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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 서주태 원장의 번식이야기

호르몬 주사로 정자가 만들어질리가?

 

용인신문 | 정자 수가 턱없이 적거나 무정자증 진단을 받은 남성들은 “호르몬 주사를 맞으면 정자가 다시 생길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경우에 따라 가능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정자 생산은 단순히 생식의 문제가 아니다. 호르몬, 뇌, 고환, 그리고 시간이라는 네 톱니가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하나의 시스템이다.

 

정자 생산의 출발점은 뇌의 시상하부와 뇌하수체다. 시상하부에서 GnRH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면, 뇌하수체가 이에 반응해 LH(황체형성호르몬)와 FSH(정자생산자극호르몬)를 방출한다. FSH는 여성에게서는 난포를 자극하지만, 남성에게서는 고환의 세르톨리 세포를 자극해 정자 생산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정자가 만들어지지 않는 비폐쇄성 무정자증에서는 대개 FSH 수치가 높다. 뇌가 정자를 더 많이 만들라고 강하게 명령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몸의 호르몬 체계가 ‘피드백’으로 조절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난자가 잘 자라면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이 늘어나고, 정자가 잘 만들어지면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이 더 많이 분비된다. 따라서 FSH가 높다는 것은 정자 생산이 원활하지 않아 뇌가 더 많은 자극을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FSH 수치가 높고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다면, 정자 생산에 문제가 있다는 중요한 신호다.

 

흔히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을 보충하면 정자가 더 많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남성호르몬을 약이나 주사로 보충한다고 해서 생식 기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외부에서 테스토스테론(주사, 젤, 패치 등)을 보충하면 혈중 테스토스테론이 높아지고, 뇌는 “남성호르몬이 충분하구나” 하고 착각한다. 그 결과 LH와 FSH 분비가 억제되면서, 고환이라는 공장은 일을 멈추게 된다. 즉, 정자 생산이 중단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비폐쇄성 무정자증이라면 hCG 주사를 처방받으면 되지 않나?라고 기대하는데, 이는 hCG가 FSH를 자극해 정자 생산을 도울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hCG(사람 융모성 생식선자극호르몬)는 구조적으로 LH와 거의 같다. 허심탄회하게 설명하면 뇌하수체에서 LH와 FSH 분비가 떨어지는 성선기능저하증의 경우라면 hCG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고환(정자 생산 공장) 자체의 기능 이상이라면, 아무리 hCG를 투여해도 정자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무정자증 진단을 받았다면 좌절하지 말고, 먼저 ‘어떤 종류의 무정자증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단순히 정자가 나오는 길이 막힌 것인지, 뇌의 명령이 끊긴 것인지, 아니면 고환 자체가 손상된 것인지에 따라 접근법은 완전히 달라진다. 따라서 혈액검사와 호르몬 수치, 고환 초음파, 필요 시 유전자검사까지 포함한 정확한 원인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자 생산을 위한 치료의 핵심은 ‘자극’이 아니라 ‘원인분석’에 있다. 뇌하수체의 문제라면 자극으로 해결되지만, 고환의 문제라면 외과적 미세수술과 시험관아기 시술(IVF) 등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봐야 한다. 임신을 원한다면 남성불임 전문 비뇨기과 의사와 충분히 상의해서 전략(치료 및 시술)을 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