찰이 대신 내줄 정도로 생활이 어려워 안타까웠다”며 “처인구, 이동면과 함께 백씨 가족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