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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소재를 새롭게 해석, 형상화 돋보여”

이사람 | 자유문예 신인문학상 당선자 이인숙
3급 정신질환 딛고 당선…”시적 감수성이 빼어나”

폭포

        -자유문예 신인문학상 시(詩) 부문 당선작- 

목숨 끊길까 두려워
산 나무 가지 붙들고
스물 스물
물고랑 모아

마침내 머리위에
쏟아 붓는 물
소름 돋아 사방으로 튕기는
물 새끼들이

우적우적 바위틈을 깨물며
주소도 없이
비켜 내려간다

 

   
“20대의 꿈을 60대에 와서 이루게 되었습니다. 또 이 당선을 계기로 잃었던 아이들을 찾는데도 힘이 되었으면 바랍니다.”

3급 정신질환으로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으면서도 문학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등단에 성공한 60대 신인작가가 화제가 되고 있다. ‘자유문예’ 신인작가 응모에 당당히 시(詩)부문에 ‘폭포’,’개나리’가 신인상 당선자로 뽑힌 이인숙(62)씨가 그 주인공. 이 작가는 처인구 이동면 묵리에 서울시립영보정신요양원에서 26년동안 생활하는 아주 특별(?)한 사정을 가지고 있다.

   
이 작가는 10여 년 전부터 시집 ‘민들레의 영토’로 유명한 이해인(수녀) 시인을 좋아하다가 “나도 시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그러다 2009년 5월 10년 동안 시를 써 모은 것을 출판사 없이 요양원의 도움으로 “새벽을 바라며”라는 시집을 내기도 했다.

   
자유문예 심사위원들은 심사평을 통해 “이 작가가 많은 시인이 다루어 왔던 ‘폭포’나 ‘개나리’의 소재를 새롭게 해석하고 형상화하는 능력이 돋보였다”며 “무생물인 ‘폭포’를 이 만큼 새롭게 해석해 내자면 오랜 수련이 있어야 하며 시적 감수성이 빼어나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작가는 3급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지만 생활하거나 의사소통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래서 요양원에서 자유외출이 가능한 입장이다. 자유외출한 그녀가 가는 곳은 용인시청소년수련관이다. 이곳에서 이 작가는 일본어, 차밍댄스, 영어 등 문화교육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있다.

이작가는 “정신 장애인이기는 하나 내재된 느낌을 발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김춘수님의 꽃에서처럼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에게 가서 꽃이 되어 주었듯이 제 글 한 줄이라도 읽으시는 분들에게 의미가 되어 기억해 내실 수 있는 글을 쓰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작가는 “생활여건이 자유롭지 않은 환경에 있는 사람들도 인권이 중요합니다”라며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그들도 마음의 평화를 가질 수 있도록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