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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국정조사, 도마 위에 오른 ‘10·29 참사’

 

[용인신문] 대검찰청의 국정조사 포함 문제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던 여야가 11월 24일, 몇몇 단서 조항을 달아서 45일간의 ‘10·29 참사(용산) 계획서’를 통과시켰다. 결국, 돌고 돌아서 158명의 청춘이 스러진 비극의 원인과 진상규명은 국회에서 밝혀내게 되었다.

 

지난 10월 29일 ‘핼러윈데이’ 참사가 벌어진 지 4주를 꽉 채우고서야 끝내 진상규명은 정치권으로 떠넘겨졌다. 수사기관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상식선에서 ‘10·29 참사’의 문제해결에 접근했다면 국정조사까지 갈 필요도 없었던 일이다.

 

수사권도 없는 국회가 45일간의 국정조사기간에 ‘참사의 원인과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 믿는 국민은 없다. 국회는 책임 선상에 있었던 인사들을 증인으로 소환하여 질의 공세를 펴고 방송언론은 이것을 중계하는 것으로 국정조사기간을 채울 것은 안 봐도 훤하다. 야당 의원들은 추궁하고 여당 의원들은 엄호하는 익숙한 풍경이 어김없이 재현될 것이다.

 

대통령의 진상규명 의지가 확고했다면 국정조사까지 확대될 문제도 아니었다. 윤 대통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였고 국민의힘은 참사의 불똥이 대통령에게까지 번지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상민 장관이 대통령이 만류하더라도 자진사퇴하고 경찰 조사에 협조했더라면 벌써 참사의 진상과 직무유기의 책임자들이 밝혀졌을 것이다. 국정조사를 하면 야당 의원들은 카메라발이 잘 받는가와 얼마나 근엄하게 책임추궁을 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여당 의원들은 대통령에게 불똥이 튀지 않도록 충성을 다하는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22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는 것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 자명하다.

 

결국, 국정조사는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하고 기간을 연장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지루한 공방전을 벌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카타르 월드컵’과 ‘국정조사’가 겹치면서 국민은 결과가 뻔한 ‘국정조사 쇼’보다 흥미진진한 월드컵 경기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국정조사를 한사코 반대하던 국민의힘이 조사에 합의한 이면에는 ‘카타르 월드컵’ 중계방송도 고려되었을 것이다.

 

결과가 뻔해 보이는 국정조사를 보면서 기자는 착잡한 심정이다. 증인 채택과 소환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다 보면 2주 정도는 간단히 흘러갈 것이다. 카메라에 잘 비치기 위해 애쓰면서 호통을 치는데, 또 한 달이 지나갈 것이다. 그다음은? 합의한 국정조사기간이 만료되었으니 배상 문제부터 해결하자는 여당과 조사 기간을 45일 연장하자는 야당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다가 흐지부지될 것이다.

 

윤 대통령은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국정조사와 별개로 ‘10·29 참사’에 대한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하라고 경찰에 지시해야 한다. 이것이 ‘10·29(용산) 참사’를 가장 빨리 매듭짓는 길이다. 그 첫 단추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 수뇌부를 경질하는 것이다. 단추를 잘못 끼웠으면 풀어버리고 첫 단추부터 똑바로 끼우는 것이 순서다. 어린아이도 알고 있는 상식이다.