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개인 윤리를 정치로 꽃피운 것이 ‘수기치인’이다. ‘수기’라는 것은 말 그대로 나를 닦는 일이다. 여기에는 도덕적 닦음과 학문적 공부를 내함한다. 이를 갖춘 자만이 남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

다스린다는 것은 백성의 입장에서 백성을 위하는 일이다. 그야말로 논어에서 말하는 정치의 요체가 아닐 수 없다. 사실 공자의 유학은 민주주의라고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백성을 위하는 정치를 말하고 있다. 백성을 위하고자 하는 치자의 덕목이 어찌 한 둘 이랴마는 백성을 손아귀에 넣어 호령하겠다는 자세는 여기에 들지 않는다. 마음은 겸손할 것이며, 행동은 신중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나 아니면 안 된다는 고집은 버려야 한다.

고래로 많은 이들이 백성을 위한다며 치자의 길로 들어서지만 대부분 백성의 짐이 되어 저와 가족과 측근 몇몇만이 부귀영화를 누리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이러한 이유는 저들의 배움이 짧아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태생이 그릇되거나 모자라서도 아니다. 공자의 군주론에는 이를 치자의 ‘미련함’이라 했다.

진효공 영거량을 도와 진나라를 법가의 토대 위에 올려놓은 상앙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법의 잣대만한 것이 없다. 말은 순한데 여기서 말하는 법을 다루는 관리가 행여라도 삿된 마음이 생긴다면 그 손아귀에 쥐어진 법은 그야말로 도깨비 방망이로 변할 수 있다. 이쯤되면 겉잡을 수가 없게 된다. 세상에 주머니 털어 먼지 안 나는 사람이 몇이나 되랴마는, 그럼에도 대다수의 평범한 백성들은 주머니 털어 먼지안나게 살아가고 있다.

자로가 공자님께 정치를 물으니 스승 공자께서 이렇게 답한다. “정치인들이 먼저 솔선하는 수고를 보여줘야 하느니라.” 여기서 수고함에 대해 소씨 소식은 주석을 달았는데 쉽게 풀어쓰면 이렇다. 백성들은 날마다 저들의 일터에서 열심을 다해 살고 있다. 그러므로 군주가 명령하지 않더라고 자신이 할 일을 알아 부지런히 애쓰며 수고스럽더라도 군주를 원망하지 않는다. 이에 군주는 저 백성들이 자기의 맡은바 일을 할 수 있도록 일터를 만들어주는 수고를 하면 될 일이다. 그렇다. 정치의 일이라는 것은 백성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일터를 마련해주는 일이며, 그것을 지켜주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