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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송전선로 환경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김종성(소설가, 전고려대 문화창의학부 교수)

 

용인신문 | 최근에 (사) 한국작가회의 회원인 소설가 18인이 집필에 참여한 『소설로 읽는 한국환경생태사 1:산업화 이전편』과 『소설로 읽는 한국환경생태사 2: 산업화 이후편』이 출간되었다. 그 가운데 산업화 이후의 환경문제를 다룬 『소설로 읽는 한국환경생태사 2』에서 김종성의 중편소설 「불의 협곡」은 낙동강 최상류에서 가동중인 아연제련소 환경문제를, 정라헬의 단편소설 「온산향가」는 온산공단 환경오염 문제를, 김세인의 단편소설 「둥지 잃은 새」는 천수만 간척사업 환경문제를, 박숙희의 단편소설 「곡지씨의 개나리」는 원자력 발전소 방사능 오염 문제를, 정우련의 단편소설 「은어가 사는 강물」은 낙동강 페놀 수질오염 문제를, 배명희의 단편소설 「너무 늦지 않게」는 새만금간척사업 환경문제를, 채희문의 단편소설 「무지개다리 건너는 법」은 의료폐기물 문제를, 마린의 단편소설 「풀잎들」은 밀양 송전탑 사건을, 은미희의 중편소설 「마고할미가 울었어」는 골프장 환경오염 문제를 각각 다루고 있다.

 

근자에 이르러 환경문제로 바람 잘 날이 없는 곳이 용인특례시 이동·남사읍과 원삼면이다. 그곳은 모두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건설을 둘러싸고, 관계당국이 시민들과 크고 작은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다. 특히 송전탑과 송전선로 문제가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당장 건설 비용과 가설 비용이 많이 들어가더라도 이동·남사읍과 원삼면 관내에 건설하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는 송전탑과 송전선로는 지중화 해야한다. 주민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송전탑과 송전선로를 건설했다가, 주민들의 집단행동으로 마지못해 송전탑과 송전선로를 지중화 하게 되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처인구 삼가동, 기흥구 동백동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송전탑과 송전선로는 주거환경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재산 가치도 떨어뜨리고 있다. 관계당국은 송주법에 따라 해마다 시민들에게 전기세 감면 혜택과 몇 푼의 돈을 주민들에게 던져주고 주민들의 눈을 가리고 입을 막는 행정을 펴고 있다. 송전탑과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곳의 보상 대상은 그 인근에 사는 주민 모두에게 주어야지 송주법에 따라 송전선로 몇 미터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만 보상한다는 것은 온당한 조처가 아니다. 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보상을 받는 가구가 있고, 보상을 받지 못하는 가구가 있다.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마을은 전 가구에게 보상을 해야한다. 자연 경관의 혜택을 빼앗아가는 송전선로와 송전탑의 보상을 주거 공간이 위치한 거리에 따라 차등하여 보상한다는 것은 경관법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나아가서 관계당국은 앞으로 언제 송전탑과 송전선로를 지중화 할 것인지 용인시특례시 주민들에게 로드맵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밀양 송전탑 사건을 다루고 있는 「풀잎들」에서 작가는 행정대집행이라는 이름으로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모여 집회를 하고 있는 농성장을 공권력을 동원하여 없애버리고 송전탑 건설을 강행한다고 해서, 고향 땅에서 쫒겨나 공동체가 붕괴하고, 국가로부터 소외당한 쓰라린 경험조차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주민들을 협의의 대상이 아니라 단지 합의의 대상으로 보고, 그들의 삶의 가치를 무시하고 회유와 협박으로 합의를 종용하는 일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고 진정성이 담겨 있는 대화와 설득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밀양에서 벌어진 비극은 언제든지 용인특례시의 마을에서도 반복될 것이다. 밀양송전탑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하는 「풀잎들」의 작가의 말처럼 송전탑과 송전선로의 환경문제는 용인특례시에서도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