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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여탈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면, 권력은 뻔뻔해진다

오룡(조광조 역사연구원 대표/오룡 인문학 연구소 원장)

 

용인신문 | ‘사랑은 쟁취하는 것’이라며 열변을 토했던 선배가 있었다. ‘사랑은 소유하는 것’이라던 선배도 있었다. 지금은 정치인으로 승승장구 하고 있는 모양이다. 편협하게 해석하고 날서게 쓰자면 그들이 정치를 통해 발설(發說)하는 모든 언어는 유희(遊戲)에 불과하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연락을 해봐야 하겠지만, 물어본다 한들 정직하게 답을 해줄 것 같지 않다.

 

그래도, 그들이 정치를 하는 궁극적인 이유에 대해 묻고 싶다. 권력은, 덜 소유한 권력이 더 소유하기 위한 투쟁의 부산물이다. 인간의 역사에 나타나는 권력의 유형은 소유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라고 말하는 시대가 여전하다. 아직도 우리 사회가 정치적 후진국인 이유며, 여전히 비극적인 사회가 진행 중이라는 방증이다.

 

다시, 궁금해졌으므로 선배들에게 물어봐야겠다. 정치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고문의 목적은 죽음이 아니다. 고문은 정신을 파괴하거나 해체해서 정보를 얻기 위한 부산물이다. 고문의 강도를 조절하지 못하면 고문 대상자가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이로 인해 조직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는 조직의 질서와 규칙, 명령을 깨트리는 공멸의 행위이다. 이를 막는 방법은 죽지않을 만큼만 고통을 주는 것이다.

 

생사여탈(生死與奪). 대한민국의 지금은, 먹고사는 일이 삶과 죽음과 귀결되는 시대다. 타인의 생사여탈을 죄의식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권력은 끝 모를 줄 모르게 사용된다. 권력은 점점 뻔뻔해지고, 그럴수록 뻔뻔한 권력을 사용하는 인간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닮아간다.국가는 공동체를 이룬 최고의 집단이다. 우리가 국가 공동체를 만든 이유는 개인의 독점을 위함이 아니라 개인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지였기 때문일 것이다. 다수는 언제나 선하므로 지도자는 강력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또한 유능하면서도 욕심이 없기를 원한다. 잘못의 근원이 여기에 있다. 유능한 사람은 욕심도 많다. 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무능한 사람이 욕심을 낼 때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책임감이 없는 권력이 욕심을 부리기 때문이다. 권력이 있는 인간에게 가장 큰 권력의 힘은 고통을 조종하는데서 나온다. 강남 대치 1타강사의 권력은 대학입시에서 나오고, 병원 의사의 권력은 환자의 고통과 비례한다. 그러므로 명태균의 권력은 명태균이 아니라 다른 권력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개인의 경험은 선택적인 기억의 파노라마이다. 모든 경험은 저절로 기억되지도 않는다. 경험이 인식되는 과정도 절차가 있다. 경험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날 때 인지되고 해석한다. 이래야만 공감되고 이해되며 연대의 손을 맞잡을 수 있다. 이들이 모여서 하나씩 맞춰야만 기억은 비로소 완성이다. 그때야 개인의 경험은 역사의 가치 있는 사료로서 인정받게 된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에 대해 ‘문학 위선의 증명, 역사 왜곡의 정당화’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가장 큰 문제는 공감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개인의 감정을 객관적인 사실인 것처럼 말하는 데 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소년이 온다>는 “5·18이 꽃 같은 중학생 소년과 순수한 광주 시민을 우리나라 군대가 잔혹하게 학살했다는 이야기가 역사 왜곡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5·18 진압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5·18 민주화운동은 차고 넘치는 자료와 증언으로 역사학계에서도 검증이 완전하게 마무리된 현대사의 비극이다. 5·18에 대한 개인적인, 선택적인 경험조차 없는 이들의 주장이 더 궁색한 이유는 이것이다.“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고, 각 작품에서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했다. 그녀는 신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하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을 혁신했다.”라는 노벨위원회는 수상 평가 발표이다.사족, 우리는 우리간 만든 세상을 고칠 수 있으므로 ‘지혜로운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